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산 등 우리나라 주요 명산에서 구상나무, 분비나무, 가문비나무 등 보호 가치가 높은 상록침엽수가 자생지에서 집단으로 고사하는 현상이 발생하고 있는 가운데 산림청 국립산림과학원은 8일 정부대전청사에서 '전국 고산지역 멸종위기 침엽수종 실태조사' 분석결과를 발표했다. 사진은 전범권 산림과학원장이 브리핑 하고 있다. <사진=산림청>

[이뉴스투데이 대전충청취재본부 박희송 기자] 최근 한라산·지리산·설악산 등 우리나라 주요 명산에서 구상나무, 분비나무, 가문비나무 등 보호 가치가 높은 상록침엽수가 자생지에서 집단으로 고사하는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이들 침엽수(구상나무·분비나무·가문비나무·눈측백·눈향나무·눈잣나무·주목 등 7종)는 우리나라 백두대간 명산의 해발 1,200m 이상 높은 산에서 주로 서식하나 기후변화 등으로 생육과 갱신에 위협을 받고 있다.

특히 구상나무는 전 세계적으로도 우리나라에만 분포해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의 적색목록(Red List), 국내에서는 ‘수목원정원의 조성 및 진흥에 관한 법률’ 등으로 지정돼 보호되고 있다.

이에 산림청은 지난 2016년 10월 ‘멸종위기 고산지역 침엽수종 보전·복원 대책’을 발표하고 2017년부터 2018년까지 2년간 ‘전국 고산지역 멸종위기 침엽수종 실태조사’를 시행했다.

산림청 국립산림과학원(원장 전범권, 이하 산림과학원)은 8일 정부대전청사에서 ‘전국 고산지역 멸종위기 침엽수종 실태조사’ 분석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실태조사를 통해 고산지역에 분포하는 7대 고산 침엽수종에 대한 전국 정밀 분포도를 최초로 제작했으며 739개 표본 조사지점에서 현지조사 수행, 고산 침엽수종의 밀도와 건강상태 등 생육현황 전반에 대한 방대하고 정밀한 현장정보를 확보하는 성과를 거뒀다.

이번 성과는 기후변화로 사라져가는 고산지역 침엽수종의 현황에 대한 최초의 전국적 조사 자료라는 점과 향후 고산 침엽수종 보전·복원 활동을 위한 토대가 마련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실태조사 결과, 전국 31개 산지에 멸종위기 고산 침엽수종이 서식하고 있으며 전체 분포면적은 1만2094㏊(우리나라 산림면적의 0.19%)였다.

지역적으로는 지리산이 5198㏊(43.0%)로 가장 넓은 면적에 걸쳐 분포하고 있으며 한라산은 1,956ha(16.2%), 설악산은 1,632ha(13.5%), 오대산은 969ha(8.0%)에 대규모로 분포해 있다.

전국적으로 구상나무는 6939㏊에 약 265만 그루가 분포하고 있다.

분비나무는 3690㏊에 약 98만 그루, 가문비나무는 418㏊에 걸쳐 약 3만 그루가 서식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기타 눈측백, 눈향나무, 눈잣나무 등은 일부 지역에 소규모로 분포하고 있었다.

또 멸종위기 고산지역 침엽수종의 주요 분포 범위는 해발고도 1200~1600m였으며 수분조건이 상대적으로 양호한 북쪽 계열 사면에 주로 분포했다.

고산침엽수 분포지역의 평균 기온은 약 6.3℃(전국 평균 12.3℃), 강수량은 1,697㎜(전국 평균 1,310㎜)였다.

현지조사를 통해 고산 침엽수종의 고사목 발생현황과 생육목의 건강도를 측정하고 종합적인 쇠퇴도를 산출한 결과 전국 구상나무림의 약 33%, 분비나무림의 28%, 가문비나무림의 25% 가량이 쇠퇴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됐다.

