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뉴스투데이 이하영 기자] 커피빈. 국내에 카페 문화가 도입돼 막 정착하던 2000년대 초반 스타벅스와 함께 거론됐던 이름이다.

당시 스타벅스가 고객층을 넓히는 과정에서 젊은이들의 허세를 등에 업고 성장했다면, 커피빈은 질 좋은 원두에 고급스러운 티(tea) 라인까지 갖춘 고급 커피전문점으로 승부수를 띄었다. MD상품인 텀블러의 디자인까지 높게 평가받으며 3~4만원대의 높은 가격대에도 인기는 식을 줄 몰랐다.

하지만 스타벅스와 카페산업을 양분했던 커피빈의 지위는 초라하기 그지없다. 2010년도만 해도 커피전문점 2위를 기록하던 커피빈은 투썸플레이스, 이디야커피 등에 차례차례 밀리며 2018년에는 전체 커피전문점 4위로 주저앉았다.

엔제리너스커피(1400억원 추정치)가 지난해 매출 200억원 내외로 맹추격하면서 올해 4위 자리마저 장담하기 어렵다.

특히 지난해 1576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던 커피빈은 스타벅스(1조2634억원)와 8배 이상 격차가 벌어지며 2000년대 초반의 위용을 찾아보기 힘들다.

커피빈 몰락의 원인으론 고객과의 소통 부재가 꼽힌다. 가령, 우리나라만의 독특한 카공족(카페에서 공부하는 사람) 문화는 커피전문점에 콘센트와 와이파이의 공급이 필수였다.

이에 스타벅스는 적극적으로 콘센트와 무료 와이파이를 도입하며 고객 요구에 부응했다. 카공족 친화 정책에 커피전문점에서 주로 업무를 처리하는 코피스족까지 몰리며 스타벅스는 현재 국내 카페 시장 절반에 가까운 47%를 점유하고 있다.

커피빈은 ‘커피전문점이 공부나 일을 하는 공간’이라는 인식을 가진 고객들의 마음을 이해하지 못했다. 2017년 카페 점유율이 4.8%로 추락하자 지난해부터 부랴부랴 콘센트와 와이파이 확충에 나섰으나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이란 지적이 나온다.

반면 지난해 4월 고시생들이 많은 노량진점을 개장하는 과정에서 콘센트를 4개만 두어 빈축을 샀던 스타벅스는 발 빠른 리뉴얼로 논란을 불식시켰다. 커피빈과는 너무도 대조되는 대응이다. 왜 스타벅스가 업계 1위인지 알 수 있는 대목이기도 했다.

지금은 하루가 다르게 변하는 세상이다. 고객의 니즈를 파악하지 못하면 그 어떤 기업이라도 커피빈 같이 몰락의 길을 걸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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