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5년 방영된 일본 애니메이션 ‘신세기 에반게리온’을 고화질로 다시 볼 수 있게 됐다.[사진=넷플릭스]

[이뉴스투데이 정환용 기자] 성장세가 둔화된 넷플릭스가 ‘구관이 명관’ 전략을 펼치고 있다. 정작 ‘타도 넷플릭스’를 외치는 국내 OTT는 성장보다 견제를 선택하는 자충수를 두고 있다.

지난 6월 말 넷플릭스에 일본 애니메이션 ‘신세기 에반게리온’ TV판 26편과 구극장판 두 편이 등록됐다. 에반게리온은 지난 2007년부터 진행 중인 새로운 극장판이 2020년 마지막 편 개봉을 앞두고 있다. 이용자들은 오래 전 방영해 다시 보기 어려웠던 작품을 다시 볼 수 있게 됐다며 호평하고 있다.

OTT 콘텐츠는 크게 기존 콘텐츠를 인터넷으로 서비스하는 플랫폼 다양화와 자체제작 콘텐츠로 나눌 수 있다. 완전한 오리지널 작품을 지향하거나 기존 프랜차이즈 IP를 재탄생시키는 등 자체제작 콘텐츠 종류도 다양하다.

넷플릭스가 수많은 콘텐츠 유치와 더불어 제작비 지원으로 독점 공급하는 오리지널 콘텐츠도 업계 1위 유지 비결 중 하나다. ‘하우스 오브 카드’, ‘지정생존자’ 등 완전히 새로운 작품과 더불어 ‘데어 데블’, ‘제시카 존스’ 등 인기 프랜차이즈 IP도 마니아들도 끌어모은다.

넷플릭스는 영화, 드라마, 다큐멘터리, 오리지널 콘텐츠 등을 가리지 않고 1개월 이용권으로 모든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사진=넷플릭스]

왓챠플레이, 옥수수, 푹 등 국내 OTT 서비스에서 과거 재미있게 봤던 영화나 드라마들을 다시 볼 수 있을지 찾아봤다. 최근 10여년 안에 선보였던 작품들은 대부분 찾을 수 있었지만 ‘종합병원’, ‘아스팔트 사나이’ 등 방영된 지 20년 가까이 지난 드라마는 찾기 어려웠다. 그나마 지상파3사 연합 OTT 서비스인 푹에서 ‘용의 눈물’을 비롯해 1990년대 드라마와 영화 일부를 제공하고 있다.

국내 OTT 서비스가 내세운 목표는 ‘타도 넷플릭스’다. 왓챠플레이는 오리지널 콘텐츠 대신 독점 콘텐츠 제공에 역량을 집중한다. 박찬욱 감독이 처음 제작한 드라마 ‘리틀드러머 걸’ 감독판을 OTT 최초로 공개했다. 지상파3사와 SK텔레콤이 합작하는 OTT는 하반기에 공개된다. 어떤 서비스와 콘텐츠를 내세울지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새로운 서비스에 대한 규제 목소리도 방향이 제각각이다. 지난 1월 김성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방송법 전부개정법률안’은 OTT를 방송사업자와 같은 규제선상에 놓는 것을 골자로 했지만 유튜브와 넷플릭스에 대한 역차별이란 비난을 받았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방송통신위원회도 OTT 규제에 대해 상반된 의견을 내세우며 접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지난 1월 김성수 의원이 개최한 OTT 관련 세미나에서 “해외 OTT를 걍력하게 규제할 수 있다면 국내 사업자도 규제를 받겠지만 이것이 해결되지 않으면 OTT를 방송법에 포함시키는 것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언급했다. 해외 OTT 견제를 위해 법안을 도입하는데, 이것이 국내 사업자에 피해가 갈 수 있는 부분을 우려한 것이다.

OTT 서비스를 고르는 소비자 선택지는 생각보다 적다. 얼마나 많은 소비자 성향을 만족시킬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양보다 질’이라고는 하지만 양도 무시할 수 없는 이유다. 제공 작품 숫자 면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넷플릭스가 우려하는 것은 디즈니를 비롯해 자체 서비스를 준비하는 미디어 기업이 넷플릭스에 콘텐츠 제공을 중단하는 정도다.

국내 OTT는 작품 숫자와 더불어 요금제도 방송사와 서비스 별로 쪼개져 있어 선택의 폭이 불필요하게 넓다.[사진=옥수수]

이에 비해 국내 OTT는 대부분 제공 작품 숫자나 오리지널 콘텐츠가 상당히 제한적이다. 양에 더해 질 역시 넷플릭스와 비교하기 쉽지 않다. 넷플릭스가 100만 국내 이용자를 겨냥해 ‘옥자’, ‘킹덤’, ‘범인은 바로 너’ 등 다양한 프로그램 제작을 지원하고 있는 데 비해 국내 OTT는 서비스 규모 대비 제작 투자가 미미하다. ‘최소비용 최대효과’와 같은 경제원칙이 통하지 않는 미디어 시장에서 그 격차는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옥수수, 푹 등은 요금제에 따라 무료로 볼 수 있는 콘텐츠 집합이 다르다. 최근 CJ ENM은 tvN, OCN 등 자사 방송 VOD를 유료로 전환했다. 월 이용료를 내면 모든 콘텐츠를 무제한으로 볼 수 있는 넷플릭스 요금제가 더 매력적으로 보이는 이유다.

넷플릭스는 지난 2018년에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비로 120억달러(약 13조8000억원)를 투자했다. 지난 1분기 매출 5조2000억여원을 기록한 점을 보면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비와 기존 작품 수급에 투자하는 비용이 지난해보다 적지 않을 것을 예상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금액이 아니라 비중이다. 넷플릭스를 잡겠다는 국내 OTT 서비스가 매출 증가 대비 콘텐츠 수급 지출이 더 많은 투자 구조를 감당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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