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자체 블록체인 사업, ICO만 강조하다 ‘길 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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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자체 블록체인 사업, ICO만 강조하다 ‘길 잃었다’
블록체인 업계 “ICO만 강조…정부·국민 신뢰 못 얻는다”
부산시 규제특구 지정 ‘서비스 중심’…암호화폐는 보상 돼야
  • 여용준 기자
  • 승인 2019.04.23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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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규제자유특구제도 시행을 앞두고 14개 비수도권 광역자치단체 관계자들과의 간담회를 주재하고 있다. 규제자유특구 심사에서 블록체인 분야에는 부산시와 제주도가 경쟁을 벌였으나 부산시가 최종 선정됐다. 제주도는 전기차 특구로 선정됐다. [연합뉴스]

[이뉴스투데이 여용준 기자] 전국 지자체들이 블록체인 관련 사업을 추진하고 있지만 암호화폐 공개(ICO) 규제 철폐 등을 강조한 탓에 사업추진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업계에서는 지자체들이 구체적인 서비스와 계획을 세워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22일 업계 한 관계자는 “블록체인 사업과 관련해 지자체 관계자들과 만나보면 목표만 있을 뿐 계획이 없다. 전부 ICO를 해서 블록체인을 활성화하겠다는 것뿐”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ICO만이 블록체인의 전부가 아니다”며 “구체적인 공공서비스를 마련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7월 시행되는 블록체인 규제자유특구에는 중소벤처기업부 우선협상대상자로 부산시가 선정됐다. 업계에 따르면 부산시는 심사를 넣을 당시 ICO나 암호화폐 관련 언급은 모두 피했다.

부산시가 제출한 블록체인 특구는 모두 13개 사업으로 금융·물류·빅데이터·스마트계약 등과 같은 분야에는 부산은행을 비롯해 부산으로 본사를 이전하는 현대페이 등도 참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부산시는 부산국제금융센터·항만·관광자원 같은 지역 자원과 금융·물류·의료 등 지역특화 산업 역량을 활용해 블록체인 기술 융합 촉진지구로 육성한다는 방침이다. 또 문현혁신지구나 센텀혁신지구에 특구운영지원센터 등 블록체인 산업을 지원하는 기관을 유치하고 다양한 지원방안을 마련한다.

부산시는 다음달 21일 공청회를 거쳐 주민 의견을 수렴한 뒤 구체적인 사업 계획을 중기부에 제출하기로 했다.

블록체인 특구로 지정되면 ICO 등 각종 규제에 대해 단계적으로 면제 혹은 유예를 받을 수 있다.

박영선 중기부 장관은 ICO 등 암호화폐 규제에 대해 관련부처와 협의를 전제하면서도 “미국과 싱가포르 등 사례를 참고해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업계 관계자는 “부산은 ICO에만 집중하지 않고 블록체인을 공공서비스에 활용할 수 있는 다양한 방안을 마련했기 때문에 정부 심사에서 긍정적인 반응을 얻은 것”이라고 평가했다.

원희룡 제주도지사는 블록체인 특구를 추진하면서 암호화폐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 때문에 암호화폐 공개(ICO) 규제를 유지하고 있는 정부 정책과 갈등이 생긴 것이 규제자유특구 낙방의 주요 원인으로 언급되고 있다. [연합뉴스]

제주도 역시 블록체인 기반 면세품목 환급서비스 등 다양한 서비스를 올 상반기 중 마련할 예정이다. 스마트컨트랙트 기능이 포함된 이 서비스를 활용하면 면세품을 사는 외국인이 현장에서 세금을 즉시 환급받을 수 있다. 암호화폐 특구로 정부에 제안한 게 부산시와는 다른 점이다.

원희룡 제주도지사는 “투기·돈세탁 등 염려에 대해 차단 장치를 정부와 협의해서 제한된 형태로 실험을 하자는 것이 본 취지였는데 아직 답이 없어 답답하다”고 말했다.

원 지사는 “정부 전략은 ‘블록체인은 좋다’인데 이는 따라가는 입장에서 신중함으로서는 옳을 수 있으나 앞서가는 전략에서는 ‘빵점’”이라며 “현재까지는 블록체인 킬러 상품이 ‘암호화폐’인데 규제만 한다면 관료 입장에서는 편하겠지만 국제 경쟁에서는 후퇴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앞서 원 지사는 지난해 8월 문재인 대통령과 간담회에서도 “제주도를 블록체인 특구로 지정하고 암호화폐에 대한 국제적 기준과 규제를 만들어 국내외에서 건전하게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블록체인과 암호화폐 기업들이 도내에서 기업 활동을 할 수 있도록 보장해 달라”고 문 대통령에게 건의했다.

원 지사의 이 같은 주장이 ICO를 규제하는 정부 기조와 부딪히면서 이번 규제특구 심사에서 떨어졌다는 주장이다.

업계 관계자는 “제주도 뿐 아니라 블록체인을 추진하는 많은 지자체들이 ICO와 지역화폐를 통해 뭔가 하겠다는 생각이지만 구체적인 계획은 없는 상황”이라며 “정부나 지자체와 공조해 사업을 추진하려는 입장에서는 답답할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제주도는 블록체인을 활용한 공공서비스 구축과 사업계획을 세워두고 있지만 거기에 이르는 과정에 ICO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며 “이 때문에 ICO 규제 기조를 유지하고 있는 정부의 신뢰를 얻지 못했다”고 분석했다. 이 관계자는 “지역화폐를 추진하는 다른 지역도 정부 ICO 규제 때문에 해법을 찾지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블록체인 업계에서는 ICO에만 집중하는 것보다 구체적인 서비스를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소프트웨어 업계 한 관계자는 “암호화폐는 블록체인 시장에서 일종의 보상과 같은 것이서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이긴 하지만 암호화폐가 메인이 돼선 안된다”며 “암호화폐는 블록체인의 극히 일부분”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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