‘인보사’ 사태로 촉발된 바이오시장에 대한 불안심리가 제약사들의 임상 실패로 최고조로 치닫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뉴스투데이 고선호 기자] ‘인보사’ 사태로 인한 후폭풍 등 연이은 악재에 바이오 주가가 폭락 중이다.

여기에 한미약품의 1조원 규모 기술수출 실패 소식까지 들려오면서 국내 바이오시장 전체가 크게 휘청이고 있다.

4일 한국거래소 등에 따르면 코스닥시장의 84개 제약·바이오 종목으로 구성된 제약업종 지수의 시가총액이 한 주간 30조220억원에서 28조3260억원으로 줄며, 한 달새 1조원이 넘게 공중분해 됐다.

같은 기간 코스닥 전체 시총 감소액 10조5860억원의 16%에 달하는 규모다.

이는 최근 코오롱생명과학의 ‘인보사’ 사태로부터 촉발된 바이오시장에 대한 불안심리와 더불어 최근 각종 제약사들의 실망스러운 임상 결과가 겹치면서 나타난 현상으로 풀이된다.

에이치엘비는 지난달 26일 표적항암제 리보세라닙의 위암 글로벌 임상 3상에서 1차 목표치를 달성하지 못했다고 공시를 통해 밝혔다.

리보세라닙은 말기 위암 환자를 대상으로 글로벌 임상 3상을 마무리한 뒤 연내 FDA에 신약 허가를 신청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1차 유효성 평가 지표인 전체생존기간(OS)이 최종 임상 목표치에 도달하지 못하면서 임상에 실패했다.

이날 에이치엘비 관련주는 코스닥시장에서 폭락해 가격제한폭까지 떨어진 5만400원에 장을 마쳤다.

에이치엘비에서 시작된 투자심리 위축은 바이오주 전반에 걸쳐 확산됐다.

연이은 악재에 국내 제약바이오 시장 전체가 휘청이면서 연일 주가 폭락이 이어지고 있다. 코스피가 12.47포인트 오른 2,134.32로 장을 마감한 지난달 27일 오후 서울 중구 KEB 하나은행 딜링룸에서 딜러들이 업무에 한창이다. [사진=연합뉴스]

리보세라닙의 임상 실패 발표 이후 항암치료제 개발사 등 임상 3상을 앞둔 제약사들의 주가가 동시에 곤두박질 친 것이다.

악재는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유한양행이 하반기의 시작인 지난 1일부터 1조원 규모의 기술수출에 성공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분위기 전환이 이뤄지는가 싶었지만, 한 번 하향곡선을 그린 바이오업계의 전체적인 상황을 해결하진 못했다.

4일 한미약품이 얀센에 약 1조원 규모로 기술수출에 성공했던 비만·당뇨신약 후보물질에 대한 권리가 반환됐다고 공시하면서 바이오시장이 또 한 번 크게 출렁이고 있다.

한미약품의 권리반환은 지난 2016년 베링거인겔하임으로부터 ‘올무티닙’, 올해 1월 릴리로부터의 BTK 저해제(LY3337641/HM71224) 반환 이후 벌서 세 번째다.

신약기술 수출 계약 해지 소식에 한미약품를 비롯한 바이오주가의 폭락이 이어지고 있다.

권리 반환된 비만·당뇨신약 후보물질 HM12525A는 당뇨병 환자의 체중 감소와 혈당 조절을 동시에 도와주는 신약으로 업계의 기대가 쏠렸다.

HM12525A는 GLP-1(인슐린의 분비를 증가시키는 호르몬)·GCG(글루카곤) 유도체로서 최초의 미국 허가를 기대하고 있던 물질인 만큼 이번 임상결과가 치명적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한미약품은 발 빠르게 입장문을 내고 “미지의 영역에서 다양한 가능성을 확인하고 실패를 통해 성장하는 신약개발 과정에서 빈번히 있을 수 있는 일”이라며 “어려움 있어도 제약강국을 위한 도전에 멈추지 않겠다”고 사태진화에 나섰지만 이미 걷잡을 수 없이 커진 바이오시장의 불안감을 떨쳐내긴 어려워 보인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인보사 사태에 임상 실패 소식까지 이어지면서 제약바이오업계에 대한 불신이 커진 것 같다”며 “일부 기업의 임상 실패 등으로 인해 업계 전반에 대한 평가가 낮아져서는 안 된다. 특히 제약바이오 기업의 판단 기준이 주가에 한정되는 분위기가 쇄신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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