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태진 연세대학교 커뮤니케이션대학원 교수.[사진=정환용 기자]

[이뉴스투데이 정환용 기자] 한국은 전 세계 게임 중독 관련 논문 700여편 가운데 가장 많은 91편을 발표했다. 그러나 대부분은 답을 미리 정해놓고 그에 대한 문제를 맞춰나가는 주객전도식 연구였다.

게임과학포럼과 서울대학교 인지과학연구소는 29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T.A.G.(Talk About Game) Talk’를 개최했다. 주제는 ‘게임 장애(Gaming Disorder)’ 질병화를 원인과 결과 중 어떻게 봐야 하는지에 대한 논의였다. 여기서 게임 장애는 현재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게임 중독’과 궤를 같이 한다.

이날 행사에 참석한 정병국 바른미래당 의원은 축사를 통해 “문화체육관광부 재임 중 반대했던 셧다운제가 이후 결국 시행됐다. 하지만 청소년 심야 게임 접속률은 0.3%밖에 하락하지 않았다. 새로운 기술을 규정으로 막아서면 퇴보할 수밖에 없다”며 “과거의 룰이 새로운 기술 발목을 잡는 부분을 정리해야 한다. 세미나에서 좋은 의견이 많이 나와 규제 개선에 좋은 자료를 만들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정병국 바른미래당 의원이 포럼 축사를 진행했다.[사진=정환용 기자]

이날 포럼에는 크리스토퍼 퍼거슨 스테트슨대학교 심리학과 교수를 비롯해 윤태진 연세대 커뮤니케이션대학원 교수, 경희사이버대 미디어영상홍보전공 교수, 이경민 게임과학포럼 의장 겸 서울대 의대 교수가 강연을 진행했다. 대부분 공통된 주제는 우리나라에서 ‘게임 중독’이란 단어를 의학적 관점이 아니라 사회·정치적 관점으로 바라보고 정의하려 한다는 점이었다.

국제보건기구(WHO)는 지난해 6월 국제질병분류 11차 개정판(ICD-11)을 공개했다. 여기서 게임 장애 항목은 대분류 ‘정신·행동 또는 신경 발달 장애’에 포함돼 있고, 중독성 행동으로 인한 장애에 편입돼 있다. 게임과몰입을 마약처럼 일종의 중독으로 분류한 것이다.

◇게임중독 관련 학술적 연구의 문제점
윤태진 교수는 현재 활발하게 이뤄지고 게임 중독 관련 연구는 학술적 근거가 명확하지 않다고 꼬집었다. 심지어 연구를 주도하거나 참가하는 관련 학자들이 게임 장애가 정확히 무엇인지도 잘 모르는 것이 문제라고 비판했다.

퍼거슨 교수도 학자들이 우울증, ADHD 등 정신의학적 문제가 게임 과몰입을 야기하는지, 게임 과몰입이 우울증이나 ADHD를 일으키는지를 모른다고 언급했다. 원인과 결과를 정확히 구분할 수 없으면서 이를 약물 남용과 같은 부류의 질병으로 분류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것이다.

미국심리학협회(APA)는 2013년 발간된 ‘정신질환 진단과 통계 편람 제5판(DSM-5)’에서는 게임 장애를 질병으로 인정하기에는 과학적 연구나 근거가 부족하다며 질병코드 부여를 보류했다. 그리고 5년이 지난 2018년에도 충분한 근거가 축적되지 못했다며 같은 입장을 나타내고 있다.

현재까지 전 세계적으로 게임 장애 관련 논문이 1400여편 공개됐다. 이 가운데 내용이 중복되거나 주제와 무관한 것을 제하고 약 720건을 살펴본 결과, 한국이 91편으로 가장 많은 논문을 발표하며 게임 중독 연구에 큰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었다.

하지만 대부분 논문은 게임 중독에 대한 개념을 일단 전제하거나 동의한 상태에서 연구를 수행했다. 2013년에는 게임 중독에 동의하는 입장이 58.7%였는데 2018년에는 83.9%로 크게 증가했다. 게다가 오는 2020년 개정되는 한국표준질병사인분류(KCD)에서는 이미 게임과몰입을 질병으로 규정하고 있다.

윤태진 교수는 “연구자들이 게임에 대해 무지하고 무관심한 상태에서 제한된 피험자를 대상으로 불완전한 진단 도구로 연구한다. 그리고 학술적 근거가 부족한 미완성 조사 결과를 ‘게임 중독이 심각하다’는 주장으로 연결시키는 것”이라며 “게임 중독은 ‘의료화’의 전형적 사례”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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