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글로벌 스타트업 보고서. [사진=스타트업 게놈]

[이뉴스투데이 이상헌 기자] 국내총생산(GDP) 세계 12위인 한국의 ‘스타트업 생태계’의 글로벌 경쟁력은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주요 원인은 기업결합(M&A) 기피 현상 때문인 것으로 드러났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스타트업 게놈(Startup Genome)의 '스타트업 생태계 보고서'를 인용해 한국은 초기 투자금 규모가 작고 투자금 회수도 어려워 스타트업 생태계가 성장하기 어려운 환경인 것으로 드러났다고 3일 밝혔다.
 
스타트업 게놈은 실리콘밸리 기반 스타트업 정보 분석업체로 세계 150여개 도시의 스타트업 환경 정보를 수집·정량 분석하여 스타트업 생태계 보고서를 발표한다. 평가 분야는 스타트업 개수, 스타트업 성과, 자금조달 규모, 인재 수준과 확보 환경, 정부 지원, 기업가 정신, 신사업 진출여부 등이다.

이번 조사에서 서울지역 한국 스타트업 초기 투자금은 글로벌 평균 3분의 1에 불과했다. 지난해 국내 벤처투자 금액은 3조4249억원으로 글로벌 벤처캐피탈(VC) 투자금액 2540억달러(약 300조원)에 현저히 못미치는 수준이다. 

특히 기술기반 스타트업(Tech Startup)들은 성장의 마중물 역할을 하는 초기 투자금 확보가 어려운 실정이다. 스타트업 게놈에 따르면 서울의 초기단계 기술기반 스타트업당 평균 투자금은 10만7000달러로 글로벌 평균 투자액 28만4000달러의 3분이 1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총액 기준으로 보면 그 차이는 더욱 커진다. 스타트업을 육성하는 글로벌 도시의 평균 투자총액은 8억3700만 달러로 서울 8500만 달러의 약 10배에 이른다.

보고서에 따르면 서울은 '초기 투자금 성장 지표'(Funding Growth Index) 부문에서 10점 만점에 단 1점을 받아 사업 초기에 시장을 선점해야 할 우리 스타트업들이 시작부터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분석됐다.

M&A를 통한 투자금 회수규모도 글로벌 시장의 0.1%도 안됐다. 2018년 실리콘밸리은행(SVB)이 실시한 스타트업 대상 설문조사에 따르면,  기업의 가장 현실적이고 장기적인 목표에 대하여 M&A라고 응답한 비중이 영·미 모두 50% 내외인 반면, 기업공개(IPO)가 목표라는 응답은 20% 안팎이었다.

이처럼 스타트업 투자금 회수에 있어 M&A가 세계적이고 보편적인 방식임에도 불구하고, 국내에서는 지난해 기준 M&A(18년 25개사)보다 IPO(144개사)가 더 활발했다. M&A를 통해 조기에 투자금을 회수하는 것이 그만큼 어렵다는 것이다. 

이 결과 M&A를 통한 국내 벤처투자 회수금액은 670억원으로, 글로벌 스타트업의 총 회수금액 약 2190억 달러(260조원)의 0.0003% 수준에 그쳤다. 또한 작년 M&A로 투자금 회수에 성공한 한국 벤처기업은 단 25개사로, 같은 방식으로 회수를 진행한 글로벌 벤처기업의 0.006% 수준에 불과했다. 

스타트업 게놈의 보고서에서도 한국은 '투자금 회수 성장 지표'(Exit Growth Index) 부문에서 10점 만점에 4점을 받았다. 앞서 언급한 '초기 투자금 성장 지표'와 함께 두 부문이 한국의 스타트업 생태계 경쟁력을 하락시키는 주요 요인인 것으로 드러났다.

또한 벤처 M&A시장에서 글로벌 유수기업들이 인수자로서 활발히 활동하는 반면, 우리 대기업들은 눈에 띄지 않고 있다. 2010년∼2018년 동안 이루어진 스타트업 M&A 세계 30대 인수기업(Acquirers)에는 한국기업으로는 삼성전자가 유일하게 포함됐다. 

반면 미국의 경우 22개사가 포함돼, 스타트업 M&A 시장에서 기업들의 활발한 참여가 투자금 선순환 구조를 창출할 뿐만 아니라, 실리콘밸리 및 미국의 여러 도시들이 최고의 스타트업 생태계로 인정받는데 기여한 것으로 분석된다.
 
스타트업 게놈은 격년으로 보고서를 통해 스타트업 생태계가 잘 구축된 도시 Top20을 발표한다. 서울은 세계 도시와의 초기 투자금 격차, 투자금 회수의 어려움 등으로 2019년 조사에서도 20위권 진입에 실패했다. 조사가 시작된 2012년 이후 7년간 단 한 차례도 순위에 들지 못했다. 

스타트업 생태계 상위 20위 지역은 북미 50% 유럽 25%, 아시아 20%, 기타 5%로 북미권이 독보적인 경쟁력을 점하고 있다. 아시아는 2012년 싱가포르 등 2개 도시에서 2019년 4개 도시가 포함돼 증가세를 보였다. 중국의 베이징과 상하이는 2017년 순위에 처음 진입하자마자 각 4위, 8위로 상위권에 랭크됐다. 

스타트업의 활성화는 높은 실업률과 저성장에 갇힌 경제에 주요 돌파구 중 하나다. 특히 청년실업의 현실적 해법으로 그 중요성이 더 커지고 있다. 중기벤처부에 따르면 2018년 벤처투자를 받는 국내 벤처·스타트업 1072개사의 고용인원은 4만1199명으로 전년 대비 20% 늘어난 6706명의 신규고용을 창출했다.

엄치성 전경련 국제협력실장은 "현 정부에서 스타트업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규제 샌드박스, 스타트업 육성정책 등 정책적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것은 환영할 만하다"면서 "결국 스타트업 생태계가 커지기 위해서는 스타트업들이 초기 투자금을 원활하게 유치하고 투자자들은 쉽게 투자금을 회수 할 수 있는 선순환 생태계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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