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e-커머스를 대표하는 쿠팡은 1조가 넘는 적자에도 불구, 최근 대규모 투자 유치에 성공하면서 공격적인 사업 확장에 나서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뉴스투데이 고선호 기자] 다양한 소비자들의 니즈와 맞물려 혁신적인 기술과 아이디어를 무기로 각 산업분야에서 새 지평을 열고 있는 스타트업들. 고수익·고성장 모델이라는 경쟁력을 갖추고 제2차 벤처붐의 주인공으로 떠오르고 있지만, 수많은 업체들이 난립하면서 흑자전환에 실패해 경영악화에 시달리는 업체가 속출하고 있다.

하지만 이 같이 해마다 수십, 수백 억원의 적자가 이어지고 있는 상황에도 불구하고 투자자들의 끊임없는 러브콜을 받고 있는 스타트업들이 있다.

24일 유통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토종 유니콘’이라 불리는 e-커머스 업체 ‘쿠팡’의 지난해 영업손실 금액은 1조970억원에 달한다.

쿠팡과 비슷한 형태의 e-커머스 업체의 경우 평균 손실금액이 300억원에서 1200억원 사이로 추정되는 것과 비교했을 때 10배를 상회하는 규모다.

2014년부터 지난해까지 5년간 누적된 적자는 총 3조에 육박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대규모 손실의 이유는 쿠팡이 집중 투자하고 있는 ‘로켓 배송’ 시스템을 위한 물류 기반 조성 사업이다.

쿠팡은 약 9866억원의 인건비를 투입해 물류 배송 전담인력인 쿠팡맨 고용에 나섰으며, 사업 초기 배송 물품을 5만 여종에서 500만종으로 확대했다.

이 같은 공격적인 사업 확장으로 인한 대규모 적자에도 쿠팡이 투자를 멈추지 않는 이유는 ‘기업가치’에 있다.

쿠팡은 1조원이 넘는 적자에 허덕이면서도 자체 플랫폼에 대한 대담한 투자를 계속 이어온 결과 로켓프레시, 로켓상품 새벽배송, 쿠팡이츠 등의 물류 배송 서비스 인프라를 전국 단위로 확대할 수 있는 여건을 갖췄다.

이를 계기로 쿠팡은 지난해 11월 소프트뱅크 비전 펀드로부터 20억 달러(한화 약 2조2500억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하면서 기업가치가 2017년 5조원에서 약 10조원으로 불어났다.

2015년 6월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이 쿠팡에 10억 달러를 투자했을 때도 한국 스타트업 생태계에서 가장 큰 규모의 투자 규모다.

투자자들이 쿠팡에 러브콜을 보내는 이유는 그들이 갖고 있는 플랫폼의 경쟁력에 있다.

소프트뱅크의 대규모 투자는 100조원 규모로 성장한 한국의 e-커머스 시장에 대한 선점권을 쿠팡이 쥐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쿠팡의 초기 투자사 관계자는 “기존 물류 인프라는 소비자를 만족시키기에 부족했지만 쿠팡의 지속적인 투자로 어떤 업체보다 유리한 고지에 올라섰다고 판단한다”며 “표면적으로는 흑자전환이 어려운 상황이지만 지속적으로 긍정적인 결과가 나올 것으로 예측한다”고 말했다.

‘간편송금’이라는 새로운 금융 시스템을 개척해 낸 ‘토스’도 확실한 수익모델이 없어 흑자전환에 실패한 기업이다.

하지만 수익 구조가 아닌 기업의 성장속도를 봤을 때는 얘기가 달라진다.

지난 3월 서울 강남구 비바리퍼블리카에서 열린 ‘토스뱅크’ 기자회견에서 이승건 대표가 사업소개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토스는 지난 2015년 연간 매출액 9900만원으로 산업 내 순위 100위에 최초 진입했다.

이어 다음 해인 2016년 34억3900만원을 달성하며 업계 33위를 달성했고 2017년에는 205억9100만원까지 끌어올리며 14위까지 올라 올해 10권 내 진입이 예상되고 있다.

그럼에도 흑자전환에 실패한 것은 신규 이용자 유치를 위한 마케팅 사업과 플랫폼 구축에 소요되는 투자비용으로 인한 것으로 해석된다.

매출액을 그대로 기업 성장을 위한 자금으로 활용함으로써 흑자전환은 이루지 못했지만 ‘간편송금’이라는 새로운 시장에서의 고지를 선점한 것이다.

