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뉴스투데이 안중열 기자] 북유럽 3개국 순방(9일)이 이틀 앞인 7일 청와대에서 제시한 문재인 대통령의 여야 5당 대표 회동과 황교안 한국당 대표와의 단독회담이 사실상 물 건너간 분위기다. 청와대에서 제시한 여야정 국정상설협의체 가동과 문 대통령과 황 대표의 일대 일 회담의 데드라인이 임박했지만, 좀처럼 대화를 물꼬를 틀지 못하고 있어서다. 이 때문에 민주당을 비롯한 정치권에선 이번 회동과 함께 당분간 국회 정상화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을 내놓는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018년 3월 7일 오후 청와대에서 여야 5당 대표와 오찬 회동을 하기 위해 함께 이동하고 있다.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와 바른미래당 유승민 공동대표가 얘기를 나누며 이동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앞서 청와대는 황 대표의 단독회담 제안을 수용하는 대신 여야 5당 대표 회동을 이날 열자는 중재안을 한국당에 제시한 바 있지만, 황 대표는 이를 거부하고 교섭단체 3당 대표 회동 및 단독회담만을 고수하고 있다.

청와대는 이날까지 황 대표 측의 응답을 기다린다고 밝히고 있지만 내부에서는 순방 전 지도부와의 회동 성사가 사실상 물 건너갔다는 얘기가 나온다.

이와 관련, 청와대 관계자는 지난 6일 전화통화에서 “한국당에 대화를 비롯해 청와대에서 할 수 있는 얘긴 다 전했기 때문에 (황교안 대표의 전향적인 변화가 없는 한) 더 이상 할 말이 없다”고 전했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 역시 5일 전날 춘추관 출입기자들에게 “우리가 여기서 뭘 더 해야 하는지 되묻고 싶다”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청와대 측에선 황 대표의 대화 의지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기도 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황 대표가 의지가 있나”고 되물은 뒤, “이 정도 상황까지 왔으면 국회가 민생을 다뤄야 하는데, 지금의 모습은 당리당략에 빠진 채 제1 야당의 역할을 잊은 것 같다”고 지적했다.

황 대표도 기존 입장을 재확인할 뿐이다.

황 대표는 지난 4일 열린 최고위원·중진의원 연석회의에서 청와대가 물밑 협상 과정을 공개한 것과 관련 “제 1야당을 배제하고 4당 대표 회동만 추진하려고 한 것 같다”며 “뒤에서 정말 꼼수를 부리고 있는 것”라고 반박했다.

문 대통령이 지난 6일 황 대표와 대면하는 제64회 현충일 추념식에서 대화의 물꼬를 틀 수 있지 않겠느냐는 일각의 관측도 빗나갔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오전 제64회 현충일 기념식에서 보수와 진보를 나누지 말자는 내용의 추념사를 통해 “이제 사회를 보수와 진보, 이분법으로 나눌 수 있는 시대는 지났다”며 항일 독립운동에 기여한 약산 김원봉(1898∼1958)을 거론했다.

문 대통령은 “임시정부는 1941년 12월 10일 광복군을 앞세워 일제와의 전면전을 선포했다”며 “광복군에는 무정부주의 세력 한국청년전지공작대에 이어 약산 김원봉 선생이 이끌던 조선의용대가 편입돼 마침내 민족의 독립운동역량을 집결했다”고 말했다.

이 발언은 즉각 자유한국당의 반발을 불러왔다.

이만희 한국당 대변인은 즉각 논평을 내고 “보수와 진보를 나누지 말자는 대통령의 언급이, 김원봉 등 대한민국에 맞선 사회주의 독립운동가들까지 서훈(나라를 위하여 세운 공로의 등급에 따라 주는 훈장이나 포장)하기 위한 분위기 조성용 발언”이라고 지적했다.

이 대변인은 “그간 정치적 갈등을 초래해 지지층을 결집시키려는 듯 분열의 언어만 사용해 온 대통령이 그나마 현충일을 맞아 통합을 강조했다”면서도 “그 와중에도 갈등의 불씨만 남겼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그러면서 “서해수호의 날 등 유독 호국행사를 외면해 온 대통령은 오늘도, 동족상잔을 일으켜 민족 최대의 희생을 초래하고 최근까지 천안함 폭침, 연평도 포격 등 우리 국민의 희생을 가져온 북한에 대해선 한마디 언급도 하지 않았다”고 일갈했다.

바른미래당 역시 한국당의 비판대열에 동참했다.

이종철 바른미래당 대변인은 “애국에 보수 진보가 없다는 대통령의 말이 공감을 얻으려면 대통령부터가 이를 몸소 실천해 보여야 한다”며 “대통령 스스로가 평소 애국을 하다 목숨을 잃은 사람들을 구분하고 가리거나 때로는 홀대하면서 이런 자리에서만 이런 식의 이야기를 하면 얼마나 진정성 있게 들릴지는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이어 “더욱이 ‘6.25 전사자’가 가장 많이 묻혀 있는 곳에서 6.25 전쟁의 가해자에 대해서는 한마디 못하면서, 북한의 '6.25 전쟁 공훈자'를 굳이 소환해 추켜세우며 스스로 논란을 키우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자 더불어민주당이 선열들의 희생에 대해 “‘하나의 대한민국’으로 보답해야 한다”며 문 대통령을 엄호했다.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해방 후 한반도가 자유주의와 사회주의 이데올로기로 나뉘어 6.25 동족상잔의 비극이 빚어졌다”며 “이제는 선열들의 희생에 대해 하나의 대한민국이 돼 평화와 번영으로 보답해야 할 때”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한국당도 색깔론적 이분법에서 벗어나, 오직 국회 정상화를 통해 여야가 하나로 화합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기념일이 되기를 기대하고 또 희망한다”고 덧붙였다.

이해식 민주당 대변인은 “문 대통령이 ‘애국에 보수와 진보가 따로 어디 있느냐’며 통합적인 정신을 강조했다”며 “상징적으로 얘기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남북관계 개선과 북미대화를 계속 추진하면서 우리 내부에서 이념갈등 등을 (해소하고) 통합적인 길로 가야 한다고 강조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화 분위기 조성은커녕 날선 분위기만 만들어지고 있지만, 청와대는 국회 정상화를 재차 강조했다. 순방 전 국회 정상화의 물꼬를 트지 못할 경우 추가경정예산안의 정책적 효과뿐만 아니라 민생 법안도 뒷전으로 밀릴 수밖에 없다는 논리다.

가시적인 성과가 시급한 집권 3년 차에 언제까지 국회 공전 사태를 방치할 수 없는 난처한 입장도 감지된다.

청와대 관계자는 “문 대통령은 황 대표 참여를 전제로 한 여야 5당 대표와의 여야정 국정상설협의체 가동을 강조하는데, 한국당은 3당 협의체가 만들어져야 참여할 수 있다고만 한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만약 한국당 입정애 변화가 없다면 이젠 대통령의 결심만 남지 않았겠는가”라고 반문한 뒤, “그런데도 야당과 똑같이 형식을 원칙이라는 주장이 협치의 궁극적인 목적지인제는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 여러분의 제보가 뉴스가 됩니다. 각종 비리와 부당대우, 사건사고와 미담, 소비자 고발 등 모든 얘깃거리를 알려주세요

이메일 : webmaster@enewstoday.co.kr

카카오톡 : @이뉴스투데이

저작권자 © 이뉴스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