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의 ‘불통’에 반동으로 태동한 문재인 정부가 전철을 답습하고 있다. 국가의 장기적 에너지 계획을 수립하는데 국민을 향해 눈과 귀를 닫는 모양새여서다.

4일 ‘제3차 에너지기본계획’이 국무회의에서 심의·확정됐다. ‘친환경’ 재생에너지 비중을 2017년 7.6%에서 2040년 30~35%로 대폭 늘리고, ‘미세먼지와 온실가스 주범’ 석탄은 과감히 축소, ‘위험한’ 원전은 점진적으로 감축한다는 게 골자다.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인 탈원전·신재생 기조가 그대로 반영됐다.

외형만 보면 이상적인 3차 에기본. 하지만 그간의 수립 과정은 지난한 ‘진통’의 연속이었다.

지난 4월 19일 열린 제3차 에너지기본계획 공청회 현장에서는 정부와 국민 간 소통이 얼마나 부재했는지가 수면 위로 드러났다. 국민의 생존과 직결된 국가 단위 에너지 계획을 수립하는 공론의 장은 갈등이 고조로 치닫는 아파트 재건축 총회장을 방불케 했다.

진행자와 패널들은 에너지 수급과 믹스에 대한 참석자들의 날카로운 질의에 대안을 제시하기 보다 자신의 입장을 관철하는데 급급했다. 참석자들은 진행자와 패널들이 공청회의 진행을 독단적으로 진행한다고 지적하며 맹렬한 비난을 퍼부었다. 

현장에 참석한 야당 의원들도 “짜고 치는 고스톱”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언주 (당시 바른미래당) 의원은 공청회가 마친 뒤 “헌법 제37조제2항은 국민들의 기본권에 영향을 미치는 행위를 할 때는 반드시 법률로, 국회 입법으로 하도록 돼있다”며 “무엇보다 탈원전 가부를 떠나 이런 식으로 헌법을 위반해서는 안 된다. 대통령이라고 해도 멋대로 헌법 위에 군림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최연혜 자유한국당 의원은 “작년 12월 7일 국회 에너지특별위원회에서 3차 에기본 권고안이 나왔을 때 이 권고안의 불법성과 문제점을 지적했다. 국회에서 뼈대부터 다시 만들라고 지적을 했는데 심지어 화장도 안 고치고 그대로 내놨다”며 “이러한 국회를 무시하는 처사에 에너지 기본법은 완전히 무효라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최 의원은 3차 에기본 워킹그룹의 수장, 김진우 위원장이 거짓말했다고도 했다. 최 의원은 “작년 12월 7일 에너지특별위원회에 김 위원장이 참고인으로 증인석에 참석해 에너지 믹스에 대한 지적을 경청하고 권고안에 반영하겠다고 약속을 했는데 완전히 어겼다”면서 “또 오늘 발언권을 준다고 했는데 발언권을 주지 않았다. 도중 마이크를 꺼버렸다”고 비난했다.

정부의 소통의 방식이 도마 위에 오른다. 국민 공감대를 형성하고 활발한 공론화 작업을 거쳐야 한다면서 막상 법과 제도를 제정하는 과정에서는 이를 철저히 배제한 모양새다.

에너지기본계획은 ‘저탄소녹색성장기본법’에 따라 5년 주기로 수립하는 에너지 분야의 최상위 법정계획이다. 이번 3차 에기본은 2019년부터 2040년을 아우른다. 3차 에기본의 구성과 내용의 수준이 얼마나 정밀한지를 떠나 수립 과정에서 국민을 배제한 것이 가장 큰 논란을 불러일으킨다.

3차 에기본 내용 중 가장 우려를 사는 부분은 전력수급이다. 3차 에기본에 따르면 2040년 전력은 석유를 제치고 가장 많이 소비되는 최종에너지인데 수요를 감당할 공급원에 대한 비전이 불확실하다. 특히 태양광과 풍력 등 재생에너지는 발전설비를 유치해도 계통연계가 부족해 실제 전력 이용률이 저조할뿐더러 시간과 계절에 영향을 받아 공급이 불안정한 것이 가장 큰 단점으로 손꼽힌다. 3차 에기본은 재생에너지를 미래 주요 에너지원으로 삼는다고만 공표한 채 불안정성에 대한 어떤 보완책도 제시하지 않았다.

대통령은 헌법 위에 군림해서는 안 된다. 국민의 동의 없이 국민의 기본권에 영향을 미치는 행위를 마음대로 추진할 수 없다. 후보 시절 공약에 불과했던 에너지 전환 정책을 실제 추진할 때는 공론화장에서 국민의 목소리를 경청하고 순차적으로 이를 반영한 법 개정을 추진해야 한다. 국민이 국가의 주인이다. 문재인 정부, 더 늦기 전에 국민에게 귀를 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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