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초동 삼성전자 사옥(왼쪽), SK하이닉스 이천공장. [사진=연합뉴스, SK하이닉스]

[이뉴스투데이 여용준 기자] 양대 반도체 기업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올해 상반기 극심한 보릿고개를 넘고 있다. 메모리 반도체의 수요 둔화에 따른 출하량 감소로 이어지면서 실적이 악화된 것이다. 이에 양 사는 공급 조정을 통해 시장에 대응하는 한편 대규모 투자를 감행해 장기적인 사업 기반을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25일 1분기 실적을 발표한 SK하이닉스는 매출 6조7727억 원, 영업이익 1조3665억 원으로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예년보다 크게 줄어들었다. 특히 지난해까지 SK하이닉스는 50%가 넘는 ‘꿈의 영업이익률’을 기록하며 승승장구했으나 올 1분기에는 20%로 절반 이상 줄어들었다. 

30일 세부 실적발표를 앞둔 삼성전자는 앞서 발표한 잠정실적에서 매출 52조원, 영업이익 6조2000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미 지난해 4분기 10조8000억원을 기록하며 하락 국면에 접어들었지만 올 1분기에는 이보다 더 줄어들었다. 삼성전자는 디스플레이 수요 감소가 이어지고 메모리 가격 하락폭이 당초 전망보다 커지면서 실적이 하락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양사는 공급 조절과 함께 기술 경쟁력을 강화해 시장에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이와 함께 장기적인 투자를 확대해 리더십 확보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삼성전자는 시스템 반도체에 2030년까지 133조원을 투자한다. 이 중 연구·개발(R&D)에만 73조원, 생산시설 확보에만 60조원을 투자한다. 이와 함께 전문인력 1만5000명을 채용하고 42만명의 간접고용 효과를 낸다는 목표를 세웠다. 

삼성전자는 메모리 반도체에서 글로벌 1위를 기록했으나 파운드리 시장에서는 대만의 TSMC에 이어 2위,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는 글로벌 4위를 유지하고 있다. 앞으로 5G, 인공지능(AI) 등 4차 산업혁명 핵심기술이 점차 확대됨에 따라 시스템 반도체에 대한 중요성이 더 커지는 상황이다. 

삼성전자는 앞으로 2030년까지 매년 11조원을 투자해 R&D 및 시설투자를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특히 화성캠퍼스 신규 EUV라인을 활용해 생산량을 증대하고 국내 신규 라인 투자도 지속 추진할 계획이다.

또 삼성전자는 시설과 R&D 투자에 그치지 않고 시스템 반도체 생태계 확보를 위한 기술 공유도 나선다. 

국내 중소 팹리스 고객들이 제품 경쟁력을 강화하고 개발기간도 단축할 수 있도록 인터페이스설계자산(IP), 아날로그 IP, 시큐리티(Security) IP 등 삼성전자가 개발한 IP를 호혜적으로 지원한다. 효과적으로 제품을 개발할 수 있도록 삼성전자가 개발한 설계·불량 분석 도구 및 소프트웨어도 지원할 계획이다.

이밖에 국내 중소 팹리스업체의 소량제품 생산을 적극적으로 지원할 계획이다. 또 개발활동에 필수적인 MPW(Multi-Project Wafer)프로그램을 공정당 연 2~3회로 확대 운영한다.

삼성전자는 국내 디자인하우스(설계 서비스 기업) 업체와의 외주협력도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삼성전자 뿐 아니라 SK하이닉스도 120조원 규모의 투자를 감행한다. 다만 SK하이닉스는 시스템 반도체로 역량을 넓히는 대신 주력 사업인 메모리와 낸드플래시 중심으로 사업을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이석희 SK하이닉스 대표이사(사장)는 “공장부지 조성이 완료되는 2022년 이후 120조 원 규모를 투자해 4개의 팹(FAB)을 건설할 계획”이라며 “국내외 50개 이상 장비·소재·부품 협력업체와 함께 클러스터를 조성해 반도체 코리아의 위상을 높이는데 기여하겠다”고 밝혔다.

반도체 특화클러스터 조성방안은 경기 용인시 원삼면 일원에 총 120조원의 사업비를 투입해 반도체 특화 단지를 마련하는 것이다. SK하이닉스는 여기에 4개의 반도체 제조공장을 신설해 최대 월 80만장의 반도체 생산능력 확보할 예정이다. 

SK하이닉스 외에 50개 이상 협력업체가 입주하는 상생형 클러스터가 조성되고 스마트산단 적용과 창업활성화 등의 혁신활동이 지원된다. 이를 통해 1만7000명의 신규 직접고용이 기대된다. 

SK하이닉스는 용인 외에 기존 경기도 이천과 충북 청주 사업장에도 투자를 지속 한다. 이천에는 M16 구축과 연구개발동 건설 등에 약 10년간 20조원 규모를 투자할 계획이다. 청주에는 지난해부터 가동중인 M15의 생산능력확대를 포함해 약 10년간 35조원 규모의 투자를 집행한다. 

이를 통해 SK하이닉스는 △이천은 본사기능과 R&D·마더팹(Mother FAB) 및 D램 생산기지로 △청주는 낸드플래시 중심 생산기지로 △용인은 D램·차세대 메모리 생산기지 및 반도체 상생 생태계 거점으로 3각축을 구축해 중장기 성장을 도모한다는 계획이다.

한편 SK하이닉스는 파운드리 사업을 포함한 비메모리 사업에도 역량을 확대하고 있다. 23일 증권가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최근 매그나칩으로부터 파운드리 사업을 인수해달라는 요청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매그나칩은 현대전자로 인수된 LG반도체의 일부가 사업 전신으로 SK하이닉스와는 옛 가족인 셈이다. 

SK하이닉스는 이에 대해 인수를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만약 SK하이닉스가 매그나칩은 파운드리 사업을 인수한다면 메모리에 비해 상대적으로 약한 파운드리 경쟁력을 키울 수 있게 된다. SK하이닉스는 2017년 파운드리 사업을 분사해 SK하이닉스 시스템아이씨를 설립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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