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소재의 한 원동기정비소에서 차량 엔진을 정비하고 있다. [사진=고선호 기자]

[이뉴스투데이 고선호 기자] 원동기정비업 허가 기준이 현장 특성을 고려치 못한 모호한 가이드라인으로 인해 제 기능을 못하고 있다.

특히 일부 정비업체에서는 필요한 성능에 한참 못 미치는 부실한 장비를 들여와 허가를 받는 등 관련 제도 도입 취지에 벗어난 행태들이 드러나고 있다.

10일 국토교통부와 관련 업계 등에 따르면 원동기정비업체로 허가받기 위해서는 실린더보링기, 실린더호닝기, 크랭크샤프트연마기 등 필수 허가 장비를 갖춰야만 영업이 가능하다.

하지만 현행 기준에 허가 장비에 대한 세부적인 기준이 마련돼 있지 않은 이유로 대다수의 정비업체가 정밀도가 낮은 저가 임시야전장비를 들여와 허가를 받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에 대한 관리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현행 자동차관리법 허가장비 목록에 실린더보링기, 실린더호닝기, 크랭크샤프트연마기 라고만 표기돼 있을 뿐 구체적인 기준이 명시돼 있지 않기 때문이다.

최영태 TM모터스 대표는 “잘못된 기준으로 인해 정비업체들이 의미 없는 절차에 매달려야 하는 상황이다. 몇 억이 들더라도 필요하면 업체들이 알아서 구비하겠지만 이용빈도가 낮아 효용성이 떨어진다”라며 “이 뿐만 지자체 담당자들이 현장점검을 나오더라도 전문성이 없기 때문에 장비의 작동 유무 등 상태에 대한 체크를 제대로 못하기 때문에 정비소 입장에서는 굳이 정식 제품을 들이려고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엔진의 분해·가공·재생·조립 등의 세밀한 작업이 이뤄지는 원동기정비업의 경우 정밀한 세공이 필수적임에도 불구하고 허가장비의 이용 빈도가 낮고 유지비가 비싸다는 이유로 고정식보링기와 비교해서 정밀도가 현격하게 떨어지는 야전용 장비를 들여와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

원동기정비소 허가에 필요한 장비 중 하나인 실린더보링기. [사진=고선호 기자]

물론 임시야전장비를 들여놨다고 하더라도 모든 업체들이 해당 장비로 정비를 하고 있지는 않다.

대다수의 업체들은 보링기가 필요한 정비가 있을 때 정식장비를 갖추고 있는 규모가 큰 업체에 외주를 통해 수리를 진행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필수적으로 갖춰야하는 허가장비들이 현장에서 제 기능을 못하고 있는 것은 물론 이용 빈도자체가 적어 실질적으로 들여놔야 할 의미가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정식장비를 갖춘 업체를 운영하고 있는 김상문 서울보링대표는 “엔진 정비 환경이 많이 바뀌면서 보링기를 이용한 정비가 필요한 경우가 그렇게 많지 않다. 만약 필요하다하더라도 장비를 갖춘 상위 업체에 외주형태로 작업이 이뤄지기 때문에 사실상 의미가 없는 허가기준이다”라며 “야전장비만 해도 2000만원이 넘고 제대로 다 갖추는 데만 5000만원 가까이 소요되지만, 거의 사용하지 않을뿐더러 담당 인력까지 배치해야하기 때문에 중소업체에서 해당 장비들을 운용하라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다. 전형적인 책상머리 행정의 행태”라고 지적했다.

한편 임시야전용장비로 정비가 이뤄질 경우에 대한 문제점도 제기됐다.

엔진 고장으로 정비소에 입고된 차량의 실린더 내부가 훤히 드러나 있다. [사진=고선호 기자]

일부업체에서는 부실한 장비로 엔진 수리를 자행하고 있지만, 이마저도 불법으로 적용되지 않아 부실수리, 환경오염 등의 문제가 염려되고 상황이다.

이처럼 야전용 장비로 엔진 정비가 이뤄질 경우 엔진 실린더 홈의 마모로 엔진 압축압력이 낮아져 시동꺼짐 등의 안전문제가 발생할 수 있으며, 엔진 내부 압력이 낮아져 엔진 불안전 연소로 인한 환경문제가 야기될 수 있기 때문에 세부 기준에 대한 재정립이 필요한 시점이다.

한국자동차공학회 관계자는 “실린더의 마모가 생기면 차량 기동 자체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차량 생명은 물론 주행 중 안전에도 영향을 끼치는 사항”이라며 “주행을 위한 필요 연료량도 높아져 이에 따른 배기가스 증가로까지 연결될 수 있어 엔진 정비는 반드시 정식 장비로 이뤄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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