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 구본무 LG 회장. [사진=LG]

[이뉴스투데이 여용준 기자] 지난해 5월 20일 故 구본무 LG 회장이 별세한 후 1년이 지났다. 그동안 아들 구광모 회장으로 경영승계가 빠르게 이뤄졌으며 그만큼 그룹의 체질 개선도 이뤄졌다. 적극적인 M&A와 파격적인 임원인사를 통해 외부 인재를 적극적으로 영입했으며 대표이사와 이사회를 분리해 이사회의 자율경영을 강화했다. 구광모 회장은 올해 ‘고객 가치’를 강조하며 각 계열사에 고객 중심의 DNA를 이식했고 원천기술 확보와 인재유치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 적극적인 M&A, 외부인재 영입…유연하고 신속한 대응 ‘눈길’

그동안 LG그룹은 M&A에 있어서는 보수적이라는 이미지를 가져왔다. 삼성이나 한화 등 주요 그룹사들이 적극적인 M&A를 통해 기업의 역량을 키워왔다면 LG그룹은 내부에서 기술 육성을 하는데 주력했다. 

1990년대 이후 LG그룹이 인수한 기업들을 살펴보면 1995년 미국 디지털TV기업 제니스와 2000년 데이콤, 2004년 현대석유화학, 2012년 일본 긴자스테파니·에버라이프·캐나다 후르츠앤패션 등 해외 기업, 2013년 STX에너지 투자 등이 전부다. 2015년에는 LG유플러스가 소셜커머스 기업인 티몬의 인수를 추진한 바 있지만 성사되지 않았다. 

그동안 인수를 추진한 대형 기업들은 데이콤과 현대석유화학이 유일하다. 특히 현대석유화학이 롯데그룹과 공동 인수였던 점을 감안하면 LG그룹의 대형 인수는 데이콤 이후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그러나 최근 LG전자와 LG화학, LG유플러스 등 주력 계열사들을 중심으로 적극적인 M&A가 추진되고 있다. LG전자는 지난해 4월 오스트리아의 자동차 전장기업 ZKW를 인수했으며 로봇 사업 강화를 위해 국내외 로봇 기업들도 대거 인수했다. 

LG화학은 같은 해 9월 미국의 자동차용 접착제 기업인 유니실을 인수했으며 올해에는 다우듀폰의 솔루블 OLED 소재사업을 인수했다. LG유플러스는 CJ헬로 인수에 근접하게 다가서며 알뜰폰과 방송사업에서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게 됐다. 

기업 M&A 뿐 아니라 인재 영입에도 적극적이다. 그동안 LG그룹 사장단의 경우 내부 승진인사가 주를 이뤘지만 구광모 회장 취임 후 처음 이뤄진 지난해 말 임원인사에서는 외부 인사들이 CEO 자리에 포진하는 파격 인사가 이뤄졌다. 

박진수 전 LG화학 부회장이 물러난 자리에는 3M에서 일하던 신학철 부회장이 영입됐고 홍범식 베인&컴퍼니 대표를 ㈜LG 경영전략팀 사장으로, 김형남 한국타이어 연구개발본부장을 부사장으로 영입했다. 

LG그룹 관계자는 “계열사별로 미래 준비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인재를 발탁한 데 따른 것”이라며 “중장기적 관점에서 인재를 조기에 발굴 육성해 미래 사업가를 키우고 CEO 후보 풀을 넓히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권영수 LG 부회장. [사진=연합뉴스]

◇ 이사회 자율경영 강화…경영 전문성 높인다

구광모 회장 취임 후 가장 큰 변화 중 하나는 핵심 계열사의 대표이사와 이사회를 분리해 자율경영을 강화한 점이다. 

3월 LG전자는 이사회를 열고 조성진 LG전자 부회장 대신 권영수 ㈜LG 부회장을 이사회 의장으로 임명했다. 권 부회장은 LG전자 외에 LG디스플레이와 LG유플러스의 이사회에도 합류했다. 

LG전자는 2003년 지주사 체제로 전환한 후 대표이사와 이사회 의장을 분리해왔으나 2017년 책임경영 강화 차원에서 조성진 부회장이 이사회 의장을 겸임한 바 있다. 

이밖에 구광모 회장은 선대 회장이 겸임했던 LG연암학원과 LG상록재단, LG복지재단 이사장을 맡지 않기로 했다. 지난해 7월 구 회장은 이사장 자리에 이문호 전 연암대 총장을 선임했다. 

LG 관계자는 “구광모 대표는 상당 기간 경영에 집중하기 위해 직접 이사장을 맡지는 않았지만 공익재단에 깊은 관심을 갖고 계속 지원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LG 테크 컨퍼런스'에 참가한 구광모 회장 모습. [사진=LG]

◇ 구광모 회장, 고객 가치 강화…신기술·인재 유치 적극 행보

구광모 회장은 취임 후 첫 신년 인사회에서 임직원들에게 고객 가치를 강조했다. 구 회장은 “지난해 6월 ㈜LG 대표로 선임된 후 LG가 쌓아온 전통을 계승·발전 시키는 동시에 더 높은 도약을 위해 변화할 부분과 LG가 나아갈 방향을 수없이 고민해 보았지만 결국 그 답은 ‘고객’에 있었다”고 말했다. 구 회장은 “지금이 바로 우리 안에 있는 ‘고객을 위한 가치창조’의 기본 정신을 다시 깨우고 더욱 발전시킬 때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3월 열린 주주총회에서도 “고객을 위한 가치창조의 기본정신을 다시 되새기고 발전시켜 LG만의 고객 경험을 제공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라고 전했다. 

이밖에 구 회장은 올해 2월 서울 마곡 LG사이언스파크에서 석·박사 인재 350명을 대상으로 ‘LG테크 컨퍼런스’를 개최했다. 

또 기업 벤처 캐피탈 계열사인 LG테크놀로지벤처스를 통해 미국 자율주행, 인공지능(AI), 로봇, 가상현실(VR)·증강현실(AR), 바이오·소재, 차세대 디스플레이 등 스타트업 기업들에 1900만 달러를 투자하며 신기술 확보에 나서고 있다. 

◇ 경영 일선 물러난 구본준 부회장…그룹 내 고문으로 남아

LG그룹이 구광모 회장 체제로 자리 잡아가면서 구본준 부회장의 거취에도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재계에서는 구 부회장이 계열 분리를 통해 독립할 것으로 예상했으나 부회장 직을 내려놓고 그룹 내 고문(顧問)으로 남기로 했다.

앞서 구본준 부회장은 3월 LG전자 이사회를 통해 LG전자의 사내이사직에서 물러났다. 당초 임기는 2020년까지 였으나 구광모 회장의 경영체제를 확고히 하기 위해 1년 먼저 물러난 것으로 풀이된다. 

한편 LG그룹은 20일 구본무 회장 1주기를 맞아 행사 방향을 고심 중이다. LG그룹 관계자는 “회사 차원에서 1주기 추도식을 진행할 예정이지만 구체적인 행사 방향은 아직 결정된 것이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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