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탐정 피카츄'. [사진=워너브라더스코리아]

[이뉴스투데이 여용준 기자] 전세계에서 가장 돈을 많이 번 프렌차이즈 캐릭터는 무엇일까? 지난 11년간 눈부신 흥행을 이어간 마블씨네마틱유니버스(MCU)일까, 아니면 헐리우드 SF영화의 전설인 ‘스타워즈’ 시리즈일까? 놀랍게도 이들 두 프렌차이즈는 각각 10위(290억달러)와 5위(650억달러)에 이름을 올렸다. 

미국 위키피디아가 소개한 이 순위에서 ‘스타워즈’보다 상위에 이름을 올린 캐릭터들을 살펴보면 4위는 700억달러를 번 ‘미키마우스와 친구들’, 3위는 750억달러를 번 ‘곰돌이 푸’, 2위는 800억달러를 번 ‘헬로 키티’다. 그리고 전세계에서 가장 많은 돈을 긁어모은 캐릭터는 무려 900억달러를 번 ‘포켓몬’이다. 

이는 책과 게임, 만화(극장·TV판), 블루레이·DVD, 캐릭터 굿즈 등을 모두 포함한 순위다. 정확한 데이터라고 보긴 어렵지만 딱히 부정하기도 어렵다. 

가상현실(VR)과 증강현실(AR)이라는 새로운 미디어 플랫폼을 떠안게 된 업계에서는 큰 고민이 있었다. 미디어 플랫폼이 정착하기 위해서는 흥행 콘텐츠가 필수적이기 때문이었다. 바로 그때 AR 플랫폼의 ‘구원자’로 등장한 콘텐츠가 바로 ‘포켓몬GO’다. 전세계에서 포켓몬을 잡기 위한 열풍이 불어닥친 가운데 국내에서도 포켓몬을 잡기 위한 여정을 떠난 사람들이 많았다. 

그런 포켓몬이 9일 헐리우드 실사영화로 등장한다. 영화 ‘명탐정 피카츄’는 ‘포켓몬’의 주연급 몬스터 ‘피카츄’를 전면에 내세운 코미디 영화다. 피카츄의 목소리는 ‘데드풀’의 라이언 레이놀즈가 맡았고 빌 나이, 와타나베 켄 등 거물급 배우들이 조연으로 합류했다. 

주인공은 피카츄지만 푸린, 판쨩, 에이팜, 두트리오, 이상해꽃, 이브이, 리자몽, 고라파덕, 잉어킹, 꼬부기 등 ‘포켓몬’의 인기 캐릭터들이 모조리 출연해 사실상 ‘포켓몬’ 실사판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이 영화에서 과학이야기를 할만한 캐릭터는 역시 피카츄다. 애니메이션을 본 독자라면 알겠지만 피카츄의 필살기는 “백만볼트!” 전기공격이다. 다시 말해 노란색 생쥐가 몸에서 100만볼트의 전기를 내뿜어 상대 포켓몬을 공격한다는 말이다. 

유기체가 100만볼트의 전압을 내뿜을 수 있느냐에 대해 증명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다만 유기체가 전기를 뿜어낸다는 사실 자체에는 주목할 필요가 있다. 전기를 생산하는 동물 중 가장 대표적인 녀석은 역시 전기뱀장어다. 

전기뱀장어. [사진=플리커]

전기뱀장어는 최대 850볼트 이상의 전기를 만들 수 있으며 필요에 따라 500~600볼트의 전기로 인간 뿐 아니라 악어 등 포식자들로부터 자신을 보호한다. 

전기뱀장어가 전기를 만드는 원리는 몸 속에 있는 발전기관 때문이다. 전기뱀장어는 내장의 대부분이 머리에 몰렸고 몸 전체는 사실상 발전기관이다. 발전기관은 막 형태로 이뤄졌으며 막 사이로 칼륨과 나트륨 이온이 드나들며 전위차를 만들고 이를 통해 전기를 생산한다. 

2017년 미국 미시건대와 스위스 프리부르대 등이 참여한 국제 연구진은 이같은 전기뱀장어의 원리를 이용해 부드럽고 투명한 신개념 전지를 만드는데 성공했다. 

이 전지는 얇은 플라스틱 시트에 두께가 100㎛인 하이드로겔을 원형으로 촘촘히 인쇄한 형태로 하이드로겔은 대부분 수분으로 이뤄진 투명하고 물렁거리는 물질이다. 

연구진은 이 하이드로겔 안에 나트륨 이온과 염소 이온을 다른 농도로 넣어 시트를 포개면 하이드로겔 방울 사이를 이온들이 이동하도록 설계했다. 이를 통해 110V 정도의 전압을 가진 전지를 만드는데 성공했다. 연구결과는 2017년 12월 14일 국제학술지 ‘네이처’에 실렸다. 

피카츄와 전기뱀장어의 원리를 비교해본다면 생쥐인 피카츄는 100만볼트의 전기를 생산할 수 없다. 당연히 전기뱀장어에 근접한 600볼트 이상의 전기도 만들기 어렵다. 

전기뱀장어 뿐 아니라 전기가오리도 최대 400볼트의 전압을 생산한다. 우리나라 서남해 인근에 서식하는 전기가오리는 접촉할 경우 성인남성도 쓰러뜨릴 정도의 전기를 뿜어낸다. 다만 직접적인 접촉만 없다면 사람에게 해가 되진 않는다.

'매트릭스' 중 사람을 건전지로 활용하는 모습. [사진=마농]

1786년 루이지 갈바니 이탈리아 볼로냐대 교수는 개구리 근육 흥분 실험을 통해 생물체의 몸 속에 일정한 전기가 흐른다는 것을 증명했다. 모든 생물체에는 미세한 전기가 흐르기 때문에 피카츄의 몸 속에도 최소한의 전기는 흐를 것이다. 

이 실험은 개구리의 뒷다리 근육이 전기 때문에 수축된다는 내용으로 실험을 통해 근육 흥분 시에 전위차가 나타나는 것을 증명했다. 20세기에 들어서는 진공관 증폭기를 전자오실로그래프나 브라운관오실로스코프와 조합해 전기생리학에 널리 사용해 빠른 전위변동도 정확히 묘사할 수 있게 됐다.

그리고 생물체(인체)에 전기가 흐른다는 사실은 영화 ‘매트릭스’에서도 잘 나타났다. 이 영화는 지구를 점령하고 인류를 지배한 로봇들은 인간에게 가상현실을 제공하는 대신 그들을 전지로 활용해 자신들의 에너지원으로 삼는 끔찍한 미래를 보여준다. 

피카츄의 100만볼트 공격에 대해 “말이 안된다”며 지적을 했지만 피카츄 정도는 양반일지도 모르겠다. MCU의 대표 캐릭터 ‘토르’는 ‘천둥의 신’이라는 수식어를 가지고 있다. 천둥·번개는 10억볼트다. “신(神)이라서 가능하지 않냐”고 반박할 수 있지만 체지방 관리도 안되는 신이 10억볼트 전기를 다루는 모습은 꽤 어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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