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5월 SK에너지 한 주유소 전경. [사진=연합뉴스]

[이뉴스투데이 이상헌 기자] 정부가 단행한 유류세율 환원 조치가 국내 산업에 미칠 후폭풍이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당장 세금 거두기에만 눈멀어 경기부양과 정책타이밍 모두 놓쳤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크다.

7일 기획재정부는 지난해 인하된 유류세를 단계적으로 되돌리기 위한 조치의 일환으로 유류세 인하폭을 15%에서 7%로 줄였다. 당국에 따르면 이날부터 휘발유가격은 리터당 65원 더 올랐다. 

유류세 인하 조치는 지난해 하순 김동연 전 기획재정부장관 겸 부총리가 국제유가가 배럴당 80달러를 넘어서자 "영세 상공인, 중소기업, 서민의 어려움을 풀어주고 가처분소득을 조금 늘리겠다"는 취지로 시행된 제도다.

하지만 제도 시행 이후 국제 유가가 오히려 급락 하락하면서, 지난 3월 국회 기획재정원원회에서 여야가 원상복귀에 합의하기에 이르렀다. 이에 오는 9월이면 인하 조치는 완전히 사라진다. 

이번 조치로 휘발유값은 전국 평균 1532원, 서울 평균 1624원으로 상승했으며, 또 환원조치가 종료하는 시점에는 현재 유가 기준으로도 1700원을 넘어설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문재인 정부가 앞서 유류세 인하 카드를 꺼내던 것은 경기 부양책의 일환이었다. 하지만 올해 1분기 국내총생산(GDP)이 마이너스 성장률을 기록한 가운데 강행된 이번 조치가 경제에 찬물을 끼얹을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우선 소비자 유가 상승으로 인한 직접적 타격을 입을 서민들부터 분주해졌다. 이날 오전 기름값·거리를 자동분석하는 어플리케이션 '오일나우' 이용객이 폭주하기도 했다. 지난해 말 한풀 꺾였던 국내 유가가 급등세를 보이는 것도 달갑지 않은 손님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미국과 이란산 원유 수입금지 조치가 본격화되고 한국 정유사들의 예외 인정 기간은 이달 2일부로 종료되면서 국제 유가 급등으로 정유사의 수익성 악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지난 6일 싱가포르에서 거래된 두바이 현물 가격 추정 값은 배럴당 71.24달러로 올해 1월 2일 54.91달러 대비 29.7% 올랐다. 석유수출기구(OPEC)의 맹주인 사우디에 증산을 요구한 미국 트럼프 대통령의 '트윗 약발'도 다한 모양새다.

문제는 이런 혼란이 정치 실패로부터 야기됐다는 점이다. 정부가 이번 환원 조치를 실행하게 된 것은 자유한국당이 지난해 세수결손 4조원의 원인을 유류세 인하에 돌리면서 예산심사를 지연하며 시작된 것이다.

하지만 국세 세입 실적에 따르면 2017년에 15조6000억원 거둬진 교통·에너지·환경세가 2018년엔 15조3000억원이 걷혀 큰 차이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올해 휘발유와 경유 소비량은 지난해 1분기 대비 각각 8%와 8.6% 증가했다. 대한석유협회 한 관계자는 "세금을 내리게 되면 거래량이 증가하는 부분도 있기 때문에 세입을 감소시키는 효과는 그렇게 크지 않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정부는 지난 3월 26일 국무회의를 열고 ‘2020년도 예산안 편성 및 기금운용계획안 작성지침’을 통해 교통·에너지·환경세의 15%를 환경분야에 쓰도록 세출 방침을 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작성지침은 부처예산 관련 가이드라인 역할을 하는 것으로 이달 말 확정된다.

김영훈 바른사회시민회의 경제실장은 "에너지 비용이 높아지면 가계의 가처분 소득이 줄어드는건 당연한 현상"이라며 "정치인들도 이제는 다른 곳에서 예산 펑크를 내고 입맛대로 거둬들이는 구태가 아닌 재정집행의 구체성과 계획성에 주목할 때"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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