이에 토스는 지난 6건의 투자유치 과정에서 약 2200억원을 끌어 모았다. 이를 통해 기업가치는 현재 1조350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신선식품’ 배송의 문을 연 마켓컬리는 사업 초기 수익성 확보 어려움으로 적자를 면치 못하다가 시장 선점에 성공하면서 지난해 1600억원에 달하는 매출을 달성했다. [사진=마켓컬리]

2015년 5월 ‘신선배송’이라는 새로운 시장을 연 마켓컬리는 서비스 출시 3년 만에 일 평균 주문량 8000건, 회원 수 60만명, 월 매출 100억원이라는 놀라운 성과를 이뤄냈다.

마켓컬리의 지난해 매출액은 1570억원에 달한다. 전년 대비 3배 이상 급성장한 매출액으로, 올 1월에는 월 매출 300억원을 돌파하기까지 했다.

이 같은 마켓컬리의 성공비결은 신선식품을 밤 11시까지 주문하면 아침 7시 이전에 배송을 받을 수 있 ‘샛별배송’ 서비스라는 기존 식품유통시장을 갈아엎은 물류 혁신에 있다.

사업 초기 수익성이 없다는 이유로 물류 배송을 위한 계약체결을 위해 찾은 택배사마다 퇴짜를 맞는 등 어려움을 겪었다.

이에 자체 물류 배송 시스템을 갖출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여 초기 적자에 시달려야 했지만 소비자들의 반응이 커지면서 이제는 유통업계의 중견기업이라는 평가까지 받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마켓컬리는 지난달 글로벌 벤처캐피털인 세쿼이아캐피털을 비롯해 미래에셋벤처캐피탈 등 국내외 주요 투자사가 참여한 ‘시리즈D 투자’를 유치하면서 1000억원의 투자금을 확보해 사업 확장에 박차를 가할 예정이다.

이 밖에도 직방, 우아한형제들, 야놀자 등 국내를 대표하는 O2O(Online to Offline) 기업들 역시 기업가치를 끌어올리면서 투자자들의 관심을 받고 있다.

이들 역시 사업 초기 적자신세를 면치 못하다가 실적개선에 성공하면서 국내외 벤처캐피탈의 투자가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2010년 채널브리즈로 설립된 직방은 초기 투자금 600억원을 마케팅 비용에 쏟아 부으면서 적자가 이어졌지만 2015년 10월 내려받기 건수 1000만건 달성을 달성하면서 흑자전환 궤도에 올라섰다.

같은 해 12월에는 골드만삭스 컨소시엄으로부터 380억원 규모의 투자 유치에 성공하는 성과를 냈다.

2011년 설립된 우아한형제들도 배달의민족 서비스 과정에서 수수료 수입을 포기하는 수수료 제로 정책을 통한 사용자·음식점 확보에 사활을 걸며 흑자를 내지 못했다.

190억 원의 광고비를 지출한 2014년에는 150억 원이 넘는 적자를, 2015년에는 매출 459억 원에 영업손실 249억 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크게 성장한 매출에도 불구하고 마케팅비 지출과 메워지지 않는 적자로 인해 이들의 사업 전망은 불투명한 것으로 평가를 받기도 했다.

하지만 2016년 기준 누적 주문건수 9800만건, 연간 거래액 1조8800억원을 기록하는 등 업계 1위의 입지를 공고히 했다.

우아한형제는 최초에 본엔젤스파트너스로부터 2억원, 2012년에는 IMM인베스트먼트와 스톤브릿지캐피탈, 미국 알토스벤처스로부터 20억원, 2014년에는 골드만삭스 컨소시움에서 400억원, 2016년 힐하우스캐피탈기업 주도 컨소시움에서 570억원, 2017년에 이르러서는 네이버로부터 350억 원의 투자금을 유치한 바 있다.

이처럼 우아한형제가 연이어 대규모의 투자금을 유치할 수 있었던 것은 계속해서 성장하고 있는 배달음식 분야에서 배달의민족이 큰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 덕분이었다.

이와 관련, 기업 IR부서 관계자는 “스타트업은 자산가치가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미래의 수익, 즉 수익가치를 통해 기업가치를 평가받는다”며 “투자사들은 현재의 적자에도 불구하고 향후 매출액이 지금 이상으로 계속 성장할 수 있는 요소들이 보인다면 이익은 자연스럽게 발생할 거라고 평가하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기존의 수익가치보다 앞으로의 기업가치가 기대되는 스타트업들에 대한 투자가 이어지는 것으로 해석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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