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뉴스투데이 여용준 기자] 5G가 상용화되면서 한국과 미국, 중국의 물고 물리는 싸움이 치열해지고 있다. 중국은 화웨이의 압도적 점유율과 가격 경쟁력을 기반으로 글로벌 5G 시장에서 패권을 잡겠다는 전략이다. 세계 최강대국 미국은 중국의 이같은 기세를 꺾기 위해 전방위 압박을 가하고 있다. 한국은 ‘세계 최초 5G 상용화’ 타이틀을 거머쥔 가운데 삼성전자를 중심으로 두 강대국 사이에서 몸을 움츠리면서 조용히 점유율 확장을 꾀하고 있다. 

4차 산업혁명과 함께 세계가 큰 변화를 맞이하고 기존의 시장 점유율이 뒤바뀌는 가운데 세상의 패권을 차지하기 위해 세 나라가 펼치는 ‘왕좌의 게임’을 짚어봤다.

올해 1월 이낙연 국무총리(왼쪽)가 경기도 수원시 삼성전자 5G 장비 생산 현장을 방문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악수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삼성전자, 美中 무역분쟁 속 기회 잡아

미국과 중국의 무역분쟁이 거세지면서 화웨이에 대한 미국의 견제가 이어지는 가운데 삼성전자는 5G 장비 시장에서 좋은 기회를 맞이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화웨이의 진출 통로가 막힌 미국에서 버라이즌과 스프린트, AT&T 등 대형 이동통신사의 5G 공급업체로 선정됐다. 또 러시아의 MTS, 유럽의 오렌지, 일본의 KDDI 등 해외 이통사들을 대상으로 기술 시연을 진행했다. 이밖에 국내에서도 에릭슨, 노키아와 함께 SK텔레콤과 KT의 5G 장비 공급업체로 선정됐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정부 관계자 역시 삼성전자의 5G 장비에 대한 관심이 높다. 이재용 부회장은 올해 첫 대외 활동으로 네트워크장비를 생산하고 있는 경기도 수원사업장을 방문해 직원들을 격려했다. 이 부회장은 “새롭게 열리는 5G시장에서 도전자 자세로 경쟁력을 키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낙연 국무총리 역시 수원사업장을 방문해 “반도체에서 그런 것처럼 5G에서도 삼성이 선도하기를 바랍니다”라고 방명록에 적었다. 이날 이낙연 총리가 삼성전자를 방문한 것은 취임 후 처음이다. 

5G 장비에 대한 삼성전자의 시장 전망은 밝은 편이다. 미국을 중심으로 미국의 최우방 국가들에 판매를 확대하고 있으며 화웨이를 포함한 경쟁사들에 악재가 이어지면서 점유율 상승의 기회를 잡을 것으로 보인다. 

이달 초 통신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국내 이통사들이 모두 노키아의 장비 공급이 늦어지면서 삼성전자로 장비를 교체하고 있다. 노키아가 국내 제조업체와 장비를 공동으로 개발하면서 시간이 늦어졌다는 주장이다. 비록 국내 시장에서의 일이지만 5G 세계 최초 상용화를 이룬 국가인 만큼 다른 나라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5G 통신장비 시장은 디바이스만큼 뜨거운 가운데 에릭슨과 노키아의 정체된 점유율을 삼성전자와 화웨이가 추격하는 모양새를 갖추고 있다. 다만 화웨이 역시 미국과의 무역전쟁에 발목이 잡힌 만큼 삼성전자에게 가능성은 더 열려있는 상태다. 

3.5㎓와 28㎓ 대역을 지원하는 장비를 공급하고 있는 삼성전자는 M&A 등을 통해 기술개발에 박차를 가하면서 라인업을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앞서 삼성전자는 지난해 10월 스페인의 네트워크 솔루션 기업 지랩스를 인수한 바 있다. 지랩스는 통신 네트워크의 상태, 성능, 데이터 트래픽 등을 서비스별로 분석해 사용자가 실제로 느끼는 서비스 품질을 측정하고 네트워크 운영을 자동화하는 솔루션을 전세계 50여개 통신사에 제공하고 있다. 

올해 2월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 당시 화웨이 부스 모습. [사진=연합뉴스]

◇ 5G 장비 점유율 1위 중국 화웨이, 미국 견제에 ‘휘청’

시장조사업체 IHS마켓에 따르면 지난해 4G를 포함한 통신장비 전체의 점유율은 화웨이가 31%로 1위를 차지했으며 에릭슨(27%)과 노키아(22%), ZTE(11%)가 뒤를 이었다. 삼성전자는 전체 통신장비 점유율이 5%에 이를 정도로 영향력이 약했다. 

5G 장비 시장에서는 에릭슨이 29%로 1위를 지키고 있고 삼성전자가 21%로 2위, 그 뒤를 노키아(20%), 화웨이(17%)가 이어가고 있다. 

