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ICT금융산업 성장세가 무섭다. 각종 규제에 발목이 잡힌 한국과 달리 일본엔화가 전세계 비트코인 시장의 39%를 점유하고 있다.

[이뉴스투데이 이상헌 기자] 정보통신기술(ICT) 활용 금융산업에서 한국-일본 간의 격차가 크게 벌어지고 있다. 과도한 은산분리 규제로 인해 20여년 가까이 뒤쳐졌다는 지적이 나왔다. 

16일 한국금융ICT융합학회가 국회의원회관에서 개최한 '일본 인터넷전문은행 블록체인 암호화폐 산업동향과 시사점 세미나'에 참석한 전문가들은 "한국 정부가 은산분리 규제를 포기하지 않는 한 일본을 따라 잡을 수 없을 것"이라는 진단을 내놨다.

오정근 건국대 금융IT학과 특임교수는 "일본과 한국 정부의 가장 큰 차이점은 빅데이터·블록체인·암호화폐를 활용한 금융산업에 대한 이해도"라며 "과도하게 엄격한 대주주적격성 규제로 한국을 대표하는 케이뱅크와 카카오뱅크 한발짝도 나아가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케이뱅크는 지난 1월 592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의결한 바 있다. 이에 지분 10%를 가진 KT가 지분을 34%까지 늘려 대주주가 될 수 있는 길이 열렸지만, 지난 9일 청약일을 이틀 앞두고 금융위원회의 '한도초과보유 승인심사'를 통과하지 못했다. 

인터넷은행 특례법에 최근 5년 이내 공정거래법 위반으로 벌금형 이상의 전력이 있을 경우 대주주 결격사유에 해당한다는 내용이 들어 있기 때문이다.

또 제3 인터넷전문은행 예비인가 신청에 나선 토스뱅크도 BIS 자기자본규제에 따른 자본확충의 부담을 벗어나지 못하고 잇다. 

오 교수는 "대형과 소형 가리지 않고 자본 규제를 일률적으로 개선해야 블록체인과 핀테크를 중심으로 하는 산업 생태계를 구현할 수 있다"며 "인터넷전문은행의 가장 큰 장점은 10% 내외로 중금리대출이 가능해져 금리부담을 획기적으로 덜어 주는 포용금융"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전문가들은 이 같은 규제에 막힌 한국과 달리 은산분리 규제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 일본의 인터넷뱅크는 20년 전부터 발전을 거듭해왔고 지적했다. 아울러 암호화폐 역시 실체를 인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2000년 1월 전자상거래업체 라쿠텐이 100% 출자한 라쿠텐뱅크가 탄생했으며, 같은해 유통업체 세븐일레븐이 38.1% 최대 주주가 돼 세븐뱅크를 출범시켰다.

2000년 9월 스미토모미쓰이은행과 야후가 각각 41.2%씩 출자해 재팬네트뱅크라는 인터넷전문은행을 출범시켰으며 2001년 4월에는 소니파이낸셜홀딩스가 100% 출자한 소니뱅크가 설립됐다.

이후 2006년 스미토모미쓰이은행과 SBI홀딩스가 각각 50%씩 출자한 SBI주신네트뱅크, 유통업체 이온의 이온파인내셜서비스가 100% 출자한 이오뱅크, 통신업체 KDDI와 BTMU은행 각각 50%씩 출자한 지분뱅크가 출범했다.

암호화화폐 산업도 마찬가지다. 일본 정부는 그 실체를 인정하고 지난해 4월부터 시행된 개정 자금결제법에 의거해 사실상의 화폐로서의 기능을 하고 있으며 지난해 11월 기준 전세계 비트코인(BTC) 거래규모의 39%를 일본 엔화가 점유하고 있다.

또 일본 정부는 지난달 법률용어인 가상화폐를 암호자산으로 명칭을 변경하는 한편 오는 2020년부터는 소득세까지 부과할 예정이다. 아울러 미즈호은행(J코인), SBI홀딩스(S코인), 미쓰비시도쿄UFG은행(MUFG코인) 등 은행들의 자체코인 도입도 활발하다.

김양우 수원대학교 교수는 "현재 일본은 거래소 등록제를 도입하고 일본가상통화협회(JVC)를 자율규제기관으로 지정해 거래의 안정성을 높여왔다"며 "이는 암호화폐의 실체를 인정하지 않아 영세 거래소 난립으로 거래 피해자가 속출하고 있는 한국에 비해 크게 진일보한 모습"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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