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방한 문제와 관련한 한·미 정상 간 통화 내용을 공개한 강효상 자유한국당 의원과 이 내용을 건넨 주미 한국대사관 소속 감운안 동포담당 참사관을 두고 청와대와 한국당이 날을 세우고 있다. 강효상 의원이 공개한 내용이 국민적 관심사인 만큼 강 의원의 행위가 ‘국민의 알권리’를 충족하기 위한 의정활동이라는 한국당 주장과 ‘정상 간 통화 내용은 3급 국가기밀’로 기밀 누설에 해당된다는 청와대와 정부의 주장이 팽팽히 맞서고 있는 것이다.

한국당은 지난 23일 국회에서 강효상 의원에게 한·미 정상 간 통화 내용을 발설한 감운안 참사관에 대한 청와대와 외교부의 감찰을 놓고 “구걸 외교의 민낯이 드러나자 공무원에게 책임전가를 하고 있다”고 맹비난했다. 특히 한·미 정상 간에 어떠한 내용이 오갔느냐는 건 국민의 알권리에 해당할 뿐만 아니라, 문재인 정부의 굴욕 외교의 실체를 보여줬기 때문에 ‘공익적 성격이 강하다’는 취지로 강요상 의원과 감운안 참사관 엄호에 들어갔다.

반면 청와대는 정상 간 통화 내용은 ‘3급 국가기밀’에 해당한다는 점에서 대외 공개가 불가한 기밀인데 강효상 의원이 이를 누설한 의도에 의문을 제기한다. 감운안 참사관 역시 기밀 누설을 시인한 만큼 한국당의 주장처럼 ‘부정과 비리를 외부에 알리는 성격의’ 공익제보가 아니라는 입장이다. 합동감찰반 조사에서 감운안 참사관은 한·미 정상의 통화 내용을 알려 달라는 강효상 의원의 요청에 응했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와 한국당이 한 치 양보 없는 공방을 이어가면서 여론도 양분되기 시작했다. 그런데 왜 지금처럼 여론이 양분되는지 이해할 수가 없다. 양국 정상이 나눈 대화의 공개가 외교에 미칠 영향을 살펴보면 쉽게 판단할 수 일이기 때문이다.

외교안보 사안은 ‘국민의 알 권리’만큼이나 ‘국익’과 ‘안보’가 우선 고려돼야 한다. 더군다나 강효상 의원이 공개한 정보가 ‘국민의 알 권리’를 우선할 정도로 시급하지도 국익이나 외교에도 도움이 되지도 않는다. 민감한 현재의 한반도 상황을 고려할 때 국익을 해치는 무책임한 행동이라는 지적은 비단 청와대와 여당만의 주장이 아니다. 다른 야당들도, 한국당 내에서조차도 우려와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기도 한다.

정상 간 대화 내용을 일일이 야당과 여론에 일일이 공개하는 국가는 사실상 없다. 어느 국가가 지금과 같이 상대국에 대한 예의도 차리지 않는 대한민국을 신뢰하고 정상외교를 하겠는가. 국격을 떨어뜨리는 것도 모자라 정상 간 신뢰관계를 추락시키는 심각한 문제가 아닌가. 한국당 소속 윤상현 외교통상위원장조차 강효상 의원에게 “국익을 해치는 행위”라고 따끔하게 일침을 가하기도 했다.

그런데도 지금의 제1 야당이 한국당은 강효상 의원과 감운안 참사관을 두둔하고 있다. 한국당 지도부는 강효상 의원의 기밀 유출로 앞으로 우리 정부의 외교적 입지가 좁아질 수 있는데도 ‘국민의 알권리’ ‘공익제보’란 주장을 되풀이하며 청와대를 향한 공세수위를 높이고 있다. 두 경우 모두 국익이나 외교에 미칠 악영향은 배제된 납득하기 힘든 스탠스이다.

야당의 의무는 정부를 견제하고 잘못된 정책이 있으면 국민을 대신해 견제하고 비판하는 일이다. 그러나 그 목적은 국민과 국가, 그리고 국익에 반하지 않아야 한다. 강효상 의원은 직무상 비밀을 엄수해야 하는 국회의원의 책무를 망각했으며, 더 나아가 ‘감운암 참사관’이라는 자신의 인맥을 통해 국가의 기밀을 취득해 누설했다. 누가 보더라도 국익이 아닌 정부를 비난하기 위한 수단이 아닌가.

국민의 알 권리를 넘어 정부를 명분 없이 공격하고 국격을 파괴하는 행위이다. 대화의 양 당사자국은 한국과 미국의 두 정상이다. 기밀 누설로 인한 피해와 불이익은 대한민국 정부가 고스란히 떠안아야 한다. 특히 한 번 실추된 외교신뢰도를 다시 복원시키기까지는 상당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이제라도 한국당은 제1 야당으로서 지금의 사태를 불러오기까지의 과정을 곱씹어볼 필요가 있다. 그게 진정한 보수진영의 자세가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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