통신장비 시장에서 압도적인 우위를 지키던 화웨이는 미국을 중심으로 동맹국에 퍼지는 보안 이슈 때문에 5G 시장에서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은 올해 2월 유럽 5개국을 순방하며 화웨이 통신장비 배제를 주장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통신 네트워크에 화웨이가 있으면 중국이 헝가리 이익이 아니라 자기네 이익을 위해 이용할 위험이 있다”고 전했다. 

미국의 이같은 움직임 때문에 동맹국들인 캐나다와 호주, 일본, 대만, 뉴질랜드를 중심으로 화웨이의 통신장비를 배제하고 있다. 반면 동남아 국가들은 가격이 저렴한 화웨이 통신장비를 채택하고 있으며 유럽의 국가들은 여전히 신중론을 내세우고 있다. 

통신업계에서는 5G가 초반에 NSA(Non-Standalone) 방식인 만큼 4G 장비와 연동이 불가피하기 때문에 화웨이 장비의 도입은 안정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유럽의 국가들도 보안 이슈 때문에 고민이 깊은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프랑스는 통신장비가 스파이 행위에 악용될 가능성을 차단하겠다는 입장을 내놨고 폴란드는 화웨이 직원을 스파이 행위로 체포했다.

반면 독일은 정부 차원에서 화웨이 5G장비를 배제하지 않기로 했다고 현지 언론에서 보도했다. 이탈리아 역시 중국 통신장비업체들과 계약을 해지할 것이라는 최근 일부 현지보도를 정면 부인했다. 헝가리에서는 소방 네트워크 사업에 화웨이가 참여했다. 이밖에 영국에서도 단일회사 장비를 이용하는 것을 배제해야 한다며 화웨이 장비 도입 전면 금지를 배제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미국은 중국 화웨이의 통신장비에 대해 보안 이슈를 언급하며 견제하고 있다. 사진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연합뉴스]

◇ 미국, 5G 시장 존재감 발휘 위해 화웨이 잡는다

이처럼 화웨이 장비의 보안 이슈에 대한 논란이 커지고 있지만 일부 통신업계 관계자들은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다. 통신업계 한 관계자는 “화웨이의 통신장비에 대한 미국의 견제는 보안 이슈 때문이 아니라 미국의 통신장비 기업인 시스코의 장비를 팔기 위함이다”라며 “시스코는 코어 장비만 제조하고 있으며 중계장비에는 만들지 않고 있다. 미국은 사실상 중계장비의 보안에 크게 관심이 없다”고 설명했다. 현재 5G 중계장비를 생산하고 있는 기업은 에릭슨과 노키아, 삼성전자, 화웨이 뿐이다.

특히 보안이슈에 대해 업계 관계자들은 “보안 검증을 받은 통신장비는 화웨이 뿐”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화웨이는 현재 스페인 정보보호제품 공통평가기준(CC) 기관에 CC인증을 신청한 상태라는 설명이다. 

다만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이에 대해 “화웨이는 스페인의 민간평가기관 ‘에포체&에스프리’를 통해 진행하는 것으로 화웨이가 자체적으로 설정한 보안수준에 대해 평가 하는 것”이라며 “특정 국가에서 요구하는 보안수준을 평가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과기정통부는 “지난해 10월 구성한 ‘5G보안 기술자문협의회’에서 3GPP 등 국내외 통신장비 보안기준 등을 종합해 높은 수준으로 5G 기지국 장비에 대한 보안기준을 마련해 이를 기준으로 에릭슨과 노키아, 삼성전자, 화웨이 등 모든 통신장비의 보안검증을 실시하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미국이 보안 이슈를 물고 늘어지면서 화웨이 장비를 견제하는 것은 미국과 중국의 무역 분쟁 영향인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말 미국 당국이 멍완저우 화웨이 최고재무책임자(CFO)를 체포한 것 역시 이와 같은 맥락이다. 

당시 미국은 2016년 화웨이가 대이란 제재를 위반하고 불법 거래를 한 정황을 포착했다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 이같은 혐의 때문에 미국은 캐나다에 부탁해 밴쿠버에서 멍 CFO를 대이란 제재법 위반 혐의로 전격 체포했다.

미국의 견제가 이어지자 화웨이는 최근 입장문을 내고 “화웨이는 5G 분야의 독보적인 선도기업이다. 제품 보안을 보장할 수 있는 효과적인 검증 방안을 마련할 것이며, 미국 정부와 기꺼이 대화할 준비가 돼 있다”며 꼬리를 내렸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최근 정보통신 기술과 서비스를 보호하기 위해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했다. 국내외 언론과 통신업계 관계자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이같은 의도가 화웨이를 겨냥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밖에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을 향해서도 화웨이 견제에 동참해줄 것을 요청했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 국무부는 한국 외교부를 통해 “한국 기업들이 화웨이와 거래하는 것을 막아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이통3사 중 화웨이 5G 통신장비를 적용한 LG유플러스를 겨냥한 말이다. 
이와 관련해 LG유플러스는 “화웨이 장비로 5G망을 구축하는 지역에 물량은 이미 다 확보한 상태”라며 “현재까지는 화웨이 장비 철수를 고려하고 있지 않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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