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일 경기 파주 운정행정복지센터 앞에서 고양 일산신도시 연합회와 파주 운정신도시 연합회, 인천 검단 신도시 연합회 주민들이 3기 신도시 계획을 규탄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뉴스투데이 윤진웅 기자] “제대로 인프라가 갖춰지지도 않았는데 왜 자꾸 공급을 늘리는지 이해할 수가 없습니다. 이런 막무가내 행정의 모든 책임과 고통은 결국 다음 세대들이 받습니다” 경기 일산신도시에 거주하는 한 대학교수 김 모씨의 말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 10주기를 맞은 23일, 최근 3기 신도시 발표에 이어 아파트 9000여 가구의 추가 공급 소식에 갈등이 심화하고 있는 고양 일산을 찾았다.

고양으로 가는 내내 무거운 마음이 들었다. 정부의 3기 신도시 발표가 비난받는 대표적인 이유 중 하나가 2기 신도시의 조성 미흡이라는 점에서다. 2기 신도시는 2003년 노무현 정부 당시 주택시장 안정과 서울 주택 수요 분산을 위해 지정됐다.

2기 신도시는 올해 16년이 지났지만, 도시의 형태를 갖추려면 멀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국토부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기준 2기 신도시 12개 중 준공면적 약 52%만이 개발 완료됐다. 일부 지역을 제외하면 교통여건은 아직도 열악하다.

상황이 이런데도 정부는 서울 집값을 잡겠다며 3기 신도시 조성 계획을 발표했다. 3기 신도시와 인접한 기존 신도시 주민은 반발했다. 여기에 아파트 9000여 가구가 고양에 공급된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일산신도시 주민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일산에 위치한 한 부동산에는 주민으로 보이는 세 사람이 심각한 표정으로 공인중개사의 설명을 듣고 있었다. 향후 아파트가 공급되는 지역의 위치와 그에 따른 부동산 시장의 변화에 관한 내용을 골자로 공인중개사의 설명이 이어졌다.

3년 전 일산신도시로 이사를 왔다고 자신을 소개한 A씨는 “집이 남아도는 데도 서울 집값은 내려가지 않는 상황이다”라며 “잘못된 정책으로 계속해서 서울 집값만 올리지 말고 경기 북부에 교통과 자족 시설 먼저 확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서울 강남에서 직장생활을 하는 B씨는 “가뜩이나 교통여건이 열악한 곳에 또 아파트를 지어서 공급을 늘린다니 막막하다. 워라밸은 커녕 버스 이용에 하루를 다 보내게 될 것”이라며 “서울 집의 가치는 더 올라가고 결국 우리만 피해를 보게 생겼다”고 호소했다.

최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6~8월 전국 입주 예정 아파트는 총 11만2359가구로 이 중 경기 고양에만 약 9000가구가 입주한다.

3기 신도시 발표 후 여러 말이 나오고 있는 경기 고양시에 약 9000가구 아파트가 추가로 입주된다. 6월 692가구를 시작으로 7월 4572가구, 8월 3331가구 총 8595가구가 입주가 예정돼 있다. 가장 큰 입주예정 물량은 7월 고양 향동에서 입주가 시작되는 2947가구다. 수도권 전체 입주 예정인 가구 수(5만4700가구) 중에서도 경기 고양의 입주 예정 물량은 상당수를 차지한다.

3기 신도시 지정 이후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는 고양 지역은 대규모 입주로 인해 전세가 하락까지 우려되고 있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이달 둘째 주(5월 13일) 기준으로 일산서구 아파트값은 0.19% 하락해 전주(-0.08%)보다 낙폭이 2배 증가했다. 일산동구 아파트값 역시 0.1% 하락해 첫째 주(-0.02%)보다 낙폭이 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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