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전 대통령이 4월 방북이 정가의 뜨거운 논쟁거리로 떠오르면서 여야간 대립이 격화되고 있다. 특히 한나라당은 ‘지방선거를 앞둔 ‘정치공작’이라며 김 전 대통령은 4월 방북을 저지하기 위해 공세의 수위를 높이고 있고, 열린우리당은 ‘흑색선전을 중단하라’며 반박에 나서는 등 ‘DJ방북’이 정국이슈로 부각하고 있다.
 
한나라 민주 방북 연기 주장
한나라당은 ‘정치공작’이라며 김 전 대통령의 방북시기를 연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나라당은 지난 13일 최고위원회의에서 “김 전 대통령의 방북 문제(논의)가 하필이면 지방선거를 앞두고 이뤄지는 것이라 많은 사람들의 의심을 받을 수 있는 문제”라며 “정부는 국민에게 의심을 받을 짓을 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이재오 대표는 “방북 자체에 반대하지는 않지만 굳이 선거를 앞둔 4월을 고집하는 것은 정치공작 의도로 밖에 생각할 수 없다”라며 “정부 여당이 민심을 얻을 생각을 하지 않고 선거를 정치 공작으로 몰아가려 한다면 우리 당은 좌시하지 않겠다”고 경고했다.
당내 강경보수파인 이방호 정책위의장은 “김 전 대통령의 방북은 북한과 연방제 문제를 의논하려는 것으로 예상된다”며 “나라의 운명을 정하는 방북에 김 전 대통령이 어떤 자격과 권한으로 가는지와 국민이 동의하지 않은 통일 방식에 대해 문제제기를 해야 한다”고 밝혀 사실상 방북 자체에도 반대 입장을 나타냈다.
한나라당 이계진 대변인은 이날 국회 브리핑에서 “김 전 대통령이 북한을 방문하는 것 자체를 반대하거나 시비할 이유는 없다”면서도 “김 전 대통령이 북한을 방문한다면 그것은 현 정부의 특사가 아니라 국민의 한 사람 혹은 전직대통령의 자격으로 다녀와야 한다”며 정치적 이용 가능성을 경계했다.
이어 “굳이 지방선거를 앞두고 온갖 오해와 억측을 받으면서 추위도 덜 풀릴 4월에 갈 것이 아니라 지방선거 끝나고 가는 것이 여러모로 봐서 축복받을 방북 길이 될 것 같다”며 김 전 대통령의 방북이 오는 5월에 있을 지방 선거에 영향을 미쳐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민주당 유종필 대변인은 지난 10일 불교방송에 출연, “김 전 대통령이 열차로 방북해 남북관계의 진전을 이루기를 간절히 희망한다”면서도 "다만 노무현 대통령과 열린우리당이 지방선거에 이를 정략적으로 이용하려 해선 안 된다"고 강조한 바 있다. 그는 특히 "이용하려 하더라도 요즘 국민이 현명해서 그런 냄새를 금방 맡아버린다"며 개인적 견해임을 전제로 "(DJ 방북이) 지방선거가 끝나고 이뤄졌으면 좋겠다"고 밝혀, 방북시기 연기를 주장했다.
 
우리당 민노당 ‘치졸한 정치행위’
이에 열린우리당은 한나라당이 흑색선전을 하고 있다고 반박하고 나섰다. 열린우리당 국회 통일외교통상위원장 임채정 의원은 지난 13일 비상집행위원회 회의에서 김대중 전 대통령의 방북을 앞두고 사전 조율을 위해 북에 다녀온 것이 아니냐는 이른바 '대북 특사설'을 부인했다.
임 의원은 “열린정책연구원장 자격으로 북한 조국통일연구원의 초청을 받고 교류와 협력 증진 차원에서 북한에 다녀온 것일 뿐”이라며 “김대중 전 대통령의 방북과 관련한 논의는 전혀 없었으며 오해를 살까봐 일부러 이야기를 꺼내지도 않았다”고 밝혔다. 또 “남북문제를 선거에 활용해서 잘된 사례가 없다는 것을 한나라당이 알면서도 의도적으로 흑색선전을 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임 의원과 함께 북한에 다녀온 같은 당 박병석 의원도 “열린정책연구원이 지방선거를 앞두고 북풍을 일으키고 있는 것처럼 한나라당과 일부 언론이 주장하고 있는 것은 대단히 유감”이라면서 “해괴망측한 억측과 발상을 그만둬라”고 비난했다.
민노당의 박용진 대변인도 이날 가진 브리핑에서 한나라당을 겨냥해, “김대중 전 대통령 방북이 남북문제에 도움이 되느냐를 따지고 평화정착에 미치는 영향을 먼저 판단할 것이지 국내선거 일정 때문에 문제제기 하는 것은 치졸한 정치행위”라며 언성을 높였다.
 
DJ방북 어느 당에 유리한가
DJ방문의 초점은 뭐라 해도 5월 지방선거의 손익에 미칠 영향이다. 정치권에선 한나라당의 거센 반발과 달리, 김 전 대통령의 방북이 지방선거에서 한나라당에 불리하게 작용할 것이라고 보는 시각은 많지 않다.
실제로 한나라당 의원 가운데 상당수는 지난 2000년 4·13 총선 직전 여권이 발표한 남북 정상회담 개최가 총선에서 별 효과를 거두지 못했던 것과 비슷한 상황이 연출될 것이라고 분석한다. 2000년 총선 때 한나라당의 선거를 총괄했던 윤여준 전 의원은 “이제 남북관계는 선거에서 폭발력이 없어, 설령 이번에 김정일 답방 등의 합의를 이끌어내도 지방선거에 별 영향이 없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한나라당 안에선 “이번 방북은 열린우리당이 김 전 대통령과 같은 편이라는 인식을 확산시켜 한나라당보다는 민주당에 타격을 주려는 의도가 크다”는 해석까지 나오고 있다.
그러나 엄호성 전략기획본부장은 “만일 2차 남북 정상회담이나 ‘낮은 단계의 연방제’ 합의, 통일헌법 추진 등이 방북 성과물의 일부로 선거에 임박해 발표된다면 한나라당으로선 불리할 수도 있다”고 경계를 늦추지 않았다.
때문에 한나라당의 공세는 김 전 대통령의 방북 결과가 지방선거에 이용될 가능성을 사전에 차단하고, 이를 국민들에게 미리 알려 효과를 반감시키려는 뜻으로 보인다. 일종의 ‘경고’이자 ‘김 빼기’인 셈이다.
이런 대응 방식을 놓고는 서로 다른 평가가 나온다. 윤여준 전 의원은 “선거에 미칠 영향과는 별개로 정치적 이용의 개연성이 있으니 야당으로서 ‘예방주사’를 놓는 것”이라고 말했다.
여론조사기관인 리서치플러스의 임상렬 대표는 “과거의 ‘북풍’은 (남북이) 계획적으로 짜고 쳤지만, 이번 방북은 오래전부터 얘기돼 온 것이어서 국민들이 보기에도 ‘잔머리’로 보이진 않을 것”이라며 “한나라당이 방북 시기를 문제 삼아 득볼 것은 당 내부 단속 효과 외에는 없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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