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달세계 여행'. [사진=위키피디아]

[이뉴스투데이 여용준 기자] 아폴로 11호가 최초로 달에 착륙한 것은 1969년이다. 그 후 중국의 우주탐사선 창어4호가 달의 뒷면을 탐사하기까지 무려 50년의 세월이 걸렸다. 매일 밤 바라볼 수 있는 달이지만 그 앞면에서 1737㎞ 떨어진 뒷면으로 향하기까지 50년이 걸린 셈이다. 

그렇다면 인류가 달을 꿈꾼 뒤 38만㎞ 떨어진 달로 향하기까지는 몇 년의 세월이 걸렸을까. 이를 알기 위해서는 최초로 달 착륙을 꿈꾼 사람을 알아볼 필요가 있다. 

마리 조르쥬 장 멜리에스. [사진=위키피디아]

공식적인 자료는 없지만 최초로 달 착륙을 꿈꾼 사람은 프랑스의 영화 제작자이자 마술사인 마리 조르쥬 쟝 멜리에스다. 흔히 ‘최초의 영화’로 뤼미에르 형제가 1895년에 만든 ‘열차의 도착’을 언급한다. ‘시오타 역에 도착한 열차’라고 불리는 이 영화는 열차가 도착하는 모습을 담은 50초 분량의 활동사진으로 당시로써는 ‘움직이는 사진’이라는 점 때문에 매우 충격적인 작품이었다. 

일부 영화학자들 사이에서는 최초의 영화에 대해 논란이 있기도 하다. 미국의 토마스 에디슨도 비슷한 시기에 카메라를 발명했으며 조르쥬 멜리에스 역시 비슷한 시기에 영화를 만들었기 때문이다.

특히 멜리에스의 영화는 단순히 ‘찍어서 보여주는’ 개념이 아니라 촬영기법을 써서 연출을 했기 때문에 더 의미가 깊다. 앞서 말한대로 그의 직업은 ‘마술사’였기 때문에 촬영과 편집으로 관객을 속이는 것이 가능했다. 그의 1902년 영화 ‘달세계 여행’은 이런 ‘트릭’의 결정판이다. 

‘달세계 여행’은 초당 16프레임으로 이뤄진 14분 분량의 단편영화다. 현대 영화들이 초당 24프레임인 것과 비교하면 다소 차이는 있다. 당시 영화들이 5분 이내의 활동사진이었던 점을 감안한다면 14분 분량에 이야기가 있는 영화는 대단히 획기적인 작품이라고 볼 수 있다. 

이야기는 남북전쟁이 끝난 후 남은 대포를 처리하는 방법을 연구하다가 천문학자를 태워 달로 쏘아올리기로 한다. 그리고 달에 도착한 사람들은 낯선 환경에 쫓기기도 하고 외계인에게 납치된다. 그리고 우여곡절 끝에 이들은 겨우 살아서 지구로 귀환한다. 

쥘 베른의 소설 ‘지구에서 달까지’를 원작으로 한 이 영화는 현재의 상식으로 보면 말도 안되는 것 투성이지만 120년전의 상상력으로 보면 대단히 획기적이다. 게다가 스톱모션과 다중노출, 타임랩스 등 오늘날에도 즐겨 쓰이는 촬영기법을 처음 고안했다는 점도 높게 평가받는다. 

때문에 훗날 영화학자와 평단에서는 ‘달세계 여행’을 ‘최초의 SF영화’로 정의내리고 있다. 조르쥬 멜리에스는 이 영화를 미국에 개봉시킬 계획이었다. 그러나 토마스 에디슨의 과학자들이 이 영화를 몰래 복제해 미국에 공개하면서 정작 멜리에스는 한 푼도 벌 수 없었다. 

영화 '휴고'. [사진=CJ엔터테인먼트]

‘달세계 여행’을 만든 조르쥬 멜리에스의 이야기는 110년 뒤인 2012년 미국영화의 거장 마틴 스콜세지의 ‘휴고’에 의해 재탄생된다. 

영화 ‘휴고’는 1931년 프랑스 파리의 기차역을 배경으로 12살 고아 소년 휴고(에이사 버터필드)와 조르쥬 멜리에스의 손녀 이사벨(클로이 모레츠)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이 영화에서 멜리에스(벤 킹슬리)는 과거의 영광을 감추고 사는 장난감 가게 노인으로 등장한다. 

1차 세계대전을 겪고 절망과 우울감에 빠진 멜리에스에게 아이들은 과거의 낭만적이고 상상력 풍부했던 젊은 시절을 기억하게 하는 역할을 한다. 그리고 이 영화는 무려 ‘달세계 여행’을 3D로 보는 체험을 하게 하는 작품이기도 하다. 

평단에서는 ‘휴고’에 대해 ‘현재의 거장이 무성영화 시대에 보내는 헌사’라고 평가하고 있다. 무성영화의 시대를 살아온 세대들은 이제 대부분 살아있지 않지만 ‘휴고’는 아날로그의 시대를 살아온 우리 전체의 향수가 되기에 충분하다. 이는 ‘달세계 여행’ 뿐 아니라 이후 등장한 찰리 채플린이나 버스터 키튼의 무성영화들과도 통한다. 

‘달세계 여행’은 달이 여전히 미지의 영역일 때 가진 상상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달의 비밀이 상당 부분 밝혀진 상태에서 살펴보는 ‘달세계 여행’은 많은 부분에 낭만적이다. 그것은 상상할 수 있음에 대한 낭만과도 통할 것이다. 그래서 ‘달세계 여행’은 ‘최초의 SF영화’임과 동시에 ‘가장 낭만적인 무성영화’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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