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사진=연합뉴스]

[이뉴스투데이 이상헌 기자] '불황형 흑자'가 옛말이 됐다. 반도체 등 일부 산업에 기대오던 경상수지가 적자로 돌아섰다. 가공할 만한 추락 속도지만 이렇다할 해법은 보이지 않는다.

7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1분기 경제성장률이 당초 –0.3%로 발표됐으나 이마저도 –0.4%로 하향 조정됐다. 수출은 지난해 12월부터 꺾기기 시작해 지난 4월 경상수지는 6억6000만 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2012년 이래 7년만에 적자를 기록하며 산업계의 위기감이 최고조다. 

한국은행은 이번 적자 원인에 대해 매년 4월 외국인 투자자들이 집중적으로 배당(50억 달러 상당)을 받아간 것에 따른 일시적인 현상이라 설명했다. 

하지만 산업 현장 상황을 보면 변명에 불과하다. 원-달러 환율이 최근 크게 상승해, 수출가격 경쟁력이 생겼음에도 정부가 기대하는 수출 밀어주기 전략이 전혀 먹히지 않고 있다. 

가전업계 한 관계자는 "국내 생산을 해외 생산으로 전환해 환율상승이 생산에 미치는 영향은 예전 같지 않다"며 "신흥국 통화가치 하락에 따른 구매력 약화로 오히려 매출 감소가 우려된다"고 말했다.

국내에 합금 공급을 전문으로 하는 D사 관계자는 "원료비가 제품원가의 80% 이상인 반면 수출비중이 12% 정도로 크지 않아 원화 약세로 인한 수익성 악화가 우려된다"고 말했다. 

주력업종의 추락은 더욱 심각하다. 한국경제연구원이 국내 주력산업 협단체 전문가들과 함께 올해 수출 전망을 조사한 결과 반도체 등 6개 주력업종이 평균 11%의 수출 감소를 겪을 전망이다. 

업종별 수출 감소는 반도체 –20.0%, 무선통신기기 –20.0%, 디스플레이 –6.1% 순으로 나타나 미국과 무역분쟁을 겪는 중국을 거치는 산업 대부분이 해당됐다. 반면 수출 증가가 예상되는 업종은 선박 3.0%, 자동차 2.0%, 철강 0.0%로 일부 품목으로 소폭 증가에 그쳤다.

이번에 발표된 11% 수출감소 전망치는 각 업종 전문가들이 제시한 하반기 수출증감률 전망치를 금액기준으로 전환·합산해 전년 동기와 비교한 것이어서 예측도가 상당히 높다.

국내적 소득주도성장론과 함께 미·중간 보호무역이 산업 위기의 큰 원인이다. 한국은 중간재를 중국에 수출하고 완제품을 만들어 미국 등 해외에 수출하는 방식으로 경상수지 흑자 상태를 유지해왔으나 직격탄을 맞게 됐다. 

고도화된 경쟁력을 통해 수년간 흑자를 기록해온 새로운 수출산업으로 주목 받아온 정유·화학업계에도 경고등이 커졌다. 미·중 무역분쟁, 중국 정유사 증설이라는 겹악재가 현실화되면서다. 전자는 기초소재 수요 감소를 의미하며, 후자는 공급과잉을 의미한다. 

무역협회는  미국의 대 중국 관세 부과로 한국의 수출이 1조원 이상 감소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김영훈 바른사회시민회의 경제실장은 "주력업종이 추락의 폭이 너무나 커 나머지가 보완하려고 해도 밑빠진 둑에 물붓기"라며 "미·중간 관세가 25% 인상된 이달부터는 상황이 더욱 심각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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