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화학과 한화케미칼 공장이 위치한 여수산업단지 전경.

[이뉴스투데이 이상헌 기자] LG화학과 한화케미칼에 대한 검찰 조사가 시작된 가운데, 이들과 대기오염물질 측정값 조작을 공모한 정우엔텍연구소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18일 환경부 등에 따르면 LG화학과 한화케미칼 등 여수산업단지에 위치한 기업들이 지난 4년동안 대기오염물질 측정값을 허위로 조작, 축소한 것으로 드러나 검찰이 수사를 시작했다. 

배출 허용 기준치를 최대 173분의 1 수준으로 축소한 LG화학은 신학철 대표이사의 대국민 사과와 함게 “관련 시설을 폐쇄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으며, 한화케미칼은 “검찰 조사에서 소명하겠다”고 밝혔다. 

눈길을 끄는 것은 이들 두 기업이 측정값 조작을 공모한 업체가 정우엔텍연구소(이하 정우엔텍)란 환경기술업체 한 곳이라는 점이다.

검찰 송치에 앞서 환경부가 공개한 범죄사실을 보면 LG화학은 정우엔텍과 공모해 지난 2016년 11월 11일 BF-0331시설에서 채취한 시료의 염화비닐의 실측값이 207.97ppm으로 허용기준 120ppm을 초과했음에도 3.97ppm이라고 결과값을 조작했다.

이를 비롯해 지난 2016년 7~11월 기간 총 149건에 대해 측정값을 조작해 측정기록부를 거짓 작성했다. 이뿐만 아니라 배출허용기준을 초과한 20건에 대해 배출허용기준 이내로 측정값을 조작해 대기배출원관리시스템(SEMS)에 입력했다.

한화케미칼은 질소산화물(NOx)의 결과치 조작이 적발됐다. 이들 업체는 지난 2015년 2월 여수 1공장 가열시설에서 실측한 NOx의 결과치 평균값이 224ppm으로 배출허용기준 150ppm을 초과했음에도 113.19ppm으로 결과값을 조작했다.

여수 1공장에 2015년 2월부터 2017년 5월까지 총 16건에 대해 측정값을 조작해 측정기록부를 거짓 작성했다. 그러면서 배출허용기준 미만으로 조작한 8건을 SEMS에 입력했다. 이런 방식으로 총 37부의 측정기록부를 거짓 작성했다. 

여기서 문제는 LG화학과 한화케미칼의 측정값 조작이 정우엔텍이라는 측정대행사 한 곳과 공모해 이뤄졌다는 것이다.

나이스 기업정보에 의하면 정우엔텍은 지난 2006년 3월 15일 설립한 환경기술업체다. 홈페이지는 환경방지시설 설계·시공업체로 소개하고 있지만 표준산업분류상 공기, 물, 폐기물, 연료 등과 같은 물질의 성분을 분석하는 업체다.

정우엔텍은 지난 2017년말 기준 매출액 34억4200만원에 영업이익 9억5700만원을 기록한 동종업계에서 40위에 머물고 있는 중소기업이다. 

이번 조작 역시 이러한 측정대행 과정에서 발생했으며, 대기업측의 요구가 없었다면 정우엔텍 스스로 낮은 측정값을 조작할 유인이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LG화학의 인지 시점이 석연치 않다. 지난 3월부터 시작된 환경부 조사가 막바지에 이른 12월경 회사측에서 조작 문제를 인식하고 시정 조치를 취했다고 신학철 LG화학 대표이사는 밝혔다.   

하지만 회사 내부에서 수년동안 진행된 범죄사실에 대해 경영진이 조사가 끝난 뒤에야 문제를 알았다는 해명이 은폐의혹을 더욱 키우고 있다. 

재계 한 관계자는 "경영진 지시 없이 직원이 자체적으로 수치 조작을 할 이유가 없다"며 "전임이든 현직이든 어떤 행태로든지 경영진이 책임지지 않는다면 은폐 의혹을 잠재우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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