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성진 한국과학창의재단은 1997년부터 컨벤션센터에서 열리던 과학축제를 올해 처음 거리로 끌고 나왔다. 과학이 대중들에게 더 친숙하게 다가가도록 하기 위한 시도다. <사진=한국과학창의재단>

[이뉴스투데이 여용준 기자] ‘수포자’라는 말이 있다. 이것은 생물학 용어도 아니고 중국철학에 등장하는 말도 아니다. ‘수학을 포기한 사람’을 일컫는 말이다. 학창시절 유난히 정들기 어려운 과목 중 하나가 수학이다. 그런데 수학을 포기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포기하게 되는 것이 과학이다. 수학은 물리학을 만드는 바탕이 되고 소프트웨어를 만드는데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다시 말해 ‘수포자’가 많이 생긴다는 것은 우리나라 과학의 근간이 흔들린다는 얘기다. 

안성진 한국과학창의재단 이사장은 여기에 대한 근심이 많다. 과학문화를 창달하고 창의인재를 육성해야 하는 창의재단 본연의 임무를 다하기 위해 우선 수학과 과학을 포기하는 수많은 학생들을 다시 책상으로 불러 모아야 하기 때문이다. 

사실 청소년들 뿐 아니라 일반 시민들도 마찬가지다. 과학은 여전히 어려운 것이고 우주에는 여전히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가 있을 것만 같다. 올해 우리나라는 우주 산업에 문을 여는 기반을 마련했지만 그것이 우리 삶에 중요한 과제는 아니다. 우리의 과학이 얼마나 발전했고 큰 성과를 거뒀는지 국민들에게 이해하기 쉽도록 알리는 것 또한 재단의 임무다. 

이 때문에 올해 과학의 달 행사는 이전과 많이 달라졌다. 컨벤션센터에서 진행하던 ‘그들만의 잔치’에서 벗어나 처음으로 거리로 나왔다. 청계천과 광화문 일대에서 열리는 ‘대한민국 과학축제’는 과학이 대중들에게 가까이 다가가려는 시도를 잘 보여주고 있다. 

안성진 이사장은 19일 과학축제가 열린 후 하루도 빼놓지 않고 현장을 둘러보고 있다. 축제를 주관한 기관의 대표로서 현장을 둘러보는 것은 당연한 일과지만 우리나라 출연연들의 성과를 알리고 창의인재 육성에 씨를 뿌려야 한다는 사명감 때문에 행사장 내에서도 늘 분주하다. 

안 이사장은 “올해 정부의 R&D 예산이 20조원을 넘었는데 출연연은 그 중 약 40%에 이르는 8조원을 쓰고 있다. 예산이 가장 많이 투입되는 출연연이 하는 일을 국민들에게 알리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때문에 주말보다 조금 한산해진 축제 마지막 날이지만 안 이사장은 쉴 틈이 없다. 연구자들과 기업인들이 아무리 노력을 하더라도 과학문화가 조성되지 않고 대중들의 관심이 옅어진다면 4차 산업혁명은 ‘그들만의 잔치’가 돼버린다. 안 이사장이 하는 일은 ‘그들만의 잔치’가 ‘모두의 잔치’로 되도록 만드는 일이다. 

과학문화 창달과 창의인재 육성이라는 본연의 임무를 다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지 안 이사장을 만나 직접 들어봤다. 

다음은 안성진 이사장의 일문일답.

 

과학문화 창달과 창의인재 육성이라는 재단의 비전이 안 이사장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사진=한국과학창의재단>

= 창의재단에 대해 소개한다면.
▲ 창의재단은 과학문화 확산과 창의인재 육성이라는 미션을 가지고 국민의 일상 속에 다가가는 다양한 과학문화 사업과 현장밀착형 창의융합 인재육성 사업을 추진하는 준정부기관이다. 과학기술후원회라는 이름으로 설립된 1967년 설립된 이래, 지난 반세기 동안 한국의 과학문화 확산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교육 현장과의 긴밀한 협력을 통해 과학과 창의인재 육성에 힘쓰며 국민과 함께 걷는 재단이 되고자 한다. 

= 과학교육의 리더로서 맞는 첫 번째 ‘과학의 날’이 남다를 것 같다. 소감은?
▲ 감회가 새롭다. 저 또한 과학자로 정보통신공학을 전공한 관련 분야에서 연구자로 일해왔지만 늘 과학이 국민들과 학생들 삶 가까이에서 함께해야 한다는 생각을 했다. 특히 지금은 과학의 힘이 국가경쟁력을 좌우하는 4차 산업혁명시대다. 창의재단도 과학문화 창달이라는 재단의 비전에 맞는 여러 사업과 연구를 통해 국민 모두가 과학을 일상 속에서 쉽고 편하게 만들 수 있는 환경을 구축하도록 노력하고 있다. 

