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명인이 제조하면 수입쌀로 만들어도 ‘전통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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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명인이 제조하면 수입쌀로 만들어도 ‘전통주’?
  • 이하영 기자
  • 승인 2019.05.03 1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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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뉴스투데이 이하영 기자] 화요, 두레앙, 백운복분자주, 국순당 쌀 바나나, 톡 쏘는 알밤 동동, 제주감귤술 귤로만... 소비자에게 전통술로 친숙한 이들은 실제 주류법서 ‘발효‧증류주류’ 혹은 ‘기타주류’로 분류된다.

농림축산식품부가 규정한 현행 전통주 등의 산업진흥에 관한 법률(전통주산업법)에 해당하지 않아서다. 이 법률에 따르면 △문화재 보유자가 제조한 술 △식품 명인이 제조한 명인주 △지역특산주 등에 포함돼야 비로소 전통주로 인정받는다.

주류업계 관계자들은 전통주도 취급하고 싶어한다. 현행 주세법에 따르면 △발효‧증류주류 5~72% △기타주류 30% △탁주 5% △전통주 2.5%로 세율이 정해져 있다. 이렇듯 세율에서 큰 혜택을 받는 데다 전통주는 온라인 상거래도 가능해 판매에서 유리하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전통주 지정은 낙타가 바늘구멍에 들어가는 것만큼 어렵다.

현재 문화재 보유자가 제조한 술은 단체 1종과 개인 2종으로 총 3종이다. 단체는 면천두견주 보존회의 ‘면천두견주’, 개인으로는 이기춘 명인 ‘문배주’와 최경 명인 ‘경주교통법주’가 있다. 물론 지난해 농식품부가 발표한 주류 식품 명인은 이보다 많은 총 25명이다. 다만 주류회사가 이들을 잡기가 쉽지 않다.

지역특산주 또한 주류회사에는 시도가 쉽지 않다. 농업경영체 및 생산자단체와 협업하거나 주재료 2~3가지를 지역특산물로 해야 하는데 쌀과 같은 경우 특산물만 사용하면 가격대가 너무 높아지기 때문이다.

다소 과격하게 비유하면 수입쌀로 만들어도 국가 공인 명인이 만들면 전통주가 되고, 그 외 경우에는 우리 농산물로 만들어도 특산물이 아니면 전통주가 되지 못하는 것이다.

2010년 들어 전통주 시장이 제자리걸음을 하는 사이, 수입주류는 맥주 ‘4캔에 만원’ 등을 내세우며 빠르게 성장했다. 지난해 업계추정 점유율 20%를 차지할 정도다. 이에 위기를 느낀 국내 주류업계 등의 꾸준한 문제제기로 50년만의 주세법 개정을 앞두고 있다.

그러나 주세법 개정이 신고가를 조정해 가격을 낮춘 수입맥주에 대한 국내맥주 가격 경쟁력 확보 차원서 시작된 터라 다른 주류 업체들은 외면 받을 확률이 높다. 실제 기획재정부는 주세법 개정안에서 서민 술인 소주와 맥주 가격은 현행 유지하며, 종가세서 종량세 변경으로 방침을 정했다.

반세기 만에 찾아온 개정 기회를 놓치면 어쩌나 국내 전통주 업체들이 마음을 졸이는 것도 이 때문이다. 소주와 맥주 가격 유지에 뒤따르는, 막걸리‧고급증류주 등 전통주와 와인‧위스키 등의 셈법은 결코 단순하지 않다. 때문에 4월로 예정된 주세법 개정안을 발표하지 못하고 주무부처인 기획재정부는 진통을 겪고 있다.

기획재정부는 5월 초 조세재정연구원에 연구용역을 맡긴 관련 용역 결과를 가지고 이후 업계 공청회를 예상하고 있다. 이때 맥주와 희석식 소주 등 말고도 다른 전통주의 경쟁력을 확보 측면에도 귀 기울여 보는 것은 어떨까.

‘엎어진 김에 쉬어 간다’는 속담이 있다. 이미 주세법 개정안 발표 예정 기한은 한 번 넘긴 상태다. 사공이 많아 배가 산으로 가는 사태는 경계해야겠지만, 보다 꼼꼼히 들여다보고 곰곰이 생각한다고 해서 안 될 것은 없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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