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오전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가습기 살균제 피해 요구사항 공개서한을 청와대에 전달하기 전 삭발식을 한 피해자가 다른 가족과 포옹하고 있다. 이날 피해자들은 가습기 살균제 정부 TF 구성, 전신질환 인정, 피해단계 구분 철폐, 월 1회 피해자 정례보고회 개최 등을 정부에 요구했다. [사진=연합뉴스]

[이뉴스투데이 이상헌 기자] 가습기살균제 피해자들이 가습기살균제 피해 지원을 확대하고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해 줄 것을 정부에 촉구하며 나섰다.

가습기살균제 피해자와 유족들, 가습기살균제참사전국네트워크는 7일 오전 서울 종로구 효자동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삭발식을 열고 이같이 밝혔다. 이어 피해자들의 요구사항이 담긴 서한을 청와대에 전달했다. 

이들은 소극적인 피해 판정 기준 때문에 피해자로 인정받지 못 하는 상황을 해결하고 피해단계를 재구성하는 등 정부가 피해 구제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재발방지책을 마련해 참사가 되풀이되지 않도록 막아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은 “가습기살균제를 쓴, 분명 피해자인 우리에게 정부는 아직도 피해자가 아니라고 한다”며 “더 정확히는 '피해자'로 인정할 순 없는데 '피해자'가 아니라고 할 수도 없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가습기살균제 참사는 기업들의 탐욕이 빚은 범죄로 인해 자행된 사회적 재난”이라며 “피해자들은 의학계조차 마주한 적 없던 유형의 피해에 목숨을 잃었거나 사투를 벌이고 있다. 그렇다면 문제 해결 방식도 유례가 없는 특단의 길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진상 규명과 피해 구제는 물론 재발 방지 대책 마련에 이르기까지 첫 단추부터 현행법 틀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 하고 있다”며 “사회적 재난인 가습기살균제 참사 해결을 위해 문재인 대통령과 정부는 첫 단추부터 다시 끼워라”고 요구했다.

삭발식에는 본인과 가족들이 폐질환과 면역질환 등을 겪고 있는 이재성씨와 박수진씨가 참여했다.

이 씨는 “지난 10년 동안 살아있는 자체가 고통의 연속이었다”고 운을 떼며 “정부는 협소한 피해 판정 기준으로 대다수의 불인정자를 양산했다. 나이 드신 분들은 대체로 인정이 안 되고 있는 상황”이라며 “정부는 피해자 인정과 지원을 확대하라”고 호소했다.

박씨는 “국가에 대한 믿음도 다 상실된 상태다. 다음 세대 아이들에게는 불신과 신뢰가 깨지는 행위 자체를 겪게 해선 안 된다”며 “정부는 기업의 뉘우침과 함께 자신들의 잘못을 사죄해야 한다”고 울먹였다.

이들은 삭발식을 마치고 공개서한을 청와대 시민사회수석에게 전달했다. 공개서한에는 △전신질환 인정ㆍ판정기준 완화 △피해단계 구분 철폐 △정부 내 가습기 살균제 TF팀 구성 △월 1회 피해자 정례보고회 개최 등 피해자들의 요구사항이 포함됐다.

가습기넷에 따르면 지난 3일 기준 가습기살균제 피해 조사 판정 결과를 받은 피해자 5435명 중 폐질환을 인정받지 못해 정부의 공식 지원을 받지 못한 3, 4 단계 피해자는 91.3%인 4961명에 달한다.

구제급여 외에도 특별구제계정 지원을 받는 피해자가 2010명에 이르지만 정부로부터 공식적으로 피해자로 인정받은 것은 아니다. 정부에 접수된 피해자 수는 6389명이며 사망자는 1403명으로 집계됐다. 

가습기살균제 피해자들은 지난 2일부터 서울 여의도 RB코리아(구 옥시레킷벤키저) 앞에서 유가족과 피해자들에 대한 옥시 측의 진정한 사과와 책임 있는 배상 등을 촉구하며 시민분향소를 설치하고 농성을 벌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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