융합교육에 대해 안 이사장의 비전은 명확했다. <사진=한국과학창의재단>

= 올해 과학축제에 대해 ’공급자 중심‘이 아닌 ’참여형‘으로 바꾸겠다고 하셨는데 어떤 부분이 달라졌으며 반응은 어떤지?
▲ 기존의 과학축제가 컨벤션 센터 등 제한적인 공간에서 이루어져 왔다면 올해의 과학축제는 1997년의 첫 행사 이래 최초로 광화문‧청계천 등 도심 곳곳에서 시민들이 더 쉽게 참여할 수 있는 거리와 광장의 축제로 개최했다. 연구실이나 실험실이 아닌 거리로 뛰어나온 과학, 우리가 매일 걷는 길가에서 만나는 일상 속의 과학 행사로의 변모가 의미 있다고 생각한다. 지나가던 시민들이나 학생들이 흥미를 갖고 기웃거리거나 발걸음을 멈춰 즐겁게 참여하는 모습을 보면서 거리의 과학축제야 말로 굳이 열심을 내어 찾지 않아도 먼저 우리의 일상에 성큼 다가온 과학의 모습이 아닐까 생각했다.  

= 대학이나 상급 교육기관에서는 '융합' 교육에 대한 체계적인 시스템이 없다며 어려움을 토로하고 있다. 과학과 수학, 정보 소프트웨어 등의 융합을 통해 창의성 있는 인재를 길러내겠다고 말씀하신 입장에서 구체적인 방안이 있는가. 그리고 이것이 상급 교육으로 확대될 수 있도록 어떤 계획을 가지고 있는가?
▲ 현재 교육정책은 교과별로 구분돼 추진되고 있어 교육 정책 및 사업 간 연계·협력이 어렵고 융합교육에 대한 명확한 개념 정립 및 중장기 정책 방향이 모호한 게 사실이다. 최근 정부도 이를 인지하고 2017년에 ‘과학 교육 진흥법’을 ‘과학·수학·정보교육 진흥법’으로 전면 개정(제정)해 교과 간 정책 연계 및 융합교육 강화에 힘을 쓰고 있다.
사실 융합교육에서 융합이란 다학문적, 간학문적, 초학문적이라는 다양한 의미가 혼재돼 사용되고 있다. 그래서 올해는 재단이 융합교육의 개념을 정립하고, 과·수·정 교과 간 실질적 연계방안 마련을 위해 ‘융합교육 및 과학,수학,정보교육 종합계획’을 수립하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이 종합계획을 통해 현재 초중등 교육과정에서 교과중심의 융합교육을 확대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고 더 나아가 미래교육 방향으로 융합교육의 비전과 목표를 제시하고자 한다. 융합교육의 개념은 많은 미래학자, 교육학자들이 말하는 삶과 사회를 변화시키는 핵심역량을 함양하는 교육으로 재정립될 것이다.
고등교육기관으로 융합교육을 확대하는 방안은 지금 당장 계획을 가지고 있지 않으나 현재 일부 교원양성대학의 교과목 개선사업 등은 진행하고 있다. 일반대학과 과학기술특성화대학 교육과정과 연계하는 방안은 종합계획 수립과정에서 검토해 보겠다.

과학축제가 서울의 거리에서 열린 후 안 이사장은 매일 거리로 나와 현장을 점검했다. <사진=한국과학창의재단>

= 최근 ‘교육 기부’ 활동에 적극적이신데 여기에 대한 소개와 이 사업의 비전은 무엇인가.
▲ 교육기부는 학교 밖의 다양한 교육자원들이 초·중등학교와 같은 교육현장에 활용될 수 있도록 기업·대학교·공공기관·전문단체와 개인들이 비영리로 제공하는 모든 것을 의미한다. 기관이 보유하고 있는 컨텐츠를 활용해 교육 프로그램을 지원 할 수도 있고 교육 시설이 부족한 곳에 인프라를 지원하는 등 그 모습은 다양하다.  
재단은 2011년, 교육기부지원센터로 지정돼 교육부와 함께 교육기부가 활성화 될 수 있는 다양한 정책을 펼치고 있다. 이를 통해 유아에서 부터 은퇴인력 까지 교육기부 활동을 통해 생애주기별 모두가 교육에 참여하고 함께 성장하는 환경을 만들고자 한다. 

