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0월 경영에 복귀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가운데)이 출근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뉴스투데이 이상헌 기자] 신동빈 회장 복귀 이후 롯데케미칼의 실적이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 뒤늦게 덩치키우기를 벗어나 내실다지기에 나섰으나 전망은 그리 밝지 않다.

3일 롯데케미칼은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을 통해 올해 1분기 연결기준 매출액 3조7218억원, 영업이익 2956억8600만원, 당기순이익 2237억원의 잠정 실적을 발표했다. 

매출액은 전년 동기 4조1232억원 대비 9.7% 감소한 것이고 영업이익도 6620억2400만원 대비 55.3% 줄어 전년에 비해 반토막이 났다. 당기순이익 역시 58.8% 위축됐다. 

우선 회사측은 "대내외 불리한 상황에도 불구, 안정적인 수준의 영업이익률을 유지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하지만 타사와는 달리 그간 에틸렌에 집중한 덩치키우기 경영의 부작용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롯데케미칼의 지난해 4분기 매출은 3조8440억원으로 4.7%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은 1016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85.8% 감소하며 LG화학에게 업계 1위 자리를 내줬다. 

지난해 롯데케미칼·LG화학 모두 영업이익 감소세를 보였지만 롯데케미칼은 2017년보다 32.8% 줄어든 1조9674억원, LG화학은 23.3% 감소한 2조2461억원을 기록했다.

올해 1분기도 LG화학이 더 좋은 성적이다. LG화학이 발표한 석유화학부문 매출은 3조7488억원, 영업이익은 3986억원으로 롯데케미칼의 실적 악화가 더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LG화학이 합성고무 등 특수소재 영역을 키워온 반면, 롯데케미칼은 에틸렌 생산량 늘리기에 집중해온 덩치키우기 전략이 사업 실패의 주요 원인이라고 보고 있다.  

또 이번 실적 추락은 신 회장이 경영일선으로 복귀 당시의 분위기와 대조를 이룬다. 신 회장은 지난 10월 11일 경영에 복귀한 3일 만에 롯데케미칼 지분 23.24%를 매입하며 롯데그룹 지배구조 개선에 나섰다.

신 회장은 11월에는 롯데의 숙원사업이던 미국 루이지애나주에 에탄크래커(ECC) 공장 준공식에 참여해 사업확대의 의욕을 보였다. ECC는 셰일가스를 원료로 에틸렌과 에틸렌글리콜을 생산하는 시설이다.

하지만 문제는 이 같은 범용제품을 롯데케미칼만 생산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최근 정유업계가 에틸렌을 직접 생산하기 위해 나프타분해시설(NCC)에 투자에 나서는 한편 미중무역 갈등으로 세계 경기가 전반적으로 침체 일로다.

지난 3년간 연간 4~6%씩 증가해온 에틸렌 수요가 하향곡선을 그리고 있다. 제품 가격에서 원재료 가격을 뺀 에틸렌 스프레드는 2018년 1월 톤당 800달러에 가까웠지만 올해 1월에는 톤당 400달러에도 못 미쳤다. 

신 회장 복귀 전후로 롯데케미칼도 내부적으로는 여러 투자 계획을 검토 중에 있지만 덩치키우기를 통한 성장은 그림의 떡이 된 것이다. 

재계 한 관계자는 "잘되는 사업만 한다는 전략에 치중하다보면 예방적 경영을 펼치기 어렵다"며 "범용 중심의 사업구조가 최대 약점임에도 대내외적 문제로 인해 새로운 영역을 개척하지 못한 것이 부진의 원인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에 롯데케미칼은 임병연 대표이사를 중심으로 외연 확장 보다는 자회사 롯데첨단소재를 흡수합병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첨단소재는 지분 구조상 롯데케미칼의 90% 자회사로 합병 작업에 큰 무리가 없다. 5월 이사회에서 결의가 되면 연내 합병 절차가 진행될 것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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