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 안정을 위해 시행되고 있는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분양보증 제도가 되레 집값 상승을 부추기고 있다는 진단이 나온다. 사진은 강남구 대치동 아파트 단지 전경.

[이뉴스투데이 유준상 기자] 집값 안정을 위해 시행되고 있는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분양보증 제도가 되레 집값 상승을 부추기고 있다는 진단이 나온다. 아울러 인위적인 분양가 통제가 시장 생태계를 교란하고 ‘로또 청약’ 사행심을 조장하는 주범이라는 꼬리표도 붙는다.

HUG는 이달 초 고분양가 관리지역 분양가 상한 기준을 지금보다 최대 10%p 낮추는 것을 골자로 한 ‘분양가 심사기준 강화 방안’을 기습 발표했다.

HUG의 기존 분양가 상한선은 ‘주변 시세 대비 110%’다. 이보다 10% 낮추면 100%이니 주변시세보다 분양가가 단 1원이라도 높지 못하도록 규제한다는 이야기다. 집값상승을 필사적으로 막겠다던 정부가 ‘극약처방’을 쓴 것이다.

HUG는 2015년 7월 공사로 전환한 이래 분양보증 업무를 독점적으로 수행해왔다. HUG는 “분양가를 잡아놔야 장기적으로 집값이 안정될 수 있다”며 한결 같은 자세를 고수하고 있다.

전국의 모든 주택 사업자는 HUG의 분양보증이 있어야만 금융권 대출과 선분양을 진행할 수 있기 때문에 HUG가 인위적으로 조정한 분양가를 그대로 따를 수밖에 없다. HUG가 일방적으로 보증 발급을 중단하거나 연기하면 별다른 대안 없이 사업도 멈춰 섰다.

HUG의 분양보증 통제를 받는 사업장이 많아지면서 자연스럽게 주택 공급이 위축됐고, 그 결과 집값 상승을 부추기고 있다는 진단이 나온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분양가 조율 과정에서 HUG와 이견이 커진 주택 사업자들은 분양 일정을 연기하기 시작했다”며 “이에 따라 주택 공급이 줄어들면서 수요공급법칙에 따라 집값이 다시 오르고 있다”고 설명했다.

KB부동산에 따르면 HUG가 분양가 통제를 시작한 2017년 3월 이후부터 2018년 10월까지 20개월간 서울 아파트 분양가 상승률은 15.8%에 그쳤다. 반면 같은 기간 아파트값 상승률은 34.9%로 가파르게 뛰어올랐다. HUG의 분양가 규제가 집값 안정에 미치는 효과가 미미하다는 것을 보여준 것이다.

HUG의 인위적인 분양가 통제가 시장 질서를 흐리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건설사들은 아파트를 공급할 때 건설원가 등을 적정 수준으로 반영한 공급가를 산정해야 한다. 하지만 HUG가 인위적으로 분양가를 조장하면서 시장 생태계에 상당한 여파를 주고 있다는 것이다.

GS건설의 한 관계자는 “건설사들이 아파트 사업장에 뛰어들 때 가장 고려하는 점은 투입 대비 얻을 수 있는 수익이다”며 “가뜩이나 어려운 건설시장에서 분양가까지 통제를 받으면서 전반적으로 시장 전면에 나서기를 꺼려하는 분위기”라고 설명했다.

결과적으로 분양가 제한이 로또아파트 열풍을 부추기고 있다는 진단도 나온다.

청약 시장에 실수요자가 구름같이 몰리는 지역에 낮은 분양가로 청약 열기를 더 달구면 시장 과열은 그만큼 커지게 된다. 결국 분양가 제한으로 이득을 보는 수분양자가 많아지면 ‘로또 청약’의 사행심만 부추긴다는 이야기다.

실제로 2017년 9월 공급된 서초구 ‘신반포센트럴자이’의 분양가는 시장 예상가였던 4600만원 보다 350만원 낮은 4250만원 선으로 책정됐다.

지난해에도 경기 하남시 ‘미사역 파라곤’과 서울 강남구 ‘디에이치자이개포’의 분양가가 시세에 비해 낮게 책정되면서 이른바 ‘4억 로또’, ‘8억 로또’로 불리며 투기 광풍으로 이어진 바 있다.

결국 이번에 ‘분양가 심사기준’이 더욱 강화되면서 로또 청약 열풍이 더욱 거세질 것이란 예측이 나온다.

노우창 한국주택문화연구원 기획실장은 “분양보증으로 분양가 통제를 받는 아파트에 ‘당첨은 곧 시세차익’이라는 이야기가 통용되고 있다”며 “투기꾼들에게는 로또 청약, 내 집 마련을 준비해온 서민에게는 프리미엄 혜택 불균형이라는 악재를 남겼다. HUG의 분양보증이 주택시장의 안정화에 기여하고 있는지 되돌아봐야 할 때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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