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항에 정박중인 현대상선 컨테이너선. [사진=현대상선]

[이뉴스투데이 이상헌 기자] 미·중 무역분쟁에 더해 선박연료 규제란 이중 악재를 겪게 된 해운업계의 고민이 깊다. 중소·중견 해운사들은 특히 유류할증제 도입을 사활이 걸린 문제로 보고 있다. 

18일 해운업계에 따르면 현대상선은 내년부터 시행되는 국제해사기구(IMO) 황산화물(SOx) 배출 규제를 이행하기 위해 올해 하반기부터 전선박을 대상으로 저유황유 사용을 개시할 예정이다.

현대상선 관계자는 "적어도 4분기부터는 'IMO 2020'에 맞춰 저유황유 적용을 미리 시작해야 한다"며 "기존의 중유와 가격 차이가 큰 만큼 수익성 악화가 가장 큰 고민"이라고 말했다. 

내년 1월1일부터 시행되는 IMO 환경규제는 선박 연료유에 포함된 황산화물 함유량을 기존 3.5%에서 0.5% 이하로 강화한 조치다. 

이에 전통유를 벗어나 액화천연가스(LNG)를 연료로 쓰는 LNG추진선 등이 발주되고 있으나, 기존 선박은 어쩔수 없이 황 함유율이 0.5% 이하인 저유황유를 써야 한다. 이런 가운데 날개 돋힌 듯 팔리는 것이 스크러버(오염물질 저감장치)다.   

세계 1위 선사인 덴마크 머스크는 저유황유 사용을 원칙으로 하면서도 스크러버 설치 투자금액을 8000만달러에서 2억6000만달러로 늘리기로 했다. 스위스 MSC도 180척에 스크러버 설치를 추진 중으로 최근 86척 설치 자금으로 약 4억4000만달러를 마련했다. 

국내 1위 국적 컨테이너 선사인 현대상선도 스크러버를 주요 대응책으로 삼고 내년 상반기까지 초대형 컨테이너선 20척을 포함해 70여척의 운영 선대 약 70~80%에 스크러버를 설치할 계획을 세웠다.

이처럼 스크러버가 인기를 끄는 이유는 유가 급등 상황에 대한 우려가 크기 때문이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연료비가 매출의 30~50%를 차지하는 상황에서 저유황유에만 의존하는 선사들은 수익을 남기기 어려울 것"고 설명했다.

정유업계에 따르면 현재 황 함유율 0.5% 이하 저유황유 가격은 톤당 550~600달러 수준으로 3.5% 이상 고유황유(350~400달러)보다 약 200달러 비싸게 팔리면서 평균 영업이익률이 5% 남짓한 해운사로선 부담이 아닐 수 없다. 

특히 올 하반기부터 수요가 더 급증하면 가격 차이가 두배(400달러) 가까이 벌어질 가능성이 나오면서 결국엔 LNG추진선으로 기존 선박 교체가 어려운 중소·중견 해운사에서부터 위기가 닥칠 것이라는 관측이다.

해양수산부가 올해 168척의 선박에 대해 스크러버 장착을 위한 3623억원의 대출에 대한 이자를 지원하기로 했으나, 설비를 설치하더라도 싱가포르항, 아랍에미리트(UAE) 푸자이라항 등 스크러버 선박의 입항을 제한하는 항구가 늘어나는 추세다. 

중소해운사 한 관계자는 "해운사의 경우 많이 잡아도 영업이익률이 평균 5%밖에 되지 않는다. 저유황유든 스크러버든 결국 계산을 따지면 운송비용이 늘어나는 것"이라며 "전반적인 비용인상을 고려한 유류할증제 도입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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