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이용장애 질병코드 도입에 대해 찬반 의견이 평행선에 놓였다.[사진=정환용 기자]

[이뉴스투데이 정환용 기자] 게임이용장애에 대한 보건복지부 등 찬성 입장과 문화체육관광부 등 반대 입장이 충돌하고 있다. 이 와중에 ‘장애’와 ‘중독’ 등 관련 용어가 정확한 의미대로 사용되지 않으며 질병코드 이해에 방해가 되고 있다. 용어 정의에 따라 사회적 인식도 달라질 수 있어 양측의 주장이 첨예하게 엇갈리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가 지난달 25일 제11차 국제질병표준분류기준(ICD-11)을 통과시켰다. 여기에는 코드 6C51로 지정된 ‘Gaming Disorder’가 포함됐다. 게임 때문에 일상생활에 지장이 생기는 상황이 1년 동안 지속되면 이를 치료가 필요한 질병으로 진단할 수 있다. 또 진단 요건이 충족되며 증상이 심각하면 지속 시간이 1년보다 짧아도 인정될 수 있다.

적절한 용어 사용에 대한 의견부터 엇갈리고 있다. WHO가 지정한 공식 명칭 ‘Gaming Disorder’는 ICD-11 코드 6C50 ‘Gambling Disorder(도박 중독)’와 같은 단어가 사용된다. ‘Disorder’는 기능상 장애를 나타내는 단어로 국내에서 차용하는 중독(Addiction)과는 궤가 다르다.

국내에서 사용하는 ‘중독’이란 단어는 대부분 심각한 부정적 의미로 사용된다. 의학적으로 신체기능 장애가 일어나는 중독은 ‘Intoxication’, 몰입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중독은 ‘Addiction’ 등 같은 단어에 부여하는 의미가 여러 가지다. 2001년 지역사회간호학회지에서는 장애를 중독의 결과로 판단할 수 있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그러나 국내 질병코드 도입 찬성 측에서는 세부적인 구분 없이 마약과 게임에 같은 의미의 ‘중독’ 단어를 사용하고 있다.

[사진=ICD-11 홈페이지 캡처]

ICD-11에서 ‘Addiction’을 검색하면 알코올, 마약, 향정신성의약품 등 의학적으로 중독 상태를 유발하는 요인이 도출된다. 도박 역시 ‘Addiction’이 아니라 ‘Disorder’로 구분하고 있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장애와 중독을 같은 의미로 뭉뚱그리고 있다.

보건복지부와 여성가족부, 교육부 등 정부부처는 게임이용장애를 한시바삐 국내에 도입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ICD-11은 권고사항이지만 복지부는 WHO 결정 직후 관계부처 전문가 협의체를 구성해 국내에 게임중독 질병코드 도입을 위한 준비 절차에 들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반면 문화체육관광부는 공식 입장을 통해 “게임중독을 질병으로 판단하는 것은 좀 더 객관적인 시선으로 판단해야 한다”며 WHO 규정에 대한 과학적 근거 부족을 이유로 국내 도입을 반대하고 나섰다. 문체부는 한국게임학회를 비롯한 90여 협회·단체·대학 협의체가 구성한 게임 질병코드 도입 반대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에 참여하고 있다.

복지부 홈페이지에서는 ‘게임이용장애’보다 ‘게임중독’ 관련 검색어가 훨씬 많다. 심지어 문체부에서도 장애보다 중독 관련 결과가 더 많다.[사진=보건복지부 홈페이지 캡처]

해당 질병코드가 한국 표준질병사인분류(KCD)에 도입되는 것은 오는 2026년으로 아직 여유가 있다. 그러나 WHO 발표 직후부터 복지부와 문체부 입장이 완강하게 엇갈리고 있어 협의는 쉽지 않아 보인다.

게임이용장애 질병코드에 대한 세계 각국 입장은 찬성보다 반대가 더 많다. 유럽, 북미, 남미, 오세아니아 등 게임 관련 협회와 단체들은 WHO가 게임이용장애 질병코드 결정을 재고해달라는 공동 성명을 발표했다. 미국 게임산업협회 ESA(Entertainment Software Association)는 “지난 40여년간 게임은 스포츠나 여타 엔터테인먼트와 마찬가지로 전 세계 20억명 이상이 즐기고 있는 문화다. 게임 문화에 질병이란 라벨을 붙이면 우을증, 사회불안장애 등 진짜 정신건강 문제가 단순화될 수 있다”고 언급했다.

게임이용장애 질병코드에 대해 한 업계 관계자는 “일상이 바뀔 만큼 영향을 주는 것은 유튜브나 넷플릭스 등 접근이 쉬운 플랫폼이 더하다”며 “지난 2013년 발의된 ‘4대 중독법’에 명시됐던 소위 ‘중독세’가 목적이 아닌가 싶은 생각까지 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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