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 광장의 모습

[이뉴스투데이 김용호 기자] 1980년대 초반에서 2000년대 초반에 출생한 밀레니얼 세대는 기업에서 가장 관심을 갖고 분석하는 타깃이다. 정보기술에 능통하고 자신만의 취향과 가치를 중시하는 이 세대가 경제력을 겸비한 소비층으로 부상하면서 이들의 선택은 곧 시장의 트렌드가 되기도 한다.

밀레니얼 세대는 기성세대와는 다른 행동 양식을 보이는데 ‘공간(space)’을 경험하는 방식 역시 마찬가지다. 보이는 것보다 숨은 의미를 더 중요시하고, 한 곳에 얽매이기 보다 필요에 따라 유동적으로 공간을 나눠 쓸 줄 알며, 기술을 통해 물리적인 공간의 제약을 즐거움의 요소로 활용한다.

스타트업의 동향과 우수 사례, 기업 소식, 우수 기업 및 인물 인터뷰 등을 집중적으로 소개하며 스타트업에 힘을 보태고 있는 이뉴스투데이는 밀레니얼 세대의 공간 경험 트렌드를 알아보고 이에 발 맞춰 선보여지는 스타트업들의 다양한 시도와 서비스도 함께 소개하고자 한다.

밀레니얼 세대는 어떻게 공간을 경험하고 있을까?

“세련되지 않아도 괜찮아, 스토리가 있으니까”

옥의 티 하나 없이 깔끔하고 편리한 공간은 오히려 “갬성이 없다”고 여겨진다. 과거의 것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하는 ‘뉴트로(NEW-TRO, New+Retro)’가 새로운 문화현상으로 자리잡으면서 낡고 허름한 공간들이 오히려 신선하고 독창적인 공간으로 해석된다. 『트렌드 코리아 2019』에서는 “1020세대에게 뉴트로 공간은 과거라는 이름의 ‘가보지 않은 곳’에 대한 설렘”이라고 정의하기도 했다.

가장 핫한 뉴트로 공간의 메카로는 을지로를 들 수 있다. 을지로에는 오래된 상가 건물 원형을 유지하면서도 이색적인 바, 커피숍, 레스토랑이 즐비하며, #을지로감성 #을지로핫플 #을지로힙스터 등의 해시태그가 달린 인증샷이 하루에도 수백 장씩 SNS에 올라온다.

어릴적 할머니 집에서 보았을 법한 자개장과 촌스러운듯 알록달록한 창문이 인상적인 커피한약방은 조선 시대 의약관청인 혜민서가 있던 터에 자리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커피를 처음 마셨다는 고종황제가 살던 시절, 개화기 때의 모습을 그대로 재현한 가운데, 옛날 한약방에서 약재를 담았던 서랍장, 중국 송나라때 나무로 만든 테이블 등 각종 소품들과 그림까지 다양한 볼거리가 있다.

3명의 예술가들이 함께 운영하는 호텔수선화는 낮에는 카페, 밤에는 바로 변신하는 곳으로, 그 흔한 엘리베이터도, 간판도 없다. 눈을 크게 뜨고 낙서 같은 지표를 찾아내야 하며 낡은 계단을 이용해 4층까지 올라야만 공간을 만나볼 수 있다. 전반적으로 다듬어지지 않은 거친 느낌과 아기자기한 소품이 혼재돼 마치 예술가의 아지트의 방문한 듯한 느낌을 준다.

부산에는 고려제강의 옛 공장의 정취를 살린 복합문화공간이 있고, 강화도에는 방직 공장 건물을 그대로 카페로 살려낸 곳이 있다. 한적한 청초호를 바라보고 서 있는 속초 칠성조선소는 65년 동안 배를 수리하고 만들었던 공장으로, 조선소 마당 옆에 있던 살림집을 개조해 만든 조선소 살롱과 함께 전시장, 오픈 팩토리 등 총 4개의 공간을 운영한다. 노출된 잿빛 콘크리트, 외벽의 벗겨진 페인트, 배를 끌어내리거나 진수하는 데 사용한 녹슨 레일과 사슬 등 세월이 묻은 건물의 곳곳을 그대로 살려둔 것이 특징이다. 오픈 팩토리에는 속초 동아서점에서 큐레이션 해 둔 책을 비치하기도 했다.

“소유하지 않아도 괜찮아, 같이 쓰면 되니까”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스파크플러스, 위워크, 르호봇, 카우앤독 [사진=스파크플러스 페이스북, 위워크 홈페이지, 구글 플레이스토어]

세계 10대 데카콘(기업 가치 100억 달러(한화 약 11조원) 이상을 평가받는 비상장 스타트업) 중 4개가 공유 기업이다. 공유 경제의 급격한 성장에는 밀레니얼 세대의 영향력도 상당했다. 소유보다 공유를 통한 경험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이들은 불필요한 자원을 낭비하며 새것을 사서 쓰는 것보다 가진 것을 공유하거나 혹은 가지지 못한 것을 나눠 사용하는 생활 방식에 열려 있다. 같이 사는 집, 같이 일하는 오피스, 같이 요리하는 주방 등 함께하는 공간이 이들에게는 전혀 낯설지 않은 것이다.

