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브 잡스. [사진=플리커]

[이뉴스투데이 여용준 기자] 7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산호세에서 폐막한 애플 세계 개발자 대회(WWDC)에서 팀 쿡 애플 CEO는 올 가을부터 애플에 일어나게 될 대대적인 변화를 예고했다. 새로운 iOS가 공개됐고 아이패드와 애플워치는 저마다의 OS로 운영된다. 애플의 대표적인 앱 마켓이었던 아이튠즈는 역사 속으로 사라지고 스트리밍 사업에 대한 포부도 밝혔다. 

애플과 그 제품들을 열렬히 지지했던 사람들에게는 꽤 파격적인 변화다. 그들 대부분이 애플의 창업자 스티브 잡스 때문에 지지를 보냈지만 이제 애플에서 잡스의 흔적을 찾아보기 어렵게 됐다. 특히 아이튠즈가 사라진다는 점은 잡스와의 결별이라고 봐도 무방할 정도다. 

애플과 스티브 잡스의 결별은 이미 오래전부터 있어왔다. 잡스는 살아생전 가장 이상적인 스마트폰 크기로 4인치 디스플레이를 강조했다. 한손에 쏙 들어오고 사용하기 편하다는 점 때문이다. 그러나 잡스가 사망한 후 애플은 ‘플러스’ 모델을 통해 대화면 아이폰을 잇따라 출시했다. 가장 최근에 출시한 아이폰XS맥스는 디스플레이 크기가 무려 6.5인치다. 

스티브 잡스가 2011년 10월 사망했으니 이런 변화는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지난 8년 새 IT세상은 엄청난 속도로 변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잡스의 유산이 사라진다는 점은 애플 유저들에게는 아쉬울 수밖에 없다. 

그 아쉬움을 달랠 수 있는 영화 2편 있다. 2013년 만들어진 영화 ‘잡스’와 2015년 만들어진 ‘스티브 잡스’다. 두 영화는 모두 스티브 잡스의 전기영화지만 잡스에 대해 꽤 다르게 묘사하고 있다. 한 영화는 뚝심 있고 기발한 발명가로 묘사했고 다른 영화는 독단적인 소시오패스이자 무책임한 가장으로 묘사했다. 어느 영화가 옳은 지 확인할 순 없지만 잡스의 여러 얼굴을 볼 수 있다는 점에서 이들 영화는 대단히 흥미롭다. 

영화 '잡스' 속 애쉬턴 커쳐. [사진=누리픽쳐스]

조슈아 마이클 스턴이 연출하고 애쉬턴 커처가 주연한 영화 ‘잡스’는 스티브 잡스의 대학시절부터 애플의 창업 이후 이어지는 추락과 재기까지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말 그대로 스티브 잡스의 삶을 쫓아가는 영화는 개봉 후 “잡스를 지나치게 미화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잡스의 동료였던 스티브 워즈니악은 이 영화가 지나치게 잡스를 미화했으며 고증에도 많은 오류가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애플을 만드는데 공헌한 다른 사람들이 지나치게 묻혔다는 점을 강조했다. 심지어 워즈니악은 이 영화에 대해 “아첨한다”고 평가했을 정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화는 개봉 후 “스티브 잡스를 소시오패스처럼 그렸다”는 말을 그렸다. 소시오패스처럼 그린 게 잡스의 측근으로부터 “아첨한다”는 평가를 받는다면 실제 스티브 잡스는 대체 어떤 사람일까?

2년 뒤 만들어진 영화 ‘스티브 잡스’는 실제 스티브 잡스에 조금 더 근접한 영화일지도 모르겠다. 이 영화는 ‘28일후’와 ‘슬럼독 밀리어네어’를 만든 대니 보일이 연출하고 ‘엑스맨:다크 피닉스’에도 출연한 마이클 패스벤더가 스티브 잡스 역을 맡았다. 

이 영화는 월터 아이작슨이 쓴 동명의 전기를 원작으로 삼고 있다. 영화는 스티브 잡스에게 가장 중요했던 3건의 프레젠테이션(1984년 매킨토시 공개, 1988년 NeXT 이벤트, 1998년 아이맥 공개)의 시작 30분 전 상황을 보여주고 있다. 

이 긴박한 순간에서 주를 이루는 것은 스티브 잡스의 딸, 스티브 워즈니악, 존 스컬리 등 주변인들과의 갈등이다. 그는 매순간 독단적이었고 주변 사람을 배려하지 않는다. 실제로 스티브 잡스는 딸 리사의 존재를 부정했고 친부소송까지 벌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영화 '스티브 잡스' 속 마이클 패스벤더. [사진=유니버셜 인터내셔널 코리아]

다만 ‘스티브 잡스’의 마지막 장면은 꽤 의미심장하다. 하버드에 다니는 딸은 아버지의 프레젠테이션장에 왔다가 돌아서서 떠난다. 잡스는 그런 딸을 붙잡는다. 딸의 손에는 워크맨이 들려져있다. 잡스는 “이 아빠가 조그만 기계에 노래 수천곡을 담아주면 어떨까?”라고 묻는다. 여전히 잡스와 딸의 관계는 냉랭하다. 그럼에도 잡스는 애플 최고의 히트상품 아이팟을 떠올린다. 

위대한 과학자는 어느 한 지점에서 결함이 있을 수 밖에 없다. 잡스의 경우에도 가족과 주변인에게 소홀했던 만큼 자신과 회사의 성공을 이끌어냈다. 이는 데이빗 핀쳐의 영화 ‘소셜 네트워크’가 묘사하는 마크 주커버그를 봐도 마찬가지다(‘스티브 잡스’의 각본을 쓴 애런 소킨은 ‘소셜 네트워크’로 그 해 아카데미 각본상과 각색상을 수상했다). 

스티브 잡스가 애플의 창업자로서 일군 성과들은 위대하고 엄청난 업적들이다. 그러나 그가 잃은 것들을 감안한다면 이는 결국 희생의 문제다. 잡스뿐 아니라 많은 과학자와 연구자들이 마찬가지다. 성공을 위해 소중한 가치를 잃을 준비가 됐다면 스티브 잡스를 롤모델로 삼아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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