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52시간 맞이하는 금융권, 자동화로 업무 효율성 키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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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52시간 맞이하는 금융권, 자동화로 업무 효율성 키운다
회의시간 단축, 교육·연수 자율화…단순·반복업무 자동화로 업무 효과 극대화
일부 직종 어려움 호소…애널리스트 "재량근로 허용해야"
  • 유제원 기자
  • 승인 2019.06.24 1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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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중구의 청계천 광교가 퇴근길을 서두르는 시민들로 분주하다. [사진=연합뉴스]

[이뉴스투데이 유제원 기자] 1년간 유예됐던 금융권에 대한 주 52시간 근무제의 7월 시행을 앞두고 보험,은행, 카드, 증권사는 시범 운용 등을 통해 새 제도에 적응할 준비 작업을 거의 마쳐가는 모습이다. 금융권은 한 해 전부터 52시간제를 조기 도입하는 등 노동시간 단축을 위한 예행 연습을 일찌감치 이어왔다. 이에 따라 피시(PC)오프제나 회의단축 등을 기본으로 로봇피시(PC)를 통한 단순업무 자동화시스템도 대거 도입, 막판 준비가 한창이다.

△ 보험업계, PC 시간 줄이고 단순업무는 로봇에게

일찌감치 주 52시간제 도입을 준비한 보험업계는 비교적 여유롭게 7월을 기다리고 있다.

삼성생명과 한화생명, 삼성화재, 현대해상 등 대형 보험사 위주로 최소 1∼2년 전부터 유연근무제를 활용해 근무시간을 효율화해 왔기에 제도 도입에 큰 무리는 없을 것이라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평가다.

근무시간 후 사무실에서 PC를 쓰지 못하도록 강제적으로 꺼지게 하는 PC 오프제는 기본이다.

일부 보험사는 출·퇴근 시간 앞뒤로 30분 정도 여유시간을 주던 것에서 주 52시간제 시행을 계기로 더욱 촘촘하게 적용하고 있다.

예컨대 현대해상은 근무자들이 PC를 쓸 때 근무 시작·종료 앞뒤로 30분씩 줬던 여유시간을 7월부터 절반인 15분씩으로 줄이기로 했다.

보험업계는 RPA 활용도 활발한 편이다. 보고서 작성과 계약관리, 전자문서 관리, 모니터링 등 단순하고 반복적인 업무는 RPA에 맡기고, 사고와 창의성이 요구되는 업무를 직원이 수행하도록 하는 것이다.

지난해 10월 RPA를 도입한 삼성생명은 6개월 만에 총 50여개 업무에 적용해 연간 2만4000시간을 절약했다. 올해 추가로 50여개 업무를 자동화할 계획이다.

DB손해보험은 지난 4월 28가지 업무에서 RPA 시스템을 구축, 연간 2만9000시간을 절감한 것으로 추산했다.

한화생명은 업무와 회의, 보고 등을 간소화하는 '3대 다이어트'를 본격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보험업계는 외근이 많은 영업·홍보·손해사정, 주말·새벽 근무가 많은 언더라이팅·클레임 담당 직원의 경우 근무시간을 어떻게 맞출 수 있을지 마지막까지 고심하고 있다.

삼성생명은 외근자는 본인이 근무시간을 직접 입력하도록 했고, 다음달부터 선택적 근로시간제를 도입해 한달 단위로 관리하기로 했다.

△ 은행권 "회의시간 최대한 줄이자"…일손 모자란 영업점에 본사 인력 보내

은행권은 우선 여러 사람이 참여하는 회의 시간을 줄여 가용 업무시간을 늘리고 있다.

KEB하나은행은 24일부터 회의는 주 1회, 시간은 1시간 이내, 자료는 1일 전에 배포하자는 '하나·하나·하나' 캠페인을 하고 있다.

우리은행도 회의 자료는 1장으로, 회의 시간은 1시간 이내로, 회의 결과 회신(피드백)은 1일 이내로 하자는 '1·1·1'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신한은행은 회의를 압축적으로 할 수 있도록 각 부서에 5분, 15분, 30분 등 단위로 설정할 수 있는 알람시계를 배부했다. 또 짧은 회의는 사무실에서 입식으로 하고 있다.