이에 함께 일하는 공간의 발전도 두드러졌다. 1인 사업자, 1인 크리에이터 등 밀레니얼 세대의 업무 행태가 점차 전문화, 세분화하면서 한 공간에서 다양한 사람들과 자유롭게 일할 수 있는 코워킹스페이스(CoWorkingSpace)가 최근 몇 년 사이 여럿 생겼다. 2015년 패스트파이브가 첫 발을 내딛었고, 2016년 위워크가, 뒤를 이어 르호봇, 스파크플러스 등이 등장했다. 규모는 조금 작지만 매니아층을 확보한 코워킹스페이스도 있다. ‘Co Work And Do Good(함께 일하면서 좋은 일을 하자)’를 의미하는 카우앤독(COW&DOG)은 성수동의 대표적인 코워킹스페이스로, 건물 전면부를 통유리로 만들어 시원시원한 개방감을 살린 가운데, 굉장히 조용한 분위기에서 집중하는 분위기를 추구하고 있다. 전체적으로 북카페 같은 느낌이 들도록 한 가운데, 최소한의 프라이버시는 지켜지도록 영역 간의 구분은 있으나 어느 한 공간도 완벽히 폐쇄적인 곳은 없다.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심플키친, 배달의민족, 위쿡, 먼슬리키친 [사진=심플키친 페이스북, 배달의민족, 위쿡 페이스북, 먼슬리키친 카카오플러스친구]

주방을 공유하며 함께 요리하는 공간도 늘어나고 있다. 공유 주방은 주방설비를 갖춘 음식 제조공간을 사업자가 필요한 시간·넓이만큼 임대해 활용할 수 있는 서비스로, 재료비 역시 공동 구매를 통해 낮출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심플키친, 배민키친, 먼슬리키친 등이 공유 주방 시장에 적극적으로 뛰어들고 있고 최근에는 우버가 국내 공유주방 시장에 클라우드키친 진출을 선언하기도 했다. 종로에 위치한 위쿡은 공유주방에서 만든 음식을 판매할 수 있는 카페와 식료품점, 코워킹스페이스, 제품 촬영을 위한 푸드스튜디오도 제공한다. 한 작업대당 기준이 두 명, 동시간대는 32명 이용 가능하며 24시간 운영한다.

“가지 않아도 괜찮아, 경험할 수 있으니까”

태어날 때부터 디지털 문화를 접했다는 의미에서 디지털 원주민 혹은 디지털 네이티브로 알려진 밀레니얼 세대는 새로운 기술과 스마트폰 등 디지털 미디어기기에 익숙하다. 이들은 가상현실(Virtual Reality, VR), 증강현실(Augmented Reality, AR) 등 몰입형 기술을 통해 공간의 제약을 오히려 즐거움의 요소로 활용할 줄 안다. 마음만 먹으면 직접 가지 않아도 루브르 박물관의 모나리자를 보고, 에펠탑이 마치 내 앞에 있는 것처럼 경험할 수 있는 그야말로 초연결 사회에 살고 있다.

유명 박물관과 미술관을 가상현실로 투어하는 웹 서비스는 세계적으로 점차 일반화되고 있다. YouVisit에서는 웹과 VR앱을 통해 파리 루브르 박물관의 외관을 포함해 10개의 전시 구역을 감상할 수 있고, VR 헤드셋 오큘러스 리프트(Oculus Rift)와 오큘러스 기어(Gear) 사용자는 Boulevard 앱으로 세계 주요 박물관 및 역사적 명소를 경험할 수 있다. 미국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은 The Met 360˚로 불리는 가상현실 투어 프로젝트를 통해 메트로폴리탄 구석구석을 360도 관점에서 볼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모든 영상은 유트브에서 확인할 수 있으며, 영상마다 간략한 소개가 곁들어져 있어 이해에 도움을 받을 수 있다.

YouVisit 파리 루브르 박물관 VR 투어 모습(위), 어반베이스 AR Scale 사용 모습 [사진=YouVisit 홈페이지 캡처, 어반베이스]

국내 기업 가운데는 3D 공간데이터 플랫폼 어반베이스가 AR Scale을 통해 전 세계 건축물을 증강현실로 즐길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증강현실은 가상의 3D 콘텐츠를 마치 실제 공간에 있는 것처럼 보여주는 기술이다. 그동안 일반인이 직접 그 장소에 가지 않고 건축물을 볼 수 있는 방법은 사진이나 영상 뿐이었지만 증강현실을 통해 전 세계 모든 건축물들을 입체적으로, 현실감 있게 즐길 수 있다.

아울러 풍부한 정보가 담긴 3D 콘텐츠를 통해 건축물의 재질, 컬러 등을 보다 깊게 살펴보고 이해할 수 있으며, 건축물의 3D 파일을 가지고 있는 건축가, 3D 아티스트는 AR Scale 웹에 해당 파일을 올리고 앱과 바로 연동해 사용할 수 있고, 3D 파일이 없는 일반인이라면 AR Scale 앱을 다운로드 후 사용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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