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미 정상의 극적인 판문점 조우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G20(주요 20개국) 정상회의가 끝나는 지난 6월 29일 아침 오사카에서 자신의 트윗을 통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만남을 제안하면서 성사됐다. 이에 최선희 제1부상이 약 5시간 만에 긍정적으로 화답하면서 30일 오후 판문점에서 트럼프-김정은 깜짝 단독 회동이 이뤄졌다. 여기에 철저하게 조력자 역할을 자처하던 문재인 대통령의 또 한 번의 깜짝 등장으로 판문점에 남북미 정상이 한 자리로 모이는 퍼포먼스가 펼쳐졌다.

인사 정도를 건네는 수준의 짧은 만남이 점쳐졌던 북미 정상 간 회동은 예상과 달리 53분 간 진행됐다. 김정은 위원장을 배웅한 뒤 트럼프 대통령은 “2~3주 안에 북미 간 비핵화 실무협상을 진행하기로 합의했다”고 발표, 이번 6‧30 판문점 북미 정상회동이 교착상태에 빠진 북미 간 비핵화 협상 재개를 공식 선언했다. 6‧30판문점 북미 정상의 합의에 따라 진행되는 북미 간 실무협상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될 경우 머지않아 우리는 미국 워싱턴에서 열리는 제3차 북미 정상회담을 TV로 지켜볼지 모른다.

판문점 북미 정상의 깜짝 만남은 향후 북미 정상회담 전망은 한층 밝게 한다. 하지만 한편으론 우려스런 부분도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사업가 출신답게 극적인 퍼포먼스로 자신이 북미 정상회담의 주체이자 주인공임을 전 세계에 알리며 1차적인 목표는 채운 듯하다. 노벨 평화상에 대한 애착을 드러내는 트럼프 대통령에겐 더 없이 좋은 기회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미 내년 11월 미국 대선 출마에 시동을 건 트럼프 대통령이 가시적인 성과 도출보다는 북미 협상에서 더 이상 북한에 끌려가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여줌으로써 자국 내 유권자들에게 이른바 ‘정치쇼’ 혹은 ‘유세전’을 펼쳤다는 부정적인 시선이 존재한다.

김정은 위원장 역시 판문점에 발걸음을 내딛는 순간 스스로 북미 정상회담의 주체로 복귀했다. 대북제재의 압박에도 딱히 협상에 나설 명분을 찾지 못했던 김정은 위원장에게 트럼프 대통령의 제안이 다시 국제사회로 나설 수 있는 발판이 된 셈이다. 하지만 일괄타결이 아닌 ‘살라미 전술’을 구사하는 김정은 위원장에게 ‘좋은 케미’를 표현하면서 ‘제재해제를 서두르지 않겠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전략이 주효하긴 힘들다. 다시 한 번 국제사회에 나서 대북제재의 명분을 확보하는데 그칠 수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빠진 북미 양자 회담에 대해 부정적인 평가도 되짚어볼 대목이다. 실제로 문 대통령의 입지나 역할이 예전만 못하다. 김정은 위원장에게 북미 협상과정에서 대북제재 해제 등의 역할은 하지 못하는 문재인 대통령이 만족스럽지 않다. “북미 협상에 더 이상 나서지 말라”는 식의 성명이 나오는 이유가 아닌가. ‘트럼프 대통령과 SNS로 소통하는 사이가 된 만큼 앞으로 문재인 대통령은 더 이상 필요하지 않다’는 인식이 잡힐 경우 자칫 북미 협상과정에서 ‘문재인 패싱’이 벌어질 수도 있다.

트럼프 대통령에게도 김정은 위원장에게도 한국정부의 역할이 예전만큼 필요하지 않을 수도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와 한반도의 항구적인 평화구축의 공을 나눠먹고 싶지 않을 수도 있다. 여기에 북미 협상에 대해 낙관적인 전망을 내놓으면서도 결정적인 내용은 실무협상에 맡기며 유보적인 스탠스를 취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 특유의 협상전략이기도 하다. 김정은 위원장 역시 당장 절실한 대북제재 해제 등에 결정적인 역할이 없는 한 트럼프 대통령과의 직접 대화를 시도할 수도 있다.

물론, 판문점에서 남북미 정상의 조우도, 자유의 집에서 펼쳐진 북미 협상도 역사에 길이 남을 만한 사건이다. 다만 여기에 도취하지 말고 지금까지의 북미협상 경과뿐만 아니라 그 과정에서 드러난 김정은 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의 협상 속내를 제대로 살펴보고 향후 우리정부의 역할을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것이다. 정부가 북미협상에 임하는 과정에서 전혀 다른 뜻을 담은 ‘조력자’ ‘중재자’ ‘촉진자’ 등의 단어를 더 이상 혼용해선 곤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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