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페르소나' 중 '러브세트'. <사진=넷플릭스>

[이뉴스투데이 여용준 기자] 데뷔 12년차 가수 겸 배우 아이유(이지은)에게 더 올라가야 할 곳이 있을지 의문이 들었다. 한국 뿐 아니라 글로벌 무대에서도 스타로 자리 잡았다. 많은 아이돌들이 ‘덕밍아웃’을 해 어느덧 ‘연예인의 연예인’이 됐다. 그런 아이유가 욕심을 낼 지점이 선뜻 떠오르지 않았다. 아이유는 이미 새로운 곳에 욕심을 내고 있었다. 바로 스크린이다.

그동안 아이유는 드라마 ‘프로듀사’ ‘나의 아저씨’ ‘달의 연인-보보경심 려’ 등에 출연하며 연기력을 인정받았다. 그러나 유독 영화 작업을 할 기회는 없었다. 영화와 드라마는 여러모로 차이가 있다. 배우 입장에서는 짧은 시간 안에 많은 것을 보여줘야 하는 만큼 빠르고 깊게 캐릭터와 상황에 몰입해야 한다. 특히 단편영화라면 고민은 더 깊어질 수밖에 없다.

아이유의 첫 영화 도전작 ‘페르소나’는 비록 극장에 걸리지 않는 작품이지만 넷플릭스로 세계 시청자들과 곧장 만날 수 있는 작품이다.

영화 '페르소나' 중 '썩지 않게 아주 오래'. <사진=넷플릭스>

‘페르소나’는 한국영화계를 대표하는 4명의 감독이 한 명의 배우 아이유를 데리고 만든 4편의 단편영화로 이뤄진 옴니버스 영화다. 이 프로젝트에 참가한 감독은 △‘비밀은 없다’ ‘미쓰 홍당무’를 만든 이경미 감독과 △‘마담 뺑덕’ ‘남극일기’를 만든 임필성 감독 △‘소공녀’를 만든 전고운 감독 △‘더 테이블’ ‘폴라로이드 작동법’의 김종관 감독이다.

여기에 배두나, 김태훈, 박해수, 이성욱 등 배우들의 합류해 이야기의 무게감을 더한다. 제작은 연예기획사 미스틱이 맡았다. 이 회사 대표인 가수 겸 방송인 윤종신이 제작자로 참여했다.

‘페르소나’는 마치 각 감독이 대중적인 스타 아이유를 보고 상상한 것을 써내려간 것처럼 우리가 알던 아이유와 다른 모습을 그려내고 있다.

영화 '페르소나' 중 '키스가 죄'. <사진=넷플릭스>

가장 먼저 이경미 감독의 ‘러브세트’는 아버지의 연인인 영어교사 두나를 질투하는 발칙한 소녀 아이유를 그려냈다. 철없지만 어른인 척 하고 불안하지만 아닌 척 하며 공격적인 면모를 드러내는 아이유의 모습은 앞으로 이어질 에피소드에서 우리가 알던 아이유는 등장하지 않을 것이라는 선언과 같다. 특히 짜증이 폭발하면서 영어로 걸쭉한 욕을 내뱉은 아이유의 모습은 흠칫 놀라게 될 정도다.

임필성 감독의 ‘썩지 않게 아주 오래’에 이르면 아이유는 더 충격적인 모습으로 등장한다. 자유로운 연애를 즐기는 어린 연인으로 등장하는 아이유는 나이 많은 연인 박해수를 들었다 놨다 한다. 소위 ‘어장관리’녀이자 희대의 팜므파탈로 등장하는 아이유는 후반에 이르러 ‘요물’의 경지까지 올라간다. 다소 잔인한 장면이 많았음에도 거침없이 연기해내는 아이유의 모습이 시청자들에게 신선한 충격을 줄 것이다.

전고운 감독의 ‘키스가 죄’에서 시골 여중생으로 등장한 아이유는 사춘기 반항심과 분노가 끌어 오르지만 일이 뜻대로 풀리지 않아 짜증이 가득하다. 호기심 많고 천진난만한 개구쟁이 아이유의 모습은 익숙한듯하지만 어디서 본 기억이 나진 않는다. 그리고 이 에피소드는 아이유가 가장 ‘예쁘지 않게’ 등장하는 작품이기도 하다.

앞서 ‘페르소나’는 5일 오후 5시 공개 예정이었으나 당시 발생한 강원도 산불로 인해 한 차례 공개를 연기해 11일에 공개했다. ‘키스가 죄’를 보면 ‘페르소나’가 왜 산불 때문에 공개를 연기했는지 알 수 있다.

영화 '페르소나' 중 '밤을 걷다'. <사진=넷플릭스>

마지막 에피소드인 김종관 감독의 ‘밤을 걷다’에서 아이유는 성숙하고 의젓한 ‘옛 연인’으로 등장한다. 죽음과 이별 앞에 초연하지만 편안한 이 태도는 마치 슬픈 노래를 부르는 아이유처럼 담담하고 애잔하다.

김종관 감독은 그동안 ‘폴라로이드 작동법’과 ‘조금만 더 가까이’ ‘최악의 하루’ ‘더 테이블’ 등을 통해 여배우의 가장 아름다운 순간을 포착해내는 감독으로 유명하다. 그는 이번 작업에서 아이유의 청초하고 깊은 내면을 더 끄집어냈다. 김종관 감독과 아이유는 다음 달 제20회 전주국제영화제에서 공개되는 영화 ‘아무도 없는 곳’에서 한 차례 더 작업을 하기도 했다.

‘페르소나’가 얻은 최고의 성과는 연예인 아이유에게 씌워진 이미지를 벗어던질 수 있었다는 점이다. 드라마 ‘나의 아저씨’를 통해 이전과 다른 깊은 감성의 아이유를 보여준 적은 있지만 등급과 표현이 더 자유로운 넷플릭스 영화에서 아이유는 확실히 이전의 모습과 다르다.

다만 단편영화 특유의 자유로운 전개와 표현 덕분에 기승전결이 명확한 이야기에 익숙한 시청자들은 다소 적응하기 어려울 수 있다. 

한편, 지난달 열린 ‘페르소나’ 제작발표회에서 제작자 윤종신은 “아이유는 ‘페르소나’ 구상에 없었다. 어느 날 술을 마시다가 말이나 해보자 싶었다. 그런데 얼마 후 할지도 모른다는 소식을 들어 기뻤다”고 전했다. 이어 “(아이유는) 참신한 시도를 도전하는 아이콘이라고 느꼈다. 견고한 자기 이미지가 있는데 새로운 시도를 했다. 쉽지 않은 도전”이라며 아이유를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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