특히 수종별로 쇠퇴도가 가장 높은 지역은 구상나무의 경우 한라산에서 39%, 분비나무는 소백산에서 38%, 가문비나무는 지리산에서 25%로 나타났다.

쇠퇴도(수관활력도/수간건강도/고사목 발생률을 기준으로 조사)는 기후변화에 따른 겨울철 기온상승률이 높고 위도가 낮은 곳에서 높게 나타났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고산 침엽수종의 숲이 안정적으로 유지되기에는 어린나무의 개체수가 적고 나무들의 연령구조가 불안정해 지속적인 개체군 유지가 어려운 상황이라는 점이다.

구상나무와 분비나무는 작은 나무가 부족한 왼쪽으로 치우친 종형구조며 가문비나무는 작은 나무와 중간크기 나무도 부족한 종형 구조로, 가문비나무의 숲의 구조가 가장 불안정했다.

후대를 이을 어린나무(흉고직경 6㎝ 미만이면서 수고 50m 이상)를 조사한 결과 지리산에서 구상나무와 가문비나무는 각각 ㏊당 평균 191그루와 53그루가 있었으며 설악산의 분비나무는 ㏊당 평균 181그루가 출현해 매우 적은 수준이었다.

고산 침엽수의 고사에는 고산지역의 특성과 기후변화 등 다양한 원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번 실태조사를 통해 고사발생 유형을 발견하고 고산 침엽수 쇠퇴가 기후변화에 의해 영향을 받고 있음을 실증적으로 확인했다.

고산 침엽수는 높은 산지의 극한 기상특성(한건풍, 강풍, 폭설), 수종·개체목간 경쟁에 의한 피압 등 기본적인 생존 위협을 받고 있다.

그러나 겨울·봄철 기온 상승과 가뭄, 여름철 폭염, 적설량 감소 등 기후변화로 인해 발생하는 생리적 스트레스가 최근 상록침엽수의 대규모 고사와 쇠퇴의 주요 원인으로 파악됐다.

고사목 중 구상나무는 63%, 분비나무와 가문비나무는 각각 64%와 94%가 서 있는 상태로 고사했다.

한라산 등 우리나라 주요 명산에서 구상나무, 분비나무, 가문비나무 등 보호 가치가 높은 상록침엽수가 자생지에서 집단으로 고사하는 현상이 발생하고 있는 가운데 산림청 국립산림과학원은 8일 정부대전청사에서 '전국 고산지역 멸종위기 침엽수종 실태조사' 분석결과를 발표했다. 사진은 전국 멸종위기 고산지역 대상 침엽수종 모습. <사진=산림청>

이는 생리적 스트레스 또는 경쟁으로 인한 피해로 추정할 수 있다.

한라산은 기후변화에 따른 겨울철 온도상승률이 가장 높은 동시에 고산지역의 극한 기상특성도 크게 작용, 쓰러져 죽은 고사목(48%)이 매우 많이 발견됐으며 전체적인 쇠퇴도(39%)도 전국 주요 지역 중에서 가장 높았다.

고사와 쇠퇴가 가속화되고 있는 멸종위기 고산지역 침엽수종의 보전·복원을 위해 산림과학원은 쇠퇴도와 유전적 다양성 등을 고려, 우선 복원 후보대상지를 선정할 계획이다.

현재 산림과학원은 멸종위기 고산 침엽수종의 종자형성에서 발아 정착·성장에 이르는 단계별로 무엇이 문제인지를 밝히고 이를 해소해 주는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기온이 더욱 상승하면서 생리적 스트레스뿐만 아니라 병해충에 의한 피해도 예상됨에 따라 이에 대한 감시와 연구도 추진하고 있다.

전범권 산림과학원장은 이날 브리핑을 통해 “멸종위기 고산지역 침엽수종 보전·복원을 위해 조사와 연구에 더욱 박차를 가할 것”이라며 “앞으로도 여러 전문가들의 지혜를 모으고 유관 기관과 협력해 멸종위기 침엽수종의 보전에 적극 앞장서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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