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6년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이 두산중공업을 방문해 신한울 원전2호기에 설치될 저압터빈로터를 살펴보고 있다. [사진=두산중공업]

[이뉴스투데이 이상헌 기자] 두산중공업에 탈원전 후폭풍이 몰아치는 가운데, 유동성 위기를 두산건설 부진 탓으로 돌리는 KDB산업은행과 한국수출입은행의 입장이 눈길을 끈다. 

29일 두산중공업 주채권자인 수출입은행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유상증자를 통해 재무구조 개선 노력을 하고 있는 만큼 별다는 계획은 없다"면서도 "이번 위기는 두산건설의 영업 부진에서 비롯된 것으로 파악된다"고 말했다.

1조8500억원의 자금을 빌려준 산업은행도 위기의 원인을 명확화하지 못하는 것은 마찬가지다. 산은은 최근 800억원 상당의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 발행을 주관한 기관임에도 이번 위기는 탈원전 때문으로 볼 수 없다는 입장이다.

기업경영은 자율에 맡긴다는 원칙 때문이기도 하지만, 두 국책은행이 탈원전 정책의 부정적 영향을 애써 외면한다는 비판이 제기될 수밖에 없는 해명이다.

두산중공업의 매출 가운데 원전 비중은 20% 이상으로 영업이익에서 원전이 차지하는 비중이 꽤 높은 편이었다. 하지만 정부의 전력수급 기본계획에 포함됐던 신한울 3·4호기마저 건설이 중단되면서 결정타를 맞았다. 이같은 결과 2016년 8조1000억원을 달리던 두산중공업의 수주는 지난해 5조1000억원으로 2년 사이 절반 가까이 줄었다. 

또 그나마 기대했던 수출 부문에서도 파열음이 나오고 있다. 당초 한국수력원자력·한전KPS와 공동으로 참가해 15년간 3조원 규모의 정비계약 수주를 기대했던 아랍에미리트(UAE) 바라카 원전 운영사인 나와(Nawah)가 계약도 5년짜리 단기계약으로 축소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국내 유일의 원전 주기기 생산업체가 '국내 수주 제로'라는 직격탄을 맞은 상황이지만 "탈원전 정책 중단은 없다"는 정부의 입장이 두 국책은행은 물론 회사 임직원들까지 방심케 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탈원전에 비판적 활동을 펼쳐온 두산중공업 원자력사업 한 임직원은 "회사경영과는 연결해 말하기는 어렵다"며 "몸이 자유로워지면 허심탄회하게 말할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재계 한 관계자는 "두산중공업은 이미 그룹 계열사 지원을 담당하던 입장에서 수혈을 받는 신세로 전락한 상황"이어서 "건설부문 탓으로 돌리는 것은 궁색한 해명"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돈을 빌려준 은행도 넓은 의미에서 경영참여자로 볼 수 있지만 박정원 사장은 물론 전임직원이 솔직하지 못한 측면이 있다"고도 덧붙였다. 

두산중공업은 지난 1분기 기준 현금성자산은 5238억원이다. 이에 반해 올해 만기가 돌아오는 차입금만 3조1191억원으로 6배에 달한다. 현재 그룹측은 두산솔루스와 두산퓨얼셀 인적분할로 확보된 2300억원의 유동성을 두산중공업 지원에 쓰는 방안을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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