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원용 전국대학산학협력단장·연구처장협의회 회장(중앙대학교 산학협력단장)[사진=중앙대학교 산학협력단]

[이뉴스투데이 정명곤 기자] 지난해 7월 분당서울대병원을 방문한 문재인 대통령이 바이오-메디컬 산업 육성을 위해 지정제로 운영되던 연구중심병원을 인증제로 전환하고, 병원의 의료기술협력단(산병협력단) 및 의료기술지주회사 설립을 허용한다는 방침을 밝힌 가운데, 지난 1월 자유한국당 이명수 의원이 사업의 법적 기반을 마련할 목적으로 보건의료기술 진흥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보건의료계와 시민단체 등은 개정안이 △의료 영리화가 가속화 돼 국민의 의료비 부담이 늘어나고 △진료와 더불어 연구 업무까지 증가해 환자 진료보다 벤처 개발에 역점을 둘 수 있으며 △세금으로 이루어진 공공연구의 결과물이 사유화 될 가능성이 있다는 이유로 반대하고 있다.

더불어 개정안의 내용이 병원과 산학협력단 간의 이해관계의 대립으로 비춰지고 있는 가운데, 전국 220여개 대학의 산학협력단을 대표하는 전국대학산학협력단장·연구처장협의회(이하 산단장협의회)가 공식 의견을 발표했다.

지난달 21일 중앙대학교 산학협력단장실에서 개최된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김원용 산단장협의회 회장(중앙대학교 산학협력단장)은 “복지부의 영리병원을 대상으로 하는 산병협력단 설립 추진은 고유 권한이니 반대하지 않는다”라며 “다만 보건의료기술 진흥법 개정안이 이대로 통과될 경우 대학병원 의사에 적용되는 교육공무원법‧사립학교법‧산촉법 등과 정면으로 충돌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하며 개정안 수정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6월 산단장협의회 24대 회장으로 취임한 김원용 회장에게 정부의 의료기술협력단 및 의료기술지주회사 설립 추진, 직무발명보상금 소득세법 등 이슈와 관련해 협의회의 공식 의견을 물었다.

이하는 질문과 답변.

Q : 220여개 대학의 산학협력단을 대표하는 전국산학협력단장연구처장협의회 24대 회장에 취임하셨다. 소감 말씀 부탁드린다.

복지부의 연구중심병원 인증제 전환 및 산병협력단 추진의 내용을 담고 있는 ‘보건의료기술 진흥법 개정안’ 발의, 발명자의 직무발명을 기타소득에서 근로소득으로 전환하고 비과세 범주를 500만 원까지만 인정한 ‘직무발명보상금 소득세법 개정법률 등에 적극적이고 지속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전국산학협력단장·연구처장협의회는 220개 회원 대학들과 함께 노력해왔다.

산학협력단은 2003년 산업교육진흥 및 산학협력 촉진에 관한 법률(산촉법)을 바탕으로 국내 각 대학에 설립됐으며, 지난 16년 동안 연구진흥과 지원, 기술이전 및 사업화를 통해 국가 산업발전에 기여하고자 노력해 왔다.

앞선 회장단들의 과업을 이어받아 산학협력단을 둘러싼 여러 난제들이 해결 될 수 있도록 회원교들과 함께 열심히 고민하고 노력하겠다.
 

“교육공무원법 ‧ 사립학교법 ‧ 산촉법 적용받는 대학병원, 일반 병원과 구분 적용 필요하다. 개정안 통과시 산촉법과 정면충돌할 것.”
 

Q : 정부가 직접 나서 산병협력단 및 병원의 기술지주회사 허용의 방침을 밝힌 가운데, 올해 1월 자유한국당 이명수 의원이 보건의료기술 진흥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이와 관련해 산단장협의회의 공식 입장은 어떠한가?

정부가 미래 산업 성장 동력의 축을 바이오 헬스 산업으로 인지하고 이를 지원하기 위해 연구중심병원 확충과 산병협력단 및 기술지주회사 설립을 추진하고 있는 것과 관련해 산단장협의회의 공식 입장은 찬성이다.

다만, 교육공무원법, 사립학교법, 산업교육진흥 및 산학연협력촉진에 관한 법률(이하 산촉법)의 적용을 받는 대학병원은 일반 병원과 구분해 적용할 필요가 있다.

지난 1월 발의된 보건의료기술 진흥법 개정안의 내용 중 병원의 지주회사 설립에 관한 부분은 대학 산학협력단 설립 및 운영의 기반이 되는 산촉법과 정면으로 충돌된다.

