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최저임금 심의 법정기한인 27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고용노동부에서 사용자 위원들이 불참한 가운데 열린 최저임금위원회 제6차 전원회의가 끝난 뒤 박준식 최저임금위원장이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뉴스투데이 이상헌 기자] 자영업자들이 생명줄로 여겨온 내년도 최저임금 차등적용이 무산되면서 분노가 극으로 치닫고 있다. 앞으로는 협상 테이블 자체를 거들떠도 안보겠다는 분위기다. 

27일 최저임금 법정 심의 시한 마지막 날 최저임금위원회는 사용자위원 전원 불참으로 회의가 열리지도 못했다. 이는 전일 안건으로 상정된 업종별·규모별 차등적용 안건이 휴지짝이 됐기 때문이다.

결국 사용자 위원 전원이 향후 최저임금위원회 협상 보이콧을 선언하면서 올해 최저임금 협상도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정부와 노조의 '투 맨쇼' '자작극'으로 끝날 전망이다. 

문재인 정부 2년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으로 서민경제 파탄이 현실화되면서 차등적용이 필요하는 여론의 목소리가 높았지만 제5차 전원회의에서 다뤄진 이 안건은 찬성 10명, 반대 17명으로 부결됐다.

공익위원 9명 가운데 단 1명만 찬성표를 던진 것이다. 또 시급으로 정해지는 최저임금에 월 환산액을 함께 표시하는 안건도 찬성 16명, 반대 11명으로 사용자측 요구는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사용자측이 주장해온 두 안건이 모두 묵살되면서 동결은 무엇보다 중소·영세업계가 허탈감에 빠졌다. 동시에 이 같은 상황을 만든 정부 추천 공익위원에 대한 불신이 깊어지고 있다.

최저임금위원회 인적 구성에서 공익위원 9명은 절대적 권한을 가진다. 그러나 고용노동부장관의 제청으로 대통령이 임명하는 구조여서 정권의 거수기를 넘어 지령을 받아 적극적으로 움직이는 사조직이란 비판을 받아왔다.  

이번에 공익위원으로 참가한 인사는 권순원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 노민선 중소기업연구원 혁신성장연구본부 연구위원, 박준식 한림대 사회학과 교수, 신자은 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 오은진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윤자영 충남대 경제학과 교수, 이승열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전인 영남대 경영학과 교수, 임승순 노동부 국장이다.

박준식 최저임금위원장과 공익위원들은 이날 기자회견을 갖고 "사용자 위원들이 위원회에 돌아오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공익위원단 간사를  맞고 있는 권순원 교수가 '소통'을 강조하며 회유에 나섰지만 사용자위원들은 콧방귀도 끼지 않고 있다. 

권 교수는 평소 최저임금위 위원 구성에 정부 개입은 바람직하다는 주장을 펼쳐온 인물이다. 그럼에도 올해 5월 정부 추천을 받아 위원회로 합류했다. 언행이 일치하지 않는 폴리페서를 믿을 수 없다는 얘기다. 

또 문재인 캠프 출신으로 위원장을 맡은 박준식 교수가 최근 "급격한 인상에 따른 고용 위축이 동반된다"는 점을 시인하고, 신자은 교수도 최근 급격한 인상 반대를 언급한 적은 있지만 결국에는 인상을 위한 구색맞추기식 립서비스일 뿐인 것으로 보고 있다. 

노민선 중소기업연구원 연구위원을 제외한 나머지가 이념 편향적 경제·경영학 교수이거나 여성·노동단체 인사이기 때문이다. 특히 윤자영·전인 교수는 평소 '속도 조절' 없는 최저임금 인상론을 펼쳐왔으며, 오은진·이승열 연구위원도 강성으로 꼽힌다. 

또 한편에선 공익위원과 김영환 위원장 구속으로 정부와 갈등을 빚는 민노총간의 야합설까지 제기되고 있다. 소상공인연합회 한 관계자는 "공익위원측이 민노총을 협상 테이블에 앉히는 조건으로 차등적용 반대 안건을 집단적으로 반대하는 뒷거래했다는 의심을 지울 수 없다"며 "탁상공론을 위해 중소·영세업계의 생명줄을 끊어버린 것에 분노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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