= 학교(대학)에 오래 있으면서 정부 등 기관에 아쉬운 점들이 있었을텐데 재단에 와서 이것만은 꼭 실현했으면 하는 게 있다면?
▲ 저는 사범대학에서 20년 정도 소프트웨어 교육 교수로 근무하면서 다양한 정책분야의 자문위원이나 연구위원으로 전문성을 발휘해왔다. 그러나 이런 개인적인 활동으로는 이 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처하는 일을 하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느꼈는데 재단과 같이 많은 일을 하면서 재단의 사명에 대해 감명을 받고 그 일원으로 함께 일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특히 한국과학창의재단은 과학문화 확산, 창의인재 육성이라는 두 가지 큰 목적을 가지고 다른 기관과 차별화 된 현장 밀착형 사업을 다양하게 진행하고 있다. 기존에 진행하던 사업들 중 효과성이 뛰어난 사업들을 더 확장하고 발전시키는 한편 지난해 개정된 ‘과학‧수학‧정보교육진흥법’을 토대로 과학의 범위를 넓혀 과학·수학·정보 교육의 융합을 추구하고 현장 소통에 기반한 교육과정 설계 등에 기여하며 저변을 확대하고자 한다. 

= 과학문화 확산을 위한 실현방안이 있다면 구체적인 예를 들어 말해달라.
▲ 제가 취임한 이후 재단의 과학문화에서 가장 큰 변화를 보여주는 가장 큰 사례는 컨벤션을 벗어나 도심 곳곳으로 시민을 찾아간 도심형 과학 축제를 개최한 것이다.
지난 토요일부터 이번 주 화요일까지 광화문 인근, 청계천 일대, 세운상가, 동대문 디자인 플라자에서 2019 대한민국 과학축제가 열리고 있다. 경복궁 전야제까지 총 5일간 4대문 안에서 과학기술을 국민들에게 보여주고 있는데 축제 현장 곳곳이 붐볐다.
아이들이 즐거운 표정으로 과학체험을 하면, 함께 온 부모들은 흐뭇한 표정으로 아이를 지켜보거나 사진을 찍기도 했고 때론 다른 부스에서 오히려 부모가 열정적 체험을 하기도 했다. 어른 아이 모두 얼굴에 미소가 가득한 모습이 인상 깊었다. 
경복궁 전야제에서 보여준 과학 퍼포머들의 멋진 공연과 길거리 곳곳에서 과학 커뮤니케이터들의 버스킹은 과학이 시민 모두가 함께 향유할 수 있는 문화라는 점을 증명했다.
취임 후 100일 동안 재단의 역할과 고유성에 대한 고민을 가장 많이 했다. 올해 대한민국 과학축제의 슬로건이 ‘과학의 봄, 도심을 꽃피우다’인데 우리 재단의 과학문화 역시 국민의 삶 속에서 과학문화가 어렵지 않도록 과학문화의 싹이 자라나도록 돕는 것이 창의재단의 역할이다. 
올해 도심형 과학축제의 성공을 동력 삼아 과학문화 정책의 선진국형 전환을 이끌어 내려고 한다. 지금까지 과학문화의 양적 성장에 집중했다면 이제부터 과학문화의 실질적인 내적 성장에 집중하겠다. 

안 이사장은 과학문화의 저변 확대가 4차 산업혁명의 최우선 과제라고 강조했다. <사진=한국과학창의재단>

= 2017년에 창의재단이 창립 50주년을 맞았다. 앞으로 50년을 위한 창의재단의 중장기적 비전에 대해 말씀해달라.
▲ 미래 사회는 4차 산업혁명으로 상징되는 지능정보사회, 초연결 사회 등이 키워드로 부각되고 있다. 하지만 첨단과학기술도 결국 시민의 자발적인 참여를 바탕으로 한 문화로서의 과학기술과 함께여야 균형있게 발전할 수 있다. 또 앞으로 더욱 중요해 질 과학, 수학교육을 중심으로 창의적인 미래인재를 길러내는 것도 중요한 사회적 과제가 될 것이다. 창의재단은 사회로부터 부여받은 과학문화의 창달과 창의적 인재 육성체제 구축이라는 본연의 기능을 시대의 변화에 발맞추어 고급화하는데 집중할 계획이다.

◇ 안성진 한국과학창의재단 이사장은 = 성균관대 대학원에서 정보공학 박사를 수료한 후 동 대학 컴퓨터공학과 교수를 지냈다. 2014년과 2015년에는 네이버와 커넥트재단에서 소프트웨어 교육 자문위원으로 지냈고 한국보안윤리학회와 한국정보과학교육연합회 회장직을 역임했다. 지난해에는 성균관대 사범대 학장으로 재직하다 12월 한국과학창의재단 이사장으로 임명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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