또한 대학병원(대학부속병원, 국립대병원, 협력병원)에 소속된 임상의사의 대부분이 교육공무원법 또는 사립학교법에 따라 임용된 교원(교수)이란 점을 명확히 인지할 필요가 있다.

대학병원의 의사는 교원 신분이기 때문에 협의 기관인 교육부와 산촉법에 따르는 것이 맞다.

대학병원이 아닌 일반 병원의 경우 현재 복지부가 추진하고 있는 내용과 같이 가더라도 문제가 없다고 생각한다. 일반병원을 대상으로 하는 연구중심병원 인증제 전환이나 산병협력단 및 기술지주회사 설립은 복지부의 고유권한이다.
 

“대학병원을 가진 대학에 큰 혼란이 예상된다. 교수와 의사 이중적 신분 해석 분쟁이 발생하고, 산병협력단이 융‧복합 연구를 할 경우 연구기여도 분석도 애매하다.”
 

Q : 보건의료기술 진흥법 개정안이 대학병원과 일반병원 구분 없이 적용이 된다면 현장에서 어떤 문제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나?

대학병원을 가지고 있는 대학의 경우 큰 혼란이 예상된다. 연구 책임자는 대학을 기준으로 할 때에는 교수의 지위를, 병원을 기준으로 할 때에는 의사의 지위를 겸하게 되어 이중적 신분을 갖게 된다. 근거가 되는 법이 무엇인지와 관련해 해석상의 분쟁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대학 산학협력단과 병원 산병협력단은 이해관계에서 상충할 수밖에 없다. 4차 산업혁명 시대는 융복합의 시대이며 융복합 연구는 전 세계 트랜드이다. 예를 들어 산병협력단이 신약 개발을 추진한다면, 신약을 구성하는 기초탐색 및 후보물질은 약대 또는 화학과 교수가 발굴하고, 전임상 실험은 약대 또는 수의대 교수가 하며, 임상시험은 병원 의사가 하게 된다. 신약의 최종 소유권과 관련해 연구 기여도를 병원과 산단이 어떻게 나눌 것인지 기준도 애매하다. 또한 최근 디지털 헬스케어 산업혁신을 주도하고 있는 디지털 헬스케어 분야에서도 마찬가지 이다

국내 대학 산학협력단은 2003년 이후 16년 동안 연구비 관리 및 기술이전 및 기술사업화를 위해 노력하고 성장해왔다. 산단은 연구개발뿐만 아니라 연구성과물의 기술사업화를 통해 국가경제발전에 이바지해야하는 미션이 있다.

한국연구재단 산학협력종합지원센터(UICC)의 대학 산학협력활동조사보고서에 따르면 2004년 전국 대학의 출원 건수가 2,151건에서 2017년 18,934건, 등록건수는 2014년 1,087건에서 2017년 13,093건으로 10배 가까운 성장을 보이고 있으며, 특히 기술사업화 수익은 2004년 31.84억원에서 2017년 774.19억으로 25배 이상 급성장했다. 이처럼 대학 산학협력단은 보유기술의 사업화를 통한 국가경쟁력 강화와 국가경제발전에 큰 역할을 해 오고 왔다.

하지만 국내 산단의 성장 규모는 선진 사례라고 할 수 있는 미국 대학의 산단과 비교해 많이 작으며 R&D 투자 대비 성과를 나타내는 지표인 R&D투자회수율은 2017년 일반대학 기준 1.47%로, 미국 대학의 4~5%에 비해 상당히 낮다.

기존의 산학협력단으로 힘을 모아 체력을 더욱 강화해야함에도 불구하고 상당히 안타까운 상황이다.

Q : 일부 의사들은 병원의 지적 재산이 대학 산학협력단에 귀속되고, 그 이익 역시 병원이 아닌 대학 산단으로 돌아가기 때문에 산병협력단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한 산학협력단이 의학에 대한 전문성이 부족해 전문가 집단인 병원이 직접 산병협력단을 운영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이 의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앞서 설명한 바와 같이 대학병원에 소속된 임상 의사는 대부분은 교육공무원법과 사립학교법 등을 근거로 교육부가 공시한 교원의 신분이다.

대학병원 임상의사의 급여는 학생들의 등록금으로 지급되고, 병원의 수익은 인센티브 형식으로 수임을 받는다. 교원의 지위를 갖는 대학병원 소속 의사의 지식 재산은 학교가 갖는 것이 맞다. 병원으로 이득이 들어가지 않는다는 말은 이치에 맞지 않는 주장이다.

