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 연수구의 셀트리온 본사[연합뉴스]

[이뉴스투데이 유제원 기자] "오늘 대차거래를 하지 않는 증권사로 갈아탔습니다" 

한 주식투자자가 인터넷 증권토론방에 이렇게 올린글에 수백개의 댓글이 달리며 다수가 환영하는 반응을 보였다.

이처럼 공매도에 대한 반감이 거세지면서 공매도에 저항하는 개인투자자들의 주식계좌 이관 운동으로 확산돼고 있다.

공매도는 특정 종목의 주가가 하락할 것으로 예상되면 해당 주식을 보유하고 있지 않은 상태에서 주식을 빌려 매도 주문을 내는 투자 기법이다. 이후 주가가 하락하면 싼값에 주식을 되사서 갚는 방식으로 차익을 실현한다. 통상 공매도는 기관투자자가 주로 사용하는 전략인 만큼 대규모 물량 출회로 인한 주가 하락의 주범으로 지목된다.

국내 증시에서 공매도를 가장 많이 이용하는 것은 외국인이며, 국내 기관투자자들도 최근 거래비중을 높여가고 있는 중이지만 개인의 공매도 비중은 1%에도 못 미친다.

공매도 논란이 대차 서비스로 불똥이 튄 데는 기관 투자자나 외국인이 공매도를 하려면 개인이나 법인 고객이 보유하고 있는 주식을 증권사의 대차(대여) 서비스를 통해 빌려야 하기 때문이다. 

개인투자자 다수는 대차거래 서비스를 제공하는 증권사에서 공매도를 돕는다고 말한다. 이런 증권사를 대상으로 일종의 불매 운동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주식이관 운동은 2016년 초 셀트리온 주주들에 의해 본격화됐다. 같은해 하반기에는 한미약품 주주들도 주식이관을 위한 단체행동을 벌였다.

업계 관계자는 "2016년 셀트리온의 공매도 이슈가 커지면서 공매도 세력에 대한 항의표시로 주식 대차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는 증권사로 계좌를 옮기는 투자자들이 많았다"며 "최근 공매도에 대한 불만 여론이 높아지고 있다는 점을 생각하면 주식 이관 움직임이 다시 시작될 수 있다"고 말했다.

결국 3년후 셀트리온 주주들은 몇몇 증권사의 대차거래가 수상하다며 다시 한번 단체행동에 나섰다.

22일 거래소 기준 셀트리온 공매도 잔고수량은 1160만 4965주(2조5589억원)에 달한다. 이는 전체 주식수(1억2795만3489주)의 10%에 육박한다.

이런 공매도 상위 종목에서 빠지지 않는 코스피 5위의 셀트리온 소액주주들이 소위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 잡겠다며 주식계좌 이관운동에 나선 것.

증권사가 공매도세력한테 불법으로 제공한 증거라며 공개한 보유수량과 출고수량이 차이나는 HTS 캡처화면<사진=셀트리온 소액주주 제공>

최근 셀트리온 주주들은 A증권사가 공매도 세력에 불법대차를 했다며 속속 증거를 제시했다.

지난주 초 셀트리온 소액주주 모임방인 씽xx에서 '심xx' 아이디를 사용하는 주주는 보유수량과 출고신청수량이 다르다며 캡처화면을 올렸다.

이후 B증권사, C증권사 이용자도 수량이 다르다며 이의를 제기하며 주식계좌 이관 운동의 도화선이 됐다.

소액주주들은 "이것은 주주 허락도 없이 벌어진 명백한 증권사의 불법대차 흔적이다" 며 "대차를 안하는 증권사로 이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후 토론방에 구체적인 날짜와 시간까지 명시했다.

셀트리온 소액주주 모임인 '희망나눔주주연대'는 배당이 입고된 24일을 지나 25일 9시를 기점으로 D증권사 대구금융센터에 일시 이관하기로 하면서 행동요령을 통해 자세한 이관 방법을 올렸다. 이들은 '희망나눔주주연대'이름을 그대로 써서 톡방을 개설, 주주이자 대차가 없는 D증권사 등록 권유인이 이관요령을 교육중이다.

셀트리온 소액주주들이 이들 증권사에 배신감을 느낀 이유는 또 있다.

지난해 6월 A 증권사 측은 “셀트리온은 지난 2016년 1월부터 '대차거래 서비스 불가 종목'으로 설정돼 있다”며, 공매도 활용 가능성이 있는 대차 서비스를 그간 진행해오지 않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 증권사는 앞으로도 대차 서비스를 하지 않겠다며 심지어 '현금 최대 40만원'을 내걸고 셀트리온 개인투자자만 특정해 유치까지 나섰었다. 셀트리온 주주들은 '믿는 도끼에 발등 찍혔다'는 반응이다.

A 증권사의 대차거래관련 안내문<사진=증권사 홈페이지 캡처화면>

이번의 수상한 대차거래에 주주들의 문의가 빗발치자 A 증권사는 23일 결국 홈페이지에 대차거래관련 안내문까지 내걸었다. 하지만 셀트리온 주주들은 '더 이상 믿을 수 없다'며 D증권사로 이관을 서두르고 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예전에는 사실상 단일 종목을 중심으로 한 공매도 였다면 지금은 공매도 전반으로 범위가 넓어지고 있는 것으로 봐야 할 것 같다"며 "공매도에 대한 반감 여론이 계속 커지고 있어 만약 주식 이관 운동이 재개된다면 과거보다는 확산 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셀트리온 주주들은 촛불 집회도 예고했다.

이달 30일 11시 금융위원회 정문앞에서 "주식투자자 560만명을 암흑으로 몰아넣은 금융당국을 규탄한다"는 내용으로 '한낮 촛불투쟁'기자간담회를 진행한다.

규탄 내용에는 △무차입 공매도 적발시스템 가동 지연 △시장조성자 확대 △개인공매도 확대 △한국거래소 종합검사 불발 △공매도로 인한 국부 유출 등으로 투쟁을 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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