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과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 겸 부총리가 26일 오후 신라호텔에서 열린 '에쓰오일(S-OIL) 복합 석유화학시설 준공기념식'에 입장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뉴스투데이 이상헌 기자] 중국과 파키스탄에 이어 무려 20조원의 선물 보따리를 들고온 사우디 왕세자 방한에 한반도가 들썩였다. 일본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참석에 앞서 한국을 잠시 방문한 ‘빈살만 모시기’를 위해 정·재계가 머리를 조아렸다.

문재인 대통령은 26일 청와대에서 공식 환영식을 주재하고 “왕세자의 방문을 계기로 두 나라 사이의 우정과 협력이 미래의 공동번영과 상생으로 발전해 나가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리면서 “나와 왕세자의 개인적인 우정과 신뢰도 더욱 돈독히 하는 계기가 되기를 희망한다”는 소망도 덧붙였다. 

문 대통령이 정상급 국빈방문에 준하는 수준으로 빈살만 예우에 나선 가운데, 이날 청와대 오찬장에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정의선 현대차 수석부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등 4대그룹 오너가 총출동했다. 

빈살만은 이 자리에서 “양국이 개발하지 못한 유망한 분야가 많다"며 함께 통상과 투자를 강화하자”고 답했다. 사우디는 지난 2016년 석유산업에서 정보금융통신기술(ICT)를 중심으로 한 첨단 분야로 산업 구조를 바꾸는 내용의 ‘비전 2030’을 발표한 바 있다.

정재계가 총동원된 후대접의 성과도 솔솔했다. 빈살만 한국을 방문한 26~27일 전후로 국내 곳곳에서 기업간 업무 협약식이 진행되며 양국 간 약 80억달러(약 10조원) 규모의 경제협력 양해각서(MOU)가 체결됐다. 

앞서 빈살만 왕세자는 올해 2월 중국 방문 기간 280억달러(약 31조5000억원) 상당의 경제협력 협약을 체결하고 파키스탄에는 200억달러의 투자를 약속한 바 있다. 이에 크게 미치지는 못하는 수치지만, 그동안 꽉 막힌 중동 수주 절벽 돌파를 위한 길은 열렸다는 것이 재계의 반응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전일 삼성물산 설계·조달·시공(EPC) 경쟁력 강화TF를 찾아 "중동과의 협력 강화"를 주문했다. 동종업계 경쟁사인 GS그룹도 이날 ‘에너지 및 투자 분야’ 업무협약이란 이름으로 아민 알나세르 아람코 사장과 임병용 GS건설 사장 이어주기에 분주했다. 

무슬림 풀네임으로는 무함마드 빈 살만 빈 압둘 아지즈 알-사우드. 그는 왕위 승계 서열 1위였던 사촌형을 몰아내고 정적인 왕자 11명을 체포하는 등 거듭된 숙청을 통해 실권을 장악한 인물이다. 2015년 국방부 장관을 거쳐 2017년 부총리로 승진했다. 최근에는 해외를 순방하며 돈과 권력 뽐내기에 나섰다.

전세계 원유생산량의 12%를 점유한 사우디 최대 국영기업 ‘아람코’의 실소유주인 그는 지난해 반대파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 참수 살해 사건을 지시한 장본인으로 드러나며 국제사회에서 위기에 몰렸다. 특히 이란과 대적하는 상황에서도, 일대일로(一帶一路)의 선봉을 자처하며 중국·파키스탄 등 반미국가를 중심으로 돈다발을 풀어온 그가 한국 끌어안기에 나선 모습이 더욱 눈길을 끈다.

국내 정유사 에쓰오일의 소유주인 아람코는 5조원을 들여 복합석유화학시설(RUC·ODC)을 이날 준공했다. 신라호텔에서 열린 준공식에는 빈살만 왕세자와 함께 문재인 대통령도 동행해 행사를 수행했다.

또 준공식과 별도로 이날 서울 콘래드호텔에선 아민 알나세르 사장이 참석한 가운데 석유화학 2단계 투자를 위한 에쓰오일과의 업무협약식도 열렸다. 오는 2024년까지 7조원을 추가 투자해 울산 온산공단 40만㎡ 부지에 스팀크래커 및 올레핀 다운스트림(SC&D) 설비를 짓기로 했다. 

설비 증축 과정에서 아람코가 독자 개발한 TC2C(원유→석유화학물 전환) 기술도 적극 적용하기로 했다. 스팀크래커는 나프타와 부생가스를 원료로 연간 150만톤 규모의 에틸렌 및 기타 석유화학 원재료를 생산하는 설비다. 미국·중국에 이어 세계 3대 에틸렌 강국에 올라서기 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문 대통령은 이날 행사에서 “우리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혁신적 포용국가 정책과 사우디 정부가 추진 중인 비전 2030은 공통점이 많다”며 “성공을 위한 전략적 협력을 발전시켜 두 나라 관계를 한 단계 더 도약시킬 수 있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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