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말 열린 제2회 태그톡(T.A.G talk) 'Gaming Disorder, 원인인가 결과인가' 심포지엄에서 크리스토퍼 J. 퍼거슨 미국 스텟슨 대학 교수가 '문제적 게임 이용에 대한 연구 및 정책 동향 : 공중보건의 문제인가, 도덕적 공황의 문제인가'를 주제로 강연하고 있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이뉴스투데이 윤현종 기자] 세계보건기구(WHO) 판단에 국내 게임업계 전체가 술렁이고 있다. 지나친 게임 몰입 현상에 대해 WHO가 게임을 ‘질병’으로 규정하자 게임 업계는 물론 게임 관련주들이 실망감에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WHO는 25일(현지 시각)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제72차 WHO총회 B위원회에서 ‘게임 이용 장애(Gaming disorder)’를 질병으로 분류한 제11차 국제질병표준분류기준(ICD) 안을 통과시켰다. 28일 최종 발표를 남겨뒀지만 보고 절차만 남은 상황이어서 업계는 사실상 질병으로 분류가 확정됐다고 판단하고 있다.

이번 결정에 게임업계가 큰 충격에 빠지자 주가도 영향을 받았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27일 11시 30분 기준 게임 관련주들이 대부분 하락세를 보이면서 힘겨운 오전 장을 보내고 있다. 펄어비스는 전일 대비 -0.41% 하락한 193만3700원에 거래되고 있다. 한빛소프트도 -1.56% 내린 2835원에, 드래곤플라이도 -1.10% 하락한 3160원에 거래되고 있다.

게임 대표주로 꼽히는 엔씨소프트는 이날 개장 후 곧바로 -4.95%까지 떨어지면서 게임업계에 암울한 분위기를 대변했다. 네오위즈는 -8.14%까지 떨어져 1만3550원에 거래되고 있으며 넷마블은 -2.64% 하락한 11만500원을 기록 중에 있다. 같은 시간 웹젠은 -1.61%를, 넵튠과 선데이토즈, 게임빌 등은 -3% 이상 하락하며 냉랭한 게임업계 분위기를 대변했다.

WHO 결정에 시장도 내려앉자 게임업계는 물론 금융투자업계 안팎에서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증시 전문가들도 게임산업 전망에 대한 의견을 내놓으면서 장기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황승택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질병’ 분류 확정에 대해 “규제확대 가능성과 향후 중독세 관련 이슈가 불거질 수 있다는 점에서 단기적인 투자심리에는 부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중독세 관련해서는 손익에 분명한 영향을 줄 수 있는 사안이나 비중이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국내 주요 게임들이 18세 이상 이용 게임이라는 점에서 실질적인 규제 확대 가능성은 크지 않을 것으로 판단한다”고 조언했다.

WHO는 국제질병표준분류기준(ICD)에 중독성 행위에 따른 장애에 도박에 이어 게임을 추가시켰다. [사진=한국투자증권]

정호윤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단기적 이슈로 보기에는 아직 이르다고 내다봤다. 정 연구원은 “국내 도입 시기가 2025년 이후이기 때문에 단기적으로 게임산업에 영향을 미칠 이슈로 보기는 어렵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이번 결정으로 게임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 확산 및 게임 산업과 관련된 다양한 규제 강화(셧다운제 확대·게임중독세 신설 등) 가능성이 높아질 것으로 보여 게임산업의 장기적 정책 리스크가 확대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한편 게임업계는 29일 국회에서 ‘게임 질병코드 도입 반대를 위한 공동대책 준비위원회’를 출범하기 위한 작업에 착수하는 등 이번 WHO 결정에 적극적으로 반대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 가운데 보건복지부가 WHO 결정을 수용해 오는 6월 민관협의체를 구성해 게임중독 질병코드화 도입을 위한 합의점을 찾을 것으로 보여 정부와 업계 간 갈등이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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