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뉴스투데이 여용준 기자]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2014년 5월 10일 급성 심근경색으로 쓰러진 후 5년이 지났다. 그 사이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순실씨의 국정농단 사태가 터졌고 이 회장의 오른팔이었던 최지성 전 미래전략실장(부회장)은 구속됐다. 이재용 부회장이 경영 전면에 등장했으나 국정농단 사태와 연루돼 ‘삼성 오너일가 중 첫 구속’이라는 불명예를 떠안게 됐다. 

이 회장의 와병 이후 5년간 삼성전자에 있었던 사건·사고와 여러 변화들을 되짚어봤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진=연합뉴스]

◇ 국정농단 사태 연루, 이재용 부회장의 고군분투

2016년 말 박 전 대통령과 최순실씨가 주도한 사상 초유의 국정농단 사태로 삼성전자 뿐 아니라 재계 전체에 찬바람이 불어닥쳤다. 

그해 말 터진 국정농단 청문회에서 재계 총수들은 전국경제인연합(전경련)에 대한 탈퇴의사를 밝혔고 이 부회장은 그룹의 컨트롤타워인 미래전략실을 해체하겠다고 선언했다. 그후 2017년 초 삼성그룹 미래전략실은 해체됐고 계열사들의 자율적인 경영을 강화하도록 조직을 개편했다. 이에 따라 재계에서는 사실상 삼성그룹이 해체한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그룹이 미전실을 해체하면서 경영쇄신을 도모했으나 국정농단 사태의 광풍에서 벗어날 순 없었다. 미전실 해체 직후 그 해 2월 이재용 부회장이 삼성 총수 일가 중 처음으로 법정 구속됐으며 같은 해 8월 ‘삼성의 No. 2’라고 불리던 최지성 부회장과 장충기 사장도 구속됐다. 

삼성가 오너들 중 故 이병철 회장은 1966년 사카린 밀수로 구속될 뻔한 적이 있었으나 차남 이창희 전 새한미디어 회장이 구속돼 6개월 수감생활을 했다. 이병철 회장에 대한 구속의 필요성이 여러 차례 제기됐으나 이병철 회장은 당시 “한국비료를 국가에 헌납하고 경영에서 은퇴하겠다”고 선언하며 구속을 면했다. 

이건희 회장 역시 1995년 노태우 전 대통령의 비자금 조성 의혹을 수사할 때 검찰에 소환된 바 있으나 집행유예로 마무리됐다. 이후 2008년 삼성 특검 당시 비자금 조성과 불법 경영승계 혐의로 조사를 받았으나 불구속 처리되고 법원에서 집행유예 판결을 받았다. 

이재용 부회장은 삼성 오너 일가 중 처음으로 구속된 뒤 353일 수감생활을 하다 지난해 2월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를 받고 풀려났다. 현재 대법원 상고심이 진행 중이며 다음달 중 선고가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앞줄 가운데)과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앞줄 왼쪽),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뒷줄 왼쪽), 홍라희 전 라움미술관장(뒷줄 오른쪽), 이서현 삼성복지재단 이사장. [사진=삼성전자]

◇ 성매매 동영상·차명계좌…와병 중에도 쫓아다닌 논란

이건희 회장은 5년째 병상에 누워있지만 논란은 끊이지 않고 이어지고 있다. 특히 2016년 7월에는 뉴스타파를 통해 성매매 동영상이 공개돼 파문이 일기도 했다. 익명의 제보자로부터 확보한 이 동영상에는 이건희 회장이 여러 명의 젊은 여성들을 안가로 불러 성행위를 한 정황이 담겨져 있다. 

특히 이 동영상을 촬영 후 삼성 측에 돈을 뜯어내려 한 일당 중에 CJ제일제당 부장 출신의 선 모씨가 포함된 것이 알려지면서 故 이맹희 CJ 명예회장과 이어진 ‘형제의 난’의 여파가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2017년 검찰은 금품을 뜯어내려 한 선 모씨 일당과 동영상에 등장한 성매매 여성 중국인 J모씨 등을 기소했다. 그러나 유사성행위 사실이 드러난 이건희 회장은 와병으로 조사가 불가능한 상태기 때문에 시한부 기소중지 처분을 내렸다. 

2018년 2월에는 조세포탈과 횡령 등 혐의로 경찰로부터 조사를 받았다. 경찰청 특수수사과는 이건희는 삼성그룹 임원 72명의 260개 차명계좌를 개설해 자금을 관리하면서 2007~2010년 귀속분 양도소득세, 종합소득세 등 82억 원 상당의 조세를 포탈한 것으로 봤다. 

또 2008~2014년까지 6년간 자신의 일가 주택 비용을 삼성물산 법인 자금으로 대납 받아 30억원 상당을 유용한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은 이 사건 역시 조사가 불가능해 시한부 기소중지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올해 경영환경 악화로 위기가 있을 것을 예고한 삼성전자 주주총회 모습. [사진=연합뉴스]

◇ 삼바 분식회계, 경영환경 악화 등…현재의 과제들

현재 삼성전자는 이재용 부회장과 대표이사 3인(김기남 부회장, 고동진, 김현석 사장)이 이끌고 있다. 사업부문은 3인의 대표이사가 경영을 책임지고 이 부회장은 신사업 물색과 대외업무에 주력하고 있다. 

최근 경영환경이 악화된 것은 이들에게 과제로 남을 전망이다. 최근 반도체 호황기가 끝나고 스마트폰 실적이 정체되면서 올해 1분기 삼성전자는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60% 가까이 줄어들었다. 지난해 초 3인 대표이사가 교체된 후 첫 번째 위기를 맞이한 셈이다. 때문에 이 부회장과 3인 대표이사에게는 첫 고비가 될 전망이다. 

우선 삼성전자는 소프트웨어와 전장사업 등 신사업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면서 미래 먹거리 발굴에 나서고 있다. 특히 메모리 반도체 중심에서 벗어나 포트폴리오를 다양화하기 위해 2030년까지 시스템반도체에 133조원을 투자한다는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스마트폰 역시 5G와 폴더블폰 등 미래 시장에 대해 선제적으로 나서는 한편 가전제품과 TV 역시 스마트 기능을 강화해 ‘초연결 가전’에 다가선다는 방침이다. 

이재용 부회장 개인에게는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에 대한 검찰 수사가 어떤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검찰이 이번 분식회계 사건을 경영권 승계의 핵심으로 보는 만큼 이건희 회장과의 연결고리도 부정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검찰은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자회사 삼성바이오에피스의 분식회계 증거인멸 과정에서 그룹 차원의 개입이 있었는지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최근 에피스 임직원 2명을 구속하고 삼성전자 사업지원TF팀 소속 임원에 대한 조사를 진행했다. 

검찰은 조사 결과 증거인멸 시도가 계열사 차원이 아닌 그룹 차원에서 이뤄진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따라 이 부회장의 소환조사 가능성도 열려있는 상태다. 검찰 관계자는 “특정인을 정해놓고 수사하거나 반대로 피해서 수사하거나 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이밖에 국정농단에 대한 대법원 선고도 남아있다. 이 결과에 따라 이 부회장은 ‘실형을 선고받은 첫 삼성 총수 일가’라는 불명예를 안을 수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이제 대법원의 판단만 남았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없다”며 지켜보자는 입장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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