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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e영화] ‘배심원들’ 사법부 불신시대, 재판장에 던지는 짱돌“잘 모르겠다” 솔직함으로 시작해 진실 파헤치는 배심원들…기득권‧엘리트 우월주의 꼬집는 영화
영화 ‘배심원들’은 사법부 신뢰도가 떨어진 상황에서 등장한 의미심장한 영화다. [사진=영화 ‘배심원들’]

*본 기사는 영화 ‘배심원들’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이뉴스투데이 이하영 기자] #뇌물수수와 성범죄 혐의로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이 16일 구속됐다. 의혹이 불거진 지 6년만이다.

#14일 성매매 알선 및 횡령 등 혐의를 받는 가수 승리(본명 이승현) 구속영장이 기각되자 누리꾼들은 ‘승리가 승리했다’며 재판부 결정을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최근 이같은 잇따른 사건으로 사법부 신뢰도가 수직낙하하고 있다. 이제 많은 국민은 재판장이 올바른 판단을 내린다기 보다 재판장 일신에 이로운 판단을 내린다고 생각하게 됐다. 아무리 법률에 근거한다고 하지만 판단은 사람이 내린다. 법리 해석에 개인차가 존재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

제대로 일하는 수많은 판사가 있으리라 생각하면서도 ‘과연’이란 말로 불신은 똬리를 틀고 평범한 시민 마음을 파고든다.

비리, 유착, 감싸기 등. 영화 ‘배심원들’은 최소한의 도덕이라는 법이 기득권‧엘리트 세력의 도덕적 해이 온상으로 여겨져 허탈감을 느끼는 현재, 국민이 사법부 판결에 정면도전하는 이야기다.

영화 ‘배심원들’은 우리나라에 처음 배심원제도가 시행된 2008년을 배경으로 한다. [사진=영화 ‘배심원들’]

◆평범한 사람들 8명=소시민이 당당히 사법부에 맞설 무대를 갖추기 위해 영화는 시대를 거스른다. 지금으로부터 11년 전, 2008년 우리나라에 처음으로 배심원제도, 즉 국민참여재판이 도입됐던 그 시기로 말이다.

첫 배심원이라니 일반인 중에서도 특출난 사람을 뽑았을 것 같다. 하지만 현실은 사람수 채우기도 급급해 특허 출원한 기기에만 목매는 신용불량자 권남우(박형식)를 재판시작 1시간 전에 심사해 억지로 집어넣을 만큼 녹록치 않다.

이외에도 병든 남편을 10년간 병구완 한 양춘옥(김미경), 3년 전까지 임대아파트에 살았던 오수정(조수향), 뭐든 적당히가 최고인 과자 킬러 조진식(윤경호), 일에 밤낮 치여 사는 대기업 비서 최영재(조한철), 집에선 기죽어 살지만 밖에 나오면 기가 사는 주부 변상미(서정연), 시신과 30년간 만나며 웬만한 법의학자 못지않게 된 장기백(김홍파) 등.

전혀 법과 관련 없는 사람들 사이서 딱 1명 법대 1학년생 백수장(윤그림)이 들어가며, 일반인들로 구성된 배심원들이 논리를 획득할 수 있는 요소를 마련한다. 사법적 논리성을 지닌 백수장은 재판장을 비롯한 검사, 변호사들이 깔아둔 선 밖으로 스스로 나가지는 못한다.

의문을 품는 건 배심원 심사 때부터 ‘잘 모르겠다’를 달고 사는 권남우다.

영화는 사건에 의문을 품는 배심원들을 통해 질문하지 않는 법조인들의 엘리트 의식을 꼬집는다. [사진=영화 ‘배심원들’]

◆유죄vs무죄=첫 국민참여재판을 순조롭게 진행해야 하는 법원 측에서는 큰 이견 없는 사건을 배정한다. 증거, 증언, 자백이 확실히 갖춰진 존속 살해 사건. 재판장 김준겸(문소리)은 배심원들에 “피고인이 유죄로 확정됐다”고 당당히 말한다. 그러니 그들이 할 일은 양형여부 가리기 정도다.

이 말을 들은 배심원들 또한 특별히 할 일이 없을 것이라고 예상한다. 하지만 막상 재판 뚜껑을 열고 보니 시작부터 범상치 않다. 피고 유죄를 밝히는 한 전문가 증언에 반대하던 배심원 한명이 퇴정 조치를 받는 것으로 시작해 처음부터 엉뚱했던 권남우가 유무죄 선택에서 돌연 “잘 모르겠다”를 선언하기에 이른다.

배심원을 어서 끝내고 일을 하러 가야했던 최영재에게 권남우 말은 그야말로 청천벽력이다. 그는 권남우를 설득하기 위해 왜 피고인이 범인인지 마치 법조인처럼 자세하게 설명해준다.

다만 권남우가 왜 그렇게 생각했느냐고 물었을 때는 답변이 마땅치 않다. 그의 생각이 아닌 재판장이 읊고 검사가 뒷받침했던 생각이기 때문이다. 그 안에 권위만 있을 뿐 최영재 본인 생각은 없다.

사회적으로 최영재보다 학식이 부족하다고 여겨지는 권남우는 자신이 보고 느낀점에 의문을 품었다. 재판에서 드러난 사건은 증거부터 시작해 이상한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피해자인 어머니 상처부위와 사건 당시 피해자 행동, 할머니와 아빠 사이가 좋았다는 피해자 손녀 증언, 가해자인 아들이 지닌 신체적 특징 등.

피고 유죄를 확신할 수 없었던 권남우는 사건 기록을 요청하고, 함께 기록을 보던 배심원들이 하나둘 “나도 잘 모르겠다”며 사건을 좀더 파헤쳐 보자고 말한다. 별 것 아닌 일이 아니라 한 사람의 미래가 걸린 일이기 때문이다.

영화 ‘배심원들’에서 일반 시민들은 기득권이 정해놓은 답을 그대로 따르지 않고 스스로 생각해 반대표를 던진다. [영화 ‘배심원들’]

◆짱돌을 던질 수 있는 사람들=쉽게 끝날 줄 알았던 재판이 지지부진하게 이어지자 김준겸을 비롯한 법조계 인사들은 배심원 태도에 짜증이 나기 시작한다. 경찰 조사, 전문가 조언, 증거까지 확실한 사건에다 재판부가 유죄라는데 뭐가 문제일까.

한편 슬그머니 걱정이 되기도 한다. ‘정말 내가 잘못 생각한 것은 아니었을까?’ 의문도 계속 품는다. 깊은 밤, 급기야 김 재판장도 사건 기록을 뒤지기 시작한다. 이후 결말 부분은 영화를 볼 관객을 위해 남겨둔다.

깔깔 웃고, 엉엉 울다 극장을 나오니 영화 속 단 한 문장이 머릿속을 떠돌아 다녔다. “처음이니까, 잘하고 싶어서요” 자격증 없이 10년간 아픈 남편을 돌봤던 양춘옥이 김 재판장에 날린 한방이 묵직하다.

엘리트 의식으로 똘똘 뭉쳐 ‘답정너(답은 정해져 있으니 너는 대답만 해)’를 외치는 재판장과 그들 판결을 더는 믿을 수 없게 된 시민들. 양춘옥 마음으로 배심원이 된 시민들은 당당히 재판부에 “왜”라는 의문형 짱돌을 투척해 그들이 정한 답안을 와장창 깨부순다.

어쩌면 홍승완 감독은 관객에게 이 말을 하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 “당신도 짱돌을 던질 수 있다.”

이하영 기자  greenbooks7@enews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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