KB국민은행도 이런 '스탠딩' 회의를 도입하고 태블릿PC로 회의 내용을 확인하도록 해 회의자료 출력 등 준비에 소요되는 시간을 줄였다. 국민은행은 보고서 작성에 과도한 시간이 들어가지 않도록 파워포인트 보고서를 전면 금지하고 키워드 중심으로 작성하도록 했다.

은행들 대부분 교육·연수를 위해 임직원들을 한데 모으는 집체교육을 줄이고 자율적으로 하도록 했다.

신한은행은 아예 의무 이수 교육을 폐지하고, 모바일로 틈틈이 원하는 시간에 강의를 들을 수 있게 했다.

당장 일손이 부족한 영업점에 본점 인원을 배치한 은행도 있다.

하나은행은 지난 4월부터 업무량이 많은 영업점에 단기 파견한 본점 직원이 40여명에 달한다. 신한은행은 본점 인원 50여명을 일선 영업점으로 인사발령을 냈다.

△ 카드업계, 업무 가이드북 배포하고 PPT PC에서 아예 삭제

BC카드는 올 1월 'BC 워크 가이드'를 제작·배포해 직원들에게 효율적인 근로 방법을 숙지하게 했다.

이 가이드에는 회의 자료 최소화, 최의 시간 1시간 준수, 불필요한 연장 근무 지양 등 실천 행동 지침과 시차출퇴근제, 점심시간 탄력제 등 유연근무제 관련 설명이 담겨 있다.

KB국민카드는 불필요한 업무를 줄이고 업무 집중도를 높이는 '워크 다이어트'를 진행 중이다. 그 일환으로 같은 금융그룹 내 국민은행과 같이 '제로 PPT'를 시행하고 있다.

한발 더 나아가 앞으로 아예 업무용 PC에서 PPT 프로그램을 지우고 불가피하게 PPT를 사용해야 한다면 사전에 승인받게 할 예정이다.

롯데카드는 로봇 프로세스 자동화(RPA) 시스템을 도입해 업무량을 줄이고 있다.

지난해 7월 주 52시간을 도입한 이후 그해 9월 신규 가맹점 신청 관련 대표자 계좌검증, 업종 등록, 등록 가맹점 여부 확인 등 단순 반복 작업을 RPA가 수행하고 있다. 그 결과 부서 단위로 가맹점 심사 업무를 한달에 약 640시간 단축했다.

올 1월부터는 휴일 시스템 점검 업무에도 RPA를 적용해 주말 당직 인력을 없앴다.

신한카드는 퇴근 시간이 되면 자동으로 PC가 꺼지는 PC 오프제에 이어 출근 시간 즈음 PC가 켜지는 PC 온제를 다음달 1일 시행한다.

이를 위해 지난달 중순부터 시범 운영하면서 시행에 따른 문제점을 고쳐나가고 있다.

서울 여의도의 한 거리에서 직장인들이 퇴근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증권사, 수개월에서 1년간 자율 운용하며 대비

국내 금융투자회사 470곳 가운데 직원이 300명 이상으로, 7월부터 주 52시간제를 적용받는 기업은 증권사 22곳, 자산운용사 3곳 등 모두 25곳이다.

이들 회사의 임직원 수는 총 4만3158명(3월 말 기준)으로 업계 전체(4만8075명)의 90%에 해당한다.

이에 따라 주요 증권사들은 한참 전부터 근무시간이 주 52시간을 넘지 않도록 자체 기준을 마련해 시범 운영해왔다.

대체로 하루 8시간씩 5일, 주 40시간 근무를 기본 원칙으로 세우고 리서치센터, 해외시장 거래, 회계, IT 등 부서는 업무 특성에 따라 선택적 근로시간제 등을 적용해 근무시간대를 탄력적으로 조정할 수 있게 했다.

임직원 수가 4300명으로 가장 많은 미래에셋대우는 올해 2월부터 주 52시간 적용을 위해 탄력근무제를 시범 운영해왔다.

