델타항공이 한진칼의 지분을 사들이면서 한진그룹의 경영권 분쟁을 둘러싼 잡음이 가라앉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사진=대한항공]

[이뉴스투데이 황진영 기자] 글로벌 1위 항공사 델타항공이 대한항공의 지주회사인 한진칼의 지분을 매입하면서 한진그룹과 KCGI(강성부 펀드)의 경영권을 둘러싼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대한항공과의 오랜 파트너 관계를 유지해오던 델타항공이 지분 매입을 통해 한진그룹의 ‘백기사’로 등장하면서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의 경영권 확보에 청신호가 켜졌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24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델타항공은 지난 20일(현지시간) 홈페이지를 통해 한진칼 지분 4.3%를 확보했다고 밝혔다. 이어 “규제 당국의 승인을 얻은 후 한진칼 지분을 10%까지 늘릴 계획”이라고 예고했다.

업계에서는 KCGI의 견제가 점점 더 거세지고 있는 가운데 델타항공이 지분 매입에 나서자 한진그룹의 경영권 방어를 위한 우군으로 등장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대한항공 역시 델타항공의 지분 매입에 대해 공식 입장을 내놓진 않았지만 내심 반기는 분위기가 뚜렷한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한진칼 지분은 조양호 전 회장과 조원태 회장 등 특수관계인 지분이 28.93%로 가장 많고, KCGI가 15.98%로 뒤를 쫓고 있다. 세 번째로는 델타항공이 4.3%, 국민연금 4.11% 순으로 구성돼 있는 상태다.

증권가에서는 KCGI가 한진칼 지분을 20%까지 늘리며 견제를 강화할 것이라는 분석이 우세했지만, 최근에는 투자금 확보가 어려워 지분 추가 매입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됐다.

이와 함께 델타항공이 예고대로 향후 한진칼 지분율을 10%까지 늘리게 될 경우 조원태 회장 일가에게는 더 유리한 환경이 만들어진다. 현재는 조 회장 일가의 한진칼 우호 지분은 기존 28.93%에 4.30%를 더해 33.23%인 상태다. 델타가 계획대로 지분을 끌어올리면 조 회장 측 우호지분은 40%에 육박해져 사실상 경영권 논란이 일기 어려운 구조가 조성된다.

수세에 몰린 KCGI는 일단 한발 물러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KCGI 측도 향후 반격에 나설 것이란 분석 또한 지배적이다. KCGI는 지난 21일 보도자료를 통해 “경영 투명성을 글로벌 스탠다드에 맞게 강화할 수 있도록 감시와 견제 역할을 동료주주로서 함께할 것을 제안한다”고 밝혔다.

이어 “델타항공은 공정하고 투명한 의사결정 구조와 시장지위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며 “KCGI와 동일한 철학을 공유하는 델타항공이 한진그룹의 장기적 성장가능성을 인정해 한진칼에 투자를 결정한 것을 환영한다”고 말했다.

한편 증권가에선 한진그룹과 KCGI의 경영권 분쟁에서 한진그룹이 승기를 거머쥐었으며 분쟁은 사실상 종식됐다는 반응이다.

유안타증권 최남곤 연구원은 “사실상 경영권 분쟁은 조 회장 일가 쪽으로 승기가 완전히 굳어지는 상황”이라며 “KCGI의 추가 지분 확대는 사실상 효과가 없을 것으로 판단되며 조 회장 일가 측에서도 경영권 분쟁 가능성이 낮아지게 됨에 따라, 호텔사업 매각과 항공 우주 사업부 IPO 등은 고려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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