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을 바라보는 이커머스 업계가 물류 투자와 내실 강화로 양분된 양상을 보인다. [연합뉴스]

[이뉴스투데이 이하영 기자] 이커머스업계가 경쟁 과열을 넘어 ‘치킨게임’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이런 가운데 적자를 감수하고 물류와 배송에 집중해 양적 성장을 도모하겠다는 기업과 직매입을 포기하고 내실을 강화하겠다는 기업으로 양분되는 추세다. 전자에 이베이코리아·쿠팡·티몬이 있고, 후자에 11번가·위메프가 있다. 

8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옥션과 G마켓을 운영하는 이베이코리아 2018년 매출은 9812억원으로 전년 대비 3% 증가하는 데 그쳤다. 기대했던 1조 클럽 무산과 동시에 같은 기간 영업이익까지 486억원으로 22% 감소했다.  

영업이익이 감소한 이유는 올해 하반기 완전 오픈 예정인 동탄물류센터 건립 비용 영향이 큰 것으로 보인다. 현재 가오픈 상태인 동탄물류센터는 평일 6시 이전 주문하면 다음 날 물건을 바로 받을 수 있는 ‘스마일배송’을 강화하기 위한 전략에 따라 추가하게 됐다.  

또 AI를 기반으로 한 고객 맞춤형 쇼핑을 제안하기 위해 100명이 넘는 IT인력을 고용하며 인건비도 상승했다. 2014년부터 2017년까지 10% 내외 성장률을 기록해 온 만큼 일각에서는 그동안 유일한하게 흑자였던 이베이코리아 입지가 흔들리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예측도 나온다.

이베이코리아는 물류비를 늘리며 영업이익이 22% 하락했다. <사진=G마켓>

이베이코리아 관계자는 “동탄물류센터 건설로 영업이익이 다소 감소했지만 ‘스마일배송’ 서비스 질을 높이는 투자라 생각한다”며 “고객 이슈에 맞춰 쿠폰을 집중 발행해 효과적인 쇼핑 경험을 선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물류에 집중하는 또 다른 이커머스 업체는 티몬이다. 티몬은 2017년 1월부터 생필품 쇼핑 채널 ‘티몬 슈퍼마트’를 도입해 직매입 비중을 높였다. 신선식품을 비롯해 1만5000여종 취급상품을 합포장해 배송하기 위해서다.

서울 송파구 장지동에 위치한 티몬 물류센터에서는 최소한 포장만 한 생필품을 오전 10시 이전 주문 시, 서울 전역과 수도권 일부에 한해 당일 배송도 가능하다. 지역별 2~3시간 단위로 예약배송시간 지정도 가능해 배송 편리함을 극대화 했다.

티몬은 슈퍼마트 내 신선식품 가격 또한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소매평균가 기준보다 평균 15% 가량 저렴해, 오픈 2년째 201%의 성장률을 기록했다고 밝힌 바 있다. 티몬 역시 문제는 물류센터 투자로 인해 발생한 적지 않은 부채 비율이다.

티몬 슈퍼마트는 가성비와 배송에 합격점을 받으며 2년 만에 201% 성장했다. <사진=티몬>

지난해 티몬 매출액은 2017년 3562억원 대비 40% 늘어난 4972억원을 기록했지만, 영업손실 역시 1254억원에 달한다. 2015년 1420억원, 2016년 1580억원, 2017년 1150억원에 이어 또다시 1000억원대 적자로 부담이 적지 않다. 이미 지난 8년간 누적적자만 6522억원으로 자본잠식 상태도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티몬 측은 지난해 성적 관련 “타임 커머스 플랫폼 성장을 위해 인프라 투자 병행하며 빠른 성장을 달성한 해”라며 “라이브 플랫폼 구축, 오픈마켓 런칭, 표준 API 완비 등 미래를 위해 꼭 필요한 선제적 기술 투자를 진행했다”고 말했다.

15일 영업실적을 발표할 것으로 예상되는 쿠팡은 2018년 4조5000억원대 안팎 매출액을 기록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2017년 2조6846억원 대비 67%나 증가한 규모로 업계 누구도 따라올 수 없는 가파른 상승세를 나타냈다.

커지는 매출액 만큼 쿠팡 물류 투자도 대단위다. 2018년 이미 전국에 축구장 151개 넓이에 달하는 100만㎡ 규모 물류센터 10여개를 확보한 데다, 올해 200만㎡까지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지난해 11월 손정의 회장 겸 CEO가 이끄는 소프트뱅크 비전펀드로부터 20억 달러(2조원) 투자를 받아 든든한 버팀목이 됐다.