부서별로 하루 근무시간을 오전 8시부터 오후 5시 30분, 또는 오전 10시부터 오후 7시 30분(점심시간 1시간 30분) 가운데 택하게 하고 같은 부서 내에서도 직원이 맡은 업무별로 부서장이 근무시간대를 정해 운용하도록 했다.

또 임직원 수가 2983명인 NH투자증권은 4월부터 PC 오프제를 도입하고 주 40시간 근무를 권장해왔다. 오전 8시∼오후 5시 근무를 기본으로 하고 퇴근 시간 40분 전부터 '업무를 마무리할 시간이 됐다'는 공지문을 PC에 띄운다.

이 회사 관계자는 "오후 5시가 된다고 PC가 완전히 꺼지는 것은 아니고 실제로는 1시간가량 더 이용할 수 있다"며 "그러나 요즘 사내에서 정시 퇴근을 강조하는 분위기라 웬만하면 다들 5시면 퇴근한다"고 전했다.

KB증권(2941명)은 작년 6월부터 일찌감치 주 52시간 근무제를 운용해왔다.

또 집중적으로 일이 몰리는 기간에는 정규 근무시간(오전 8시∼오후 5시)을 넘어 늦게까지 일하고 그렇지 않은 기간에는 일찍 퇴근할 수 있도록 했다.

하나금융투자(1720명)도 지난해 7월 주 40시간(오전 8시∼오후 5시) 기준의 PC오프제를 도입했고 업무가 많은 날과 적은 날의 근무시간을 탄력적으로 조정할 수 있도록 했다.

이 회사 관계자는 "1년 동안 운용해본 결과 이제 완전히 정착됐다고 할 수 있을 정도"라며 "근무시간 관리를 엄격히 하면서 업무 효율은 그 전보다 높아진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신한금융투자(2390명)와 삼성증권(2344명) 등도 이미 지난해 PC 오프제를 도입했다.

한국투자증권(2664명)은 올해 2월부터 PC 오프제와 시차출퇴근제를 도입했으며 특히 출근 후 2시간을 '업무 집중시간'으로 정해 생산성을 높이도록 유도하고 있다.

유안타증권(1729명), 대신증권(1542명), 메리츠종금증권(1468명), 한화투자증권(1117명) 등도 이달부터 주 52시간제를 시범 운용하고 있다.

이 가운데 유안타증권은 그 전부터 첫째·셋째 수요일은 정시 퇴근을 의무화한 '스위트 홈 데이'(Sweet Home Day)를 운영하면서 근로시간 단축에 대비해 왔다.

대신증권은 인사부 직원들이 사내를 직접 돌아다니면서 정시 퇴근을 독려하고 있다.

중소형사 가운데도 SK증권, 하이투자증권, 키움증권, 유진투자증권, 현대차증권, IBK투자증권, 이베스트투자증권, KTB투자증권 등은 이미 주 52시간제를 시행 중이다.

이들 역시 대부분 PC 오프제와 시차출퇴근제를 도입했다.

대형 자산운용사도 상황은 비슷하다

미래에셋자산운용(886명)은 근무시간을 관리하는 앱까지 도입해 직원들이 이 앱에 출퇴근 시간을 기록하도록 하는 등 근무시간이 52시간을 넘지 않도록 관리하고 있고 한화자산운용(343명)은 PC 오프제와 부서별 유연근무제를 시행하고 있다.

그러나 같은 증권사에 근무해도 직종별로 느끼는 어려움은 다르다.

예컨대 성과에 따라 연봉 계약을 맺는 애널리스트들은 현실적으로 52시간제를 지키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증권사 리서치센터장은 "애널리스트들은 낮엔 영업 지원이나 기업탐방을 다니고 각종 회의를 해야 해서 주로 밤에 보고서를 쓰는데, 주 40시간 근무를 하라고 하니 일이 제대로 될 수 없다"며 "보고서 퀄리티(수준)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그는 "월가에서도 애널리스트의 근무시간을 제한하는 경우는 없다"며 "고용노동부가 애널리스트들에게 재량근로제를 적용해주기만을 기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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