또 산학협력단이 의학에 대한 전문성이 부족하기 때문에 전문가 집단인 병원이 직접 산병협력단을 만들어 운영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에 대해 말씀드리겠다.

중앙대 산학협력단을 예로 들면 대학기술이전센터(TLO)가 효율적인 기술이전 및 사업화를 하기 위해 변리사, 변호사, 회계사를 상시 고용하고 있다. 16년 동안 산단이 운영되면서 변리사를 고용한 시기는 태동 후 약 10년 정도였다. 회계사와 변호사를 고용한 시기는 얼마 되지 않았다. 병원에 산병협력단이 만들어지면 병원에서 변리사, 회계사, 변호사를 고용해야 한다.

혈압을 재는 모바일 의료기기와 신약개발을 예로 들어보자. 임상 의사가 혈압을 재고 분석하는 지식은 알고 있지만 인체의 신호를 받아들이는 센서에 대한 지식이나, 통신기술, 구동원리, 어플리케이션 개발 등을 알 수 없다. 신약 개발에 있어서 필요한 약의 화학 구조나 합성법, 물성 등을 의사가 알 수 없다.

의사로서의 임상의 전문성은 누구나 다 인정을 한다. 하지만 신약 등 융복합 개발에 필요한 기초의학, 자연과학, 공학 및 인공지능 등의 전문가들은 대학에 훨씬 많다.

“기술이전 할수록 급여 작아지고, 세금 폭탄 맞는데 누가 기술이전을 하려고 하겠나, 고부가가치 기술 국내외 헐값에 유출될 위험 있다.”

Q : 직무발명보상금 소득세법 개정 이후 대학 기술이전 분위기는 어떠한가?

직무발명보상금은 예민한 문제이다. 대학 교수들이 직무발명보상금을 근로소득이 아닌 기타소득으로 재개정하고 비과세로 해달라고 하면 '제밥그릇 챙기기' 또는 개인 이기주의로 비추어질 수 있다.

직무발명보상금 문제를 이야기하기 위해서 앞서 말씀 드렸던 국내 R&D투자회수율을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좋은 연구개발을 해서 특허를 가지고, 기술이전하며 기업의 생산성이 좋아지는 선순환 구조의 사회가 되어야 국가가 발전한다. 이 모델이 미국의 모델이다.

직무발명보상금 소득세법 때문에 교수들이 불이익이 있다고 생각을 하게 되면 기술개발을 하더라도 특허를 내지 않고 기업 등과 자문계약을 하는 등 음성화 될 수 있는 여지가 있다. 자문비는 기타소득이고 연구비로 받으면 되니 세금을 내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기술이전을 할수록 급여가 작아지고 세금 폭탄을 맞고 당장 손해인데 어느 교수도 기술이전을 하지 않을 것이다.

결국 고부가가치의 기술들이 헐값에 유출될 위험성이 있으며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로 유출될 위험도 있다.

우리나라의 R&D투자회수율은 약 1% 수준이다. 우리나라가 모델로 삼은 미국의 기준으로 볼 때 R&D투자회수율이 10%대까지 성장시켜야 한다. 가야할 곳을 100으로 본다면 아직 10정도에 머물러 있는 상황이다. 지금은 90을 더 키워야 할 때지 10 이하로 끌어내릴 때가 아니다.

이를 끌어올릴 수 있는 가장 큰 원동력은 연구자들의 의욕 고취이다. 연구자들이 조금 더 연구를 할 수 있게끔 동력을 만들어 줘야 하는데 의지가 꺾이는 상황이다.

그동안 산단장협의회 차원에서 정부를 설득하기 위해 정책연구도 발주를 하고 관련 논문을 발행했었다. 최근에는 한림원 등 뜻을 같이하는 기관들과 협력해 직무발명보상금 소득세법이 재개정될 수 있도록 다각도로 노력을 해왔다.

앞으로도 협의회 차원에서 국내 R&D 생태계가 보다 생산성이 좋아지는 환경을 만들 수 있게 고민하고 노력할 계획이다.

Q : 산학협력단의 미래를 전망한다면?

수년간 대학의 등록금은 동결되고 있고, 대학의 재정적 자립화를 위해 가장 중요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 곳이 산학협력단이다. 산학협력단의 연구개발결과물들의 사업화 추진을 통해 이루어진 수익은 결국 대학의 연구 활동에 재투자 되고 있다.

즉 산학협력단의 성장은 곧 대학의 미래가 밝아지고, 더 나아가 국가경제발전 및 국가과학기술경쟁력의 성장으로 이어지는 것으로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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