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과 같이’ 시리즈는 지금까지 1100만장 이상 판매하며 인기를 지속하고 있다.[사진=세가퍼블리싱코리아]

[이뉴스투데이 정환용 기자] 게임 프랜차이즈 후속편은 미국 드라마처럼 흥행 여부에 따라 결정된다. 소재가 고갈되고 있는 현재로서는 ‘잘 만든’ 전작 세계관을 확장시키는 것이 새로운 이야기를 쓰는 것보다 안전하기 때문이다. 정작 모바일 게임으로 수백억원 수익을 올리는 국내 게임업계는 잘 쓴 이야기보다 반짝이는 주사위 제작에 더 공을 들이고 있다.

지난 6월 20일 세가 용과같이스튜디오에서 2012년 PS3로 발매된 ‘용과 같이 5’를 최신 기종으로 리마스터링해 출시했다. 정식 넘버링 타이틀 6까지 출시된 용과 같이 시리즈는 그동안 국내 정식출시되지 않다가 ‘용과 같이 제로’부터 공식 한국어화를 지원해 국내에도 팬들이 점점 많아지고 있다.

인기가 높은 게임 프랜차이즈는 게임 타이틀과 캐릭터 두 가지로 나뉘어 계승된다. 최근에는 연작을 염두에 두고 제작되는 게임이 점점 많아지고 있는데 이 역시 판매량에 따라 후속편으로 흥행을 이어가기 위해서다. 연작을 염두에 두지 않은 작품이라 해도 흥행 여부에 따라 뜻밖의 후속편이 나오기도 한다.

‘GTA V’처럼 범죄자와 사이코패스가 주인공으로 출연할 수 있는 게임이 국내에서 나올 수 있을지는 알 수 없다.[사진=락스타 게임즈]

서양 게임 제작사 중에서는 프랜차이즈로 기업 전체가 유지되는 경우도 많다. 락스타 게임즈가 1997년 출시한 ‘그랜드 셉트 오토(GTA)’는 지난 2013년 제작비 2700억원을 쏟아부은 ‘GTA V’를 전 세계에서 1억장 판매했다. 스퀘어에닉스가 ‘이 게임에 회사 사활을 건다’는 생각으로 제작한 1987년작 ‘파이널 판타지’는 현재까지 정식 넘버링 타이틀만 15편이 출시되며 누적 1억4200만장을 판매했다.

1981년 ‘동키콩’에서 처음 등장한 닌텐도 ‘마리오’는 지금까지도 전 세계적으로 가장 인기 있는 캐릭터 중 하나다. ‘슈퍼마리오’ 시리즈를 비롯해 ‘마리오 카트’, ‘마리오 파티’, ‘마리오 스포츠’ 등 다양한 장르에서 40여년간 5억9500만장 이상 판매고를 기록했다. 1996년에 등장한 ‘포켓몬스터’ 시리즈가 3억4000만장, 2003년 시작된 ‘콜 오브 듀티’ 시리즈가 2억8800만장으로 뒤를 잇고 있다.

성공한 게임 프랜차이즈에서는 공통적으로 좋은 이야기를 볼 수 있다. 총으로 적을 쏴 죽이는 FPS 장르도 ‘콜 오브 듀티’처럼 충실한 스토리텔링으로 만족도를 높일 수 있다. 이는 이야기를 접목시키기 쉽지 않은 퍼즐 장르에서도 가능하다. 선데이토즈가 서비스하는 ‘디즈니팝’은 엉망이 된 만화 속 세상을 재건한다는 콘셉트로 꾸준히 이야기를 이어나가고 있다. 

‘슈퍼마리오’ 시리즈는 다양한 플랫폼을 거쳐 최신 게임 콘솔에서도 현역으로 활동한다.[사진=닌텐도]

똑같은 캐릭터가 수십년간 인기를 끄는 것은 단지 잘 생기거나 예뻐서가 아니다. 마리오가 피치 공주를 구한다는 뻔한 스토리만으로 팬들이 40년 가까이 지갑을 연 것이 아니다. 캐릭터가 가지고 있는 이야기를 잘 풀어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아쉽게도 모바일 게임에 편중돼 있는 국내 게임업계는 전 세계적인 트렌드 ‘인터랙티브’ 장르에 대한 관심이 없어 보인다. 최근 출시 1개월여만에 지난 6월 ‘이달의 지랭크’ 6월의 게임상을 수상한 넷마블 ‘일곱 개의 대죄: 그랜드 크로스’를 비롯해 모바일 게임 중에서도 뛰어난 스토리텔링을 선보이는 작품들이 있다. 하지만 하나의 스토리를 끝까지 플레이하고 ‘재미있었다’며 끝낼 수 있는 게임은 거의 없다. 더 강력한 캐릭터를 위해 끝없이 주사위를 굴려 강화와 진화를 반복하는 것이 국내 모바일 게임 대부분의 현실이다.

인터랙티브 장르를 만들 수 있는 역량이 없다고 볼 수는 없다. 이미 1990년대에도 ‘창세기전’, ‘어스토니시아 스토리’ 등 재미있는 이야기를 감상하듯 즐기는 게임들이 있었다. 다만 2000년대 초중반부터 국내 게임업계는 타이틀 판매보다 게임 내 재화 판매로 더 많은 수입을 올리는 점에 집중하며 ‘잘 만든’ 게임보다 ‘잘 팔린’ 게임을 더 높게 평가했다.

몇몇 게임업체는 자사 IP를 기반으로 단독 작동할 수 있는 스탠드얼론 게임을 개발하고 있다. 몇 년 내에는 국내 게임기업 로고와 익숙한 캐릭터가 전면에 드러난 게임 콘솔 타이틀을 손에 쥘 수도 있다. ‘용과 같이 제로’ 마지막 장을 클리어했을 때의 쾌감을 국산 게임에서도 느낄 수 있을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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