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저는 불칸과 나이아드 두 세력 중 하나의 ‘트라하’가 돼 여정을 시작한다.

[이뉴스투데이 정환용 기자] 모아이게임즈가 개발하고 넥슨이 서비스하는 모바일 MMORPG ‘트라하’가 지난 18일 정식서비스를 시작했다. 캐릭터 커스터마이징부터 인게임까지 뛰어난 그래픽과 화려한 효과는 시선을 사로잡았다. 그것도 잠시 캐릭터를 키우기 위해 해야 할 수많은 과제 앞에서 ‘동공지진’이 일어났다.

트라하는 ‘PC MMORPG에 대적할 만한 그래픽’이란 캐치프레이즈로 모바일 게임 시장 공략에 나섰다. 넥슨은 420만명에 이르는 사전예약자가 서비스 오픈 시점에 몰릴 것을 예상해 자체 산정한 접속자 수의 두 배 규모로 서버를 준비했다. 마켓 클라이언트 다운로드에 몰리는 것을 분산하기 위해 오픈 전날 사전 다운로드 서비스를 제공하기도 했다.

하지만 출시 직후 서버 오류가 발생하며 접속 불가능 현상이 나타났다. 세계적으로 손꼽히는 게임 기업이라도 이를 막을 수는 없었다. 또 주말인 20일에도 서버 오류에 대한 보상이 제대로 지급되지 않는 현상이 발생했다. 경매장과 투기장 콘텐츠에서 오류가 발견되며 이용이 중단되기도 했다.

그래픽은 PC에 대적할 정도라고 인정할 만하다.

아이폰X에 트라하를 설치하고 캐릭터를 생성해 게임에 접속했다. ‘토르’ 크리스 헴스워스가 유저를 환영했다. 캐릭터 커스터마이징에서 그래픽은 상당히 뛰어나다는 점을 볼 수 있었다. 게임 배경을 설명하는 초반 스토리라인도 흥미로웠다. 전투 방식과 함께 게임 내 다양한 인터페이스를 차근차근 설명해주는 튜토리얼도 친절했다. 액션·프리·쿼터뷰 등 시점 조절이 자유로운 점도 장점이다.

마을에서 기본 전투를 배우고 나니 여느 MMORPG와 다르지 않은 게임 진행이 이어졌다. 퀘스트는 스토리·데일리·사이드 3종류로 나뉘어 있다. 스토리 미션과 다른 미션 모두 자동 전투를 지원하고 몬스터를 몇 마리 잡아오라는 미션이 대부분이었다. 사냥한 몬스터 숫자마다 물약·골드·아이템 등 보상을 설정해둔 것이 무한사냥과 다른 점이다.

게임 내 콘텐츠가 ‘다양한’ 것과 ‘많은’ 것은 의미가 다르다. 트라하의 콘텐츠는 ‘많아도 너무 많다’.

우측 상단 메뉴를 열어보니 수많은 메뉴가 등장했다. 뭘 어떻게 해야 할지 도무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 무기 교체로 캐릭터 클래스를 자유롭게 교체할 수 있는데, 상황에 따라 적절한 무기로 교체하려면 무기에 따른 레벨을 따로 올려야 한다. 이밖에도 능력치 버프를 위한 요리, 요리 재료를 구하기 위한 낚시 등 전문기술에도 상당한 시간을 소요해야 한다.

모바일 게임은 PC 게임처럼 몇 시간 연속해서 즐기기 어렵다. 스마트폰은 게임 전용 기기가 아닐뿐더러 6인치 전후 화면 크기는 PC 모니터처럼 시야가 넓지 않다. 수려한 그래픽을 제대로 즐기려면 적어도 출시 2년 이내 스마트폰이어야 한다. 그래픽을 최고 품질로 높이면 10분여 만에 스마트폰이 핫팩만큼이나 뜨거워져 오래 쥐고 있기 어렵다. 배터리 소모도 상당하다. 전원 케이블을 연결해 두지 않으면 삽시간에 10~20%가 빠져나간다.

만약 트라하가 PC MMORPG였다면 오히려 지금보다 훨씬 높은 평가를 받았을 수 있다. PC는 구동 하드웨어(컴퓨터), 입력장치(키보드·마우스), 출력장치(모니터·스피커)가 모두 구분돼 있다. 무엇보다 입력장치 사용이 무척 자유로운 것이 PC 게임의 가장 큰 장점이다. 이런 장치가 올인원 시스템으로 구성된 스마트폰으로 MMORPG를 즐기는 것에는 상당한 제약이 따른다. 이동과 공격을 제외한 거의 모든 부분에 자동 진행을 적용하는 것은 최선의 해결책이 아니다.

일반 데미지와 크리티컬 데미지를 컬러로 구분했는데, 굳이 ‘치명타’란 단어까지 효과에 추가할 필요가 있었을까?

실제로 트라하를 즐기고 있는 유저 사이에서는 그래픽에 대한 호평보다는 게임 내 콘텐츠에 대한 비판이 많다. 낚시·고고학 등 콘텐츠 소요 자원이 너무 큰 점과 더불어 게임 내 재화 소비 균형에 대한 불만도 유저들이 원하는 개선점 중 하나다.

한 유저는 “출시 초반에는 과금 요소가 나쁘지 않지만 조만간 전설 아이템, 경험치 아이템, 장비 등 더 많은 과금 요소가 생길 것 같다”며 “현금 아이템을 구입해 캐릭터가 강해진다면 여느 모바일 게임과 다를 것이 없어질 것”이라고 걱정했다.

대부분 국내 모바일 MMORPG가 ‘돈을 쓰면 더 강해진다’는 요소를 게임에 적용해 수익성을 높인다. 이런 과금 요소가 지나치면 소위 ‘헤비 과금러’ 유저 0.1%에 게임이 편향된다. 통상 모바일 게임은 상위 1% 과금 유저가 게임 수익을 결정한다. 트라하도 이런 수순을 밟으며 ‘잘 만든’ 게임보다 ‘잘 버는’ 게임을 지향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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