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 더 키운’ ESS 화재 원인 발표…배터리 원인서 슬쩍 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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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 더 키운’ ESS 화재 원인 발표…배터리 원인서 슬쩍 빼
4가지 진단 모두 “발생할 수 있음을 확인했다”는 식…화재 개연성 큰 배터리 제외, ‘결탁 의혹’ 확산
  • 유준상 기자
  • 승인 2019.06.12 16: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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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훈 민관합동ESS화재사고원인조사위원장 등이 지난 11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산업통상자원부에서 총23개 에너지저장장치(ESS) 화재사고에 대한 조사결과를 발표한 뒤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뉴스투데이 유준상 기자] 정부가 에너지저장장치(ESS) 화재 사고 조사 결과를 발표했지만 사실상 원인 규명에는 실패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화재를 촉발할 요소를 지목했지만 ‘입증’이 아닌 ‘추정’에 의한 것이기 때문이다. 더욱이 화재 개연성이 큰 배터리는 원인에서 제외하면서 ‘배터리 제조사’와의 결탁 의혹으로까지 번지고 있다.

지난 11일 산업통상자원부는 ESS 화재 원인을 ‘전기적 충격에 대한 배터리 보호시스템 미흡’, ‘운영환경 관리 미흡’, ‘설치 부주의’, ‘ESS 통합제어·보호체계 미흡’ 등 네 가지로 요약‧발표했다.

정부는 먼저 절연 성능이 저하된 직류접촉기가 폭발해 배터리보호장치 내에 버스바와 배터리보호장치의 외함에서 2차 단락 사고가 발생하면서 배터리에서 화재가 발생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또 산지 및 해안가에 설치된 ESS는 반복되는 결로와 다량의 먼지에 노출된 환경에서 운영되고 있어서 셀과 모듈 외함간 접지부분에서 절연이 파괴돼 화재가 발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나아가 정부는 공조기 주변에 용융흔적이 발견된 것은 수분, 분진, 염수 등의 환경에서 절연성능 저하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배터리 보관불량, 오결선 등 ESS 설치 부주의시에 화재가 발생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마지막으로 제작 주체가 다른 EMS·PMS·BMS가 SI업체 주도로 유기적으로 연계·운영되지 못한 점도 화재 원인인 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에 대해 유관업계는 “개연성을 바탕으로 한 추정에 불과해 화재를 촉발한 직접적인 원인으로 진단하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총평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에너지학과 교수는 “4가지 배터리 원인 진단 모두 종결 어미에 '발생할 수 있음을 확인했다'는 식의 표현을 썼다”면서 “화재를 촉발할 원인은 될 수 있지만 실제 사고의 원인이라고 규정짓기에는 무리수”라고 진단했다.

ESS의 핵심 요소인 배터리가 화재 원인이 될 수 있는지 여부에 대해서도 모호한 입장이다. 정부는 4가지 원인 분석 뒤 마지막 단락에서 “일부 배터리셀에서 결함이 발견됐다”면서도 “이를 모사한 시험을 했으나 배터리 자체 발화로 이어질 수 있는 셀 내부단락은 발견되지 않았다”고 자체적인 판단을 했다.

문제는 뒷부분이다. 이어 “다만 제조결함이 있는 상황에서 배터리 충방전 범위가 넓고 만충상태가 지속적으로 유지되는 경우 자체 내부단락으로 인한 화재발생 가능성이 높아질 수 있다”고 입장을 발표했다.

앞의 네 가지 요소와 같이 배터리의 결함이 화재 사고 촉발시킬 수 있는 개연성이 충분이 있음에도 ‘원인 진단’에 포함시키지 않은 것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한 에너지 전문가는 “정부가 지목한 네 가지 원인 모두 개연성을 바탕으로 한 추론일 뿐 실제 사고를 일으킨 원인으로 입증되지는 않았고, 배터리를 슬쩍 제외시킨 것은 배터리 제조사와의 결탁 의혹을 불러 일으킨다”며 “더욱이 각 요소가 유기적으로 맞물려 돌아가야 하는 ESS의 대부분의 요소에서 하자가 발견된 것은 앞으로도 ESS의 안전성을 담보할 수 없다는 이야기”라고 밝혔다.

한편 ESS 화재 사고는 2017년 8월 전북 고창의 풍력발전 연계용 ESS에서 최초로 일어난 뒤 작년 5월부터 집중적으로 발생해 현재까지 총 23건이 발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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