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뉴스투데이 여용준 기자] 미국 정부의 화웨이 제재가 다각화 되면서 삼성전자의 계산이 복잡해졌다. 미국의 화웨이 봉쇄령에 따라 구글이 거래를 중단한데 이어 인텔과 퀄컴 등 부품 기업들까지 화웨이와 거래를 중단했다. 

이에 따라 화웨이 스마트폰의 판매량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돼 삼성전자가 시장을 공략할 여지가 많아졌다. 다만 스마트폰과 부품 시장 전체가 위축될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돼 계산이 복잡해진 상황이다. 

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업장 전경. [사진=삼성전자]

◇ 파운드리 추격 발판…스마트폰 격차 벌릴 듯

6일 타이베이타임스에 따르면 세계 최대 파운드리 기업인 TSMC가 화웨이의 반도체 주문량이 줄어들고 있다고 밝혔다. 류더인 TSMC 회장은 “프리미엄 스마트폰에 대한 수요가 감소하고 재고가 많아지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미국의 제재가 단기적으로 TSMC에도 영향을 줄 것이라고 강조했다. 

TSMC는 반도체를 전문으로 생산하는 파운드리 기업이다. 화웨이는 자사 스마트폰에 들어가는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등을 TSMC에서 공급 받고 있다. 화웨이의 자회사인 하이실리콘이 AP를 설계·개발하고 있다.

이에 따라 파운드리 시장에서 TSMC를 추격하고 있는 삼성전자는 격차를 좁힐 수 있는 기회를 잡게 됐다. 시장조사기관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1분기 파운드리 점유율은 TSMC가 48.1%로 1위를 차지하고 있고 삼성전자가 19.1%로 2위, 그 뒤를 글로벌파운드리와 UMC, SMIC 등이 잇고 있다. 

화웨이와 애플 등이 주요 거래선인 TSMC는 화웨이의 주문량이 줄어들면서 단기적으로 실적에 타격이 예상되고 있다. 

최근 시스템 반도체에 투자를 확대하며 2030년까지 파운드리 1위에 올라서겠다고 발표한 삼성전자는 거래선을 다각화하면서 추격의 계기를 만들 수 있게 됐다. 

여기에 스마트폰 판매량도 줄어들 것으로 예상돼 삼성전자는 격차를 더 벌릴 수 있게 됐다. 시장조사기관 스트래티지 애널리틱스(SA)는 미국의 이같은 제재가 이어질 경우 연간 스마트폰 판매량이 절반으로 줄어들 수 있다고 전망했다. 앞서 SA는 화웨이의 연간 스마트폰 판매량을 2억4110만대로 예상했으나 미국의 제재 소식 이후 1억1960만대로 조정했다. 

화웨이 스마트폰의 출하량이 줄어들면서 하반기 갤럭시노트10을 내놓는 삼성전자는 반사이익을 얻을 수 있게 됐다. 특히 상반기 갤럭시S10으로 중국과 동남아에서 점유율을 일부 회복한 삼성전자는 하반기에도 이 기세를 이어간다는 전략이다. 시장조사기관 가트너에 따르면 1분기 스마트폰 점유율은 삼성전자가 19.2%로 1위, 화웨이가 15.7%로 2위를 차지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연합뉴스]

◇ 메모리·디스플레이 반사이익 크지 않을 듯…美·中 줄타기 고심

미국의 반도체 기업들과 거래가 줄어든 화웨이가 삼성전자에 손을 내밀면서 반사이익을 볼 것이라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송명섭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화웨이 포함 중국 IT 세트 업체들이 마이크론, 인텔, 퀄컴 등 미국 반도체에 대한 주문을 축소시키고 한국 반도체 업체들에 대한 주문을 증가시킬 경우 하반기 삼성전자의 반도체 부문에 대한 수혜가 더욱 커질 수 있다”고 예상했다.

노근창 현대차증권 연구원도 “스마트폰의 경우 화웨이는 서유럽과 신흥시장에서 삼성전자의 시장 점유율 하락에 큰 영향을 주었다”며 “화웨이 이슈는 삼성전자와 삼성 계열사의 시장 점유율 확대에 좋은 기회 요인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화웨이의 스마트폰 판매량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돼 메모리와 디스플레이의 공급량이 줄어드는 것은 불가피해졌다. 이에 따라 화웨이가 삼성전자에 의존도를 높이면서 얻게 되는 반사이익은 줄어든 판매량으로 상쇄될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 따르면 최근 화웨이 임원이 삼성전자와 LG전자, SK하이닉스, 삼성디스플레이, LG디스플레이, LG이노텍 등을 방문해 거래를 유지해줄 것을 요청했다. 이들 기업들은 우선 화웨이와 거래를 지속하기로 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 기업 관계자는 “정부에서 별다른 안내나 지침을 주지 않은 상태다. 당장 부품 공급을 중단할 이유는 없지만 워낙 상황이 가변적이어서 일단은 지켜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현재 중국뿐 아니라 미국과도 거래를 확대하고 있다. 만약 미국 정부가 화웨이와 거래를 이어간 삼성전자에 압력을 가할 경우 난처한 입장에 놓일 수 있다. 이는 화웨이에 부품을 공급했다는 것에 대한 직접적인 보복은 아니더라도 지난해 1월 세탁기에 대해 내려진 세이프가드처럼 우회적인 제재로 이어질 수 있다. 

실제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모든 멕시코산 수입제품에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삼성전자가 미국에 수출하는 TV와 냉장고 등 가전제품은 멕시코 공장에서 생산되고 있다. 이는 삼성전자의 반도체와 스마트폰에 따른 직접적인 제재는 아니지만 세이프가드와 함께 이같은 방법으로 제재를 가할 가능성이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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