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왼쪽부터), 조정식 정책위의장,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1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가업상속 지원세제 개편방안 당정협의'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뉴스투데이 이상헌 기자] 정부·여당이 발표한 상속세제 개편안에 대한 불만이 커지고 있다. 정책 효과를 느끼기 어려울 정도의 처방인데다, 첫 단추부터 잘못 끼워진 '엉터리 제도'는 여전하다는 지적이다. 

11일 재계에서는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이 발표한 '가업상속지원세제 개편안'이 기업승계를 돕는 본래의 취지를 살리지 못하는 것은 물론, 독일로부터 잘못 모방한 제도가 수년째 이어지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크다.

기획재정부는 이날 중소·중견기업이 고용인원, 업종, 자산규모를 유지해야 하는 기간을 10년에서 7년으로 완화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개편안을 발표했다. 그러면서 가업상속 공제대상 기업의 매출액 기준은 현행 3000억원 미만으로 유지하기로 했다.

대기업·중견기업·중소기업 규모를 따질 것 없이 기업승계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투자·일자리 감소 우려가 커진 가운데, 정부가 이번에 내놓은 대책이 "효과는커녕 변화를 체감하기 어려운 수준"이라며 재계는 비난 일색이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기업 상속은 부의 세습이 아니라 기업가 정신, 기업문화, 고유기술 같은 기업 핵심역량의 발전을 통한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것"이라고 강조하며 △상속세 최고세율 인하, △최대주주 할증평가 폐지, △가업상속공제의 적용대상 및 사전·사후관리 요건 대폭 완화가 필요하다고 거듭 요청했다. 

한국중견기업연합회도 "기업 승계시 업종변경 허용 등 일부 개선 방안을 내놓은 것은 환영할 만하다"면서도 "안정적인 승계 지원에 필수인 공제 대상과 공제 한도 확대가 외면된 것은 안타깝다"는 입장을 내놨다. 기업승계를 여전히 '부의 대물림'으로 인식하는 반기업정서에 흔들린 결과라는 얘기다.

중소기업중앙회 역시 "고용과 자산유지 의무, 피상속인 최대주주 지분요건의 경우 중소기업계의 목소리가 충분히 반영되지 않았다"며 "급여총액을 유지하는 방식을 도입해 중소기업이 탄력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여지가 필요하다"고 건의했다. 

아울러 "자산유지 의무의 경우도 처분자산을 전부 가업에 재투자 시 예외인정이 필요하며, 피상속인 최대주주 지분요건 또한 비상장법인 40% 및 상장법인 20% 이하로 낮추는 것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전문가들은 지난 2014년 '독일식 가업승계 제도' 도입 당시 반재벌 정서에 편승해, 본래의 제도를 잘못 모방해 적용해온 것이 정책 실패의 큰 요인으로 보고 있다. "독일에서는 대기업을 대상으론 기업상속 공제가 이뤄지지 않는다"는 근거 없는 믿음이 대·중소기업간 규모에 따른 차별을 낳으며 부작용이 더욱 커졌다는 얘기다. 

국회입법조사처가 지난 5월 발간한 '가업상속공제제도의 현황과 향후과제' 보고서도 이런 인식의 문제를 잘 보여준다. 입법조사처는 이 보고서에서 독일의 대기업 예외 규정이 엄격해 "한국에 비해 가업상속공제 적용대상이 넓다고 평가하기 어렵다"고 주장했지만 정작 현실은 정반대다.

이성봉 서울여대 경영학과 교수에 따르면 기업 재산이 2600만유로 이상인 대기업도 감면율 감축 방식을 최대 9000만유로까지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아울러 상속인의 사재 및 비사업용자산의 50%내 상속세 납부시, 이를 초과하는 상속세 부분은 전액 감면된다.

이 교수는 "이 외에도 차등의결권, 가족재단, 공익재단, 지분풀링협약과 같은 여러 가지 합법적인 기업승계 대안을 활용할 수 있다"며 "도입 당시 잘못된 접근이 가업승계 제도를 애물단지로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잘못된 모방에 따른 결과의 차이도 극명하다. 독일의 경우 2014~2017년 매년 2만2842건에 575억유로(약 77조원)가 기업승계공제로 활용된 것에 비해, 같은 기간 한국의 가업상속공제(증여세과세특례포함)는 197건, 3790억원에 불과했다. 독일의 1%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이다. 

최준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정치인들이 이 핑계 저 핑계 대면서 이번 역시 공제액 확대를 안건에 올리지 않았다"며 "가업이 아닌 기업상속공제로 개념을 통일하는 것부터 시작해 재계가 한목소리를 낼 수 있어야 상속세율 인하, 최대주주 할증평가 폐지 등의 제도개선을 이룰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여러분의 제보가 뉴스가 됩니다. 각종 비리와 부당대우, 사건사고와 미담, 소비자 고발 등 모든 얘깃거리를 알려주세요

이메일 : webmaster@enewstoday.co.kr

카카오톡 : @이뉴스투데이

저작권자 © 이뉴스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