문제는 덩치를 불리는 만큼 불안요소도 함께 상승한다는 점이다. 2017년부터 직매입 비중을 90%로 유지하고 있는 쿠팡은 물류 및 배송에 집중해 영업 적자규모가 사상 최대인 8000억~1조원대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쿠팡 인천물류센터. <사진=쿠팡>

쿠팡 관계자는 “물류비 및 IT 기술, 인력 등에 들이는 비용은 단순 적자가 아니다”라며 “‘계획된 적자’는 성장을 위한 투자”라고 적자를 불안요소로 인식하는 시선에 선을 그었다.

반면 11번가와 위메프는 적자 줄이기에 전격 돌입했다.

11번가 2018년 매출은 전년도와 비슷한 6744억원이나, 영업손실이 678억원으로 2017년 1540억원보다 56% 감소한 수준이다. 적자 개선은 직접물류를 줄이는 대신 이커머스 본연의 ‘중개’ 역할에 집중한 결과다.

중개 역할 강화를 위해 고객이 주문‧배송 상황을 보다 자세히 파악할 수 있는 서비스로 11번가 모바일앱 내 ‘11톡’을 시작했다. 11톡은 상품 발송부터 시작해 집하, 배송 출발, 도착예정시간, 배송 완료 등 고객이 궁금해 했던 배송 정보를 자세히 담아 불안을 덜었다.

고객에 배송 상황을 자세히 전달하는 11번가 11톡. <사진=11번가>

또 배송지연과 반품‧교환, Q&A‧리뷰, 항공권 가격변동 알림 등 각 주문 상품과 내용에 따라 총 43가지 알림을 발송해 빠른 배송 보다 고객의 답답한 속 긁어주기에 전념한다. 이외 다른 광고 등에서도 수수료를 최대한 줄인다는 방침이다.

그렇대도 쿠팡을 필두로 위메프, 티몬 등 매출액 상승세와 경쟁해 고객을 어떻게 잡을 지가 관건이다. 

11번가 관계자는 “2016년 포부대로 올해는 흑자 전환을 달성하자는 계획”이라며 “2018년 전년대비 56%나 영업손실을 줄인 경험이 있어 올 연말까지 충분히 가능하다”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위메프는 2018년 영업실적을 발표하며 ‘선택과 집중’을 언급했다. 지난해 영업매출은 4294억원이며 영업손실은 2017년 417억원 보다 6.4% 줄어든 수준인 390억원이다. 눈에 띄는 점은 거래액으로 2017년 4조2000억원 대비 28.6% 상승한 5조4000억원을 기록했다는 점이다.

또 판매 수익 대부분을 가격 낮추기에 투입해 직접적인 고객 혜택 강화로 또다시 고객을 불러 모으는 구조를 만들었다. 이를 위메프는 ‘눈덩이 효과’로 명명하고 더 많은 중소 파트너사들이 성공할 수 있는 선순환 구조라 표현했다.

위메프는 수익구조 개선을 위해 직매입이 많은 신선생을 포기했다. <사진=위메프>

영업손실을 줄인 데에는 직매입 정리가 큰 역할을 했다. 위메프는 신선식품 직매입 서비스인 ‘신선생’을 중단하고, 직매입 매출 비중을 2017년 53.7%에서 2018년 29.3%로 절반 수준으로 낮춰 3년 연속 적자폭 줄이기에 성공했다.

위메프 관계자는 “신선식품 사업은 비용도 많이 들고 리스크도 크다고 판단해 손익 관리 등을 위해 중단했다”며 “가격 경쟁력을 높여 소비자에 선택받는데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증권가에 따르면 2000년 시작된 이커머스 시장은 초기 2조 규모 수준에서 시작해, 지난해 100조원 규모로 성장했다. 연평균 25.9% 성장률을 보여왔으며 향후 5년간도 연평균 13.5% 성장률을 지속할 것으로 예상된다.

2023년까지 이커머스 업계는 214조원 규모로 두 배 이상 성장하고, 순수소매시장 내 점유율 49.4%로 전망된다. 동시에 놀라운 성장률 만큼 좀체 해소되지 않는 누적적자로 투자자와 고객 걱정도 늘어나고 있다.

증권업계 관계자들은 “이커머스 시장이 계속 성장하고 있는 와중이지만 승자독식이 없으면 수익 나지 않는 구조”라며 “치킨게임을 